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대사와 외무부 장관을 지낸 고려대 한승주(65) 교수가 8일 ‘마지막 수업’을 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9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 교수는 1차 북핵 위기 때인 1993년~94년 외무부 장관을, 노무현 정권 출범 후 2003년~04년엔 주미 대사를 지내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의 대표적 외교학자로 평가된다.

내년 2월 정년퇴임 앞두고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별 강연은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교양 과목이었다.

이날 강의에서 한 교수는 ‘외교관이란 나라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외교가의 통념을 반박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외교는 전쟁과 달리 한두 번의 위장으로 상대를 무너뜨려 승리를 쟁취하는 게임이 아니다”며 외교에서의 정직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외교는 우리 일상의 대인관계와 비슷하다”고 소개하며 좋은 외교를 위한 8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라, 말을 아끼고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하라, 상대에 대해 건전한 회의(懷疑)를 가져라 , 일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Plan B(예비책)’를 세워라 , 오만함과 피해의식을 버려라, 실용적 태도를 지녀라, 게임을 할 때처럼 몇 수를 미리 읽는 전략을 펴라 ,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이끌어라 등이다.

한 교수는 또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조용한 외교와 공개적 외교 중에서 상황에 따라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구한말 조선 외교관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나라나 외국도 모두 먼 길을 왔다.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갈 길”이라고 말하다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는 350여 명 수강 학생 외에 어윤대 고려대 총장, 이홍구 전 총리를 비롯한 각계 인사 8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