홍익대 총장과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지낸 원로 서양화가 이대원씨가 11월20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추상미술이 화단을 휩쓸던 1950, 60년대부터 한국적 풍경을 그리는 구상주의를 고집하면서 외길을 걸어왔다.

자연의 모습을 따뜻하고 밝은 원색의 점과 선으로 표현한 기법으로 ‘서양 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란 평가를 얻었다. 풍요로운 가정에서 태어나 엘리트 지식인의 길을 걸어온 고인은 밝고 환한 품성과 이력으로 ‘화단의 신사’로 불리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70년을 살면서 주말에는 파주 농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원칙을 지켜왔던 고인은 특히 사시사철 꽃피고 열매를 맺는 과일나무와 멋대로 뻗어가는 나뭇가지를 표현하는데 큰 애착을 보여왔다.

집안의 권유로 경성제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67년 홍익대 교수로 부임한 후 미대 초대학장(72~74년)과 총장(80~82년)을 지냈다.

홍익대 미대를 한국 미술의 요람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또 한국박물관회 회장(87년)과 미술의 해 조직위원장(95년), 외교통상부 문화홍보대사(2002~04년)를 맡았다.

부인은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인 이현금씨이며, 슬하에 5녀를 두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