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구하기, 팔 걷었다

수능시험 중 단순히 MP3플레이어를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년까지 시험 응시자격을 박탈당한 수험생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사회에선 동정론이 우세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완고하게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은 “억울한 수험생을 구제해야 한다”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수험생에게 가혹한 족쇄를 채운 당사자는 그들이었다.

지난 8월30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해 11월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였고 이틀 뒤인 18일 정부로 이송되어 수능시험 하루 전인 11월22일 공포ㆍ시행되었다.

하지만 막상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수습(?)한 이는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단순부정 행위자에 대해 내년까지 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응시자격을 부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회기 중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수능생의 부정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을 내용으로 한 현행 고등교육법은 수능을 하루 앞둔 11월22일 공포돼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정행위와 관련된 항목을 보더라도 반입금지물품에 휴대전화기, MP3플레이어 등 예시만 되어 있을 뿐, 응시자격을 다음해에도 박탈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처벌의 가혹함을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수험생 유의사항과 시험감독관 업무지침을 통해, 그리고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팝업창(Pop-up)을 띄워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에 대한 처벌 내용을 충분히 알렸다고 맞섰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반입금지물품에 휴대전화기, MP3 등 예시만 되어 있을 뿐, 부정행위 시 응시제한을 1년간 연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수능시험 바로 전날 관련 법이 공포돼 그러한 내용을 알릴 시간이 없었다.

여야 의원들은 처음 김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법을 통과시킨 자신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가 여론이 김 의원쪽으로 흐르자 “입법 테두리에서 구제방안을 찾겠다”며 표변했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수험생측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졸속 입법으로 피해를 준 의원들을 향해 신문고를 울리는 셈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