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시킨 한국의 '피겨요정'

11월27일 체코 프라하의 동쪽에 자리잡은 오스트라바는 한국에서 온 한 소녀의 날개짓에 숨 죽였다. 2005~2006 국제 빙상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피겨 요정’ 김연아(15)가 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모았다.

곧 한국으로 낭보가 전해졌다. 157㎝, 40㎏의 김연아가 세계 빙상을 제패했다는 소식이었다. 출전 선수 중 최연소였던 것도 놀라웠지만, 2위를 차지한 일본선수를 무려 20점 차이로 따돌렸다.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한국 피겨 스케이트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한 것이다.

ISU 피겨스케이팅 및 아이스댄스 랭킹에서는 2,335포인트를 획득해 세계랭킹 15위에 올랐다. 종전 26위였던 것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무려 11계단 뛰어올라 국내 선수로는 첫 세계랭킹 10위 권에 속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녀 모두 합쳐 100여 명에 불과한 선수, 연습장이 없어 일반인들이 가고 난 뒤 ‘올빼미 훈련’을 해야 하는 등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환경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그의 우승을 기적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김연아가 2010년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도 차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꼽고 있다.

“연습 때 실수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 경기가 잘돼서 우승하게 됐습니다. 내년 3월에 세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일본)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어린 탓에 내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내년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요정의 모습을 다시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