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새 희망으로 떠오른 실용주의자

의정 경력 4년에 불과한 39세의 초선 의원이 6일 영국 보수당의 새 당수가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과도 친척뻘인 귀족 신분에 이튼스쿨 졸업, 옥스포드대 수석 입학 등 영국사회의 전형적 엘리트 출신인 데이비드 캐머런이 그 주인공이다.

캐머런 신임 당수는 시장을 중시하는 전통적 보수주의 철학을 근간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와 분배를 중시하는 ‘현대적이고 온정적인 보수주의’를 내세우며 보수당 집권을 위한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보수당은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권에서만 무려 4명의 당수를 교체할 만큼 리더십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보수당은 캐머런의 등장으로 3기 연속 집권한 노동당에 대한 피로현상과 2009년 총선에서 캐머런의 상대로 유력시되는 고든 브라운(53) 재무장관이 50대 기성세대란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기대한다.

보수당 일각에서 1994년 41세 나이로 최연소 노동당 당수, 1997년 44세로 10살 연상의 존 메이저 총리를 꺾고 집권한 블레어 총리와 같은 캐머런 신임 당수의 미래를 기원하며 그를 ‘보수당의 블레어’로 부르기도 한다.

캐머런 당수는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중도 우파로 최근까지 좌파 일간지 ‘가디언’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할 정도로 전통적 보수파와 거리가 있다.

그는 당수 수락연설에서 “웨스트민스트(영국 국회)의 일상사가 된 뒷다리 잡고 물고 늘어지는 ‘희비극적인 인형극(Punch and Judy show)’ 같은 정치는 신물이 난다”며 노동당의 정책이 옳다면 지지하고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캐머런 당수는 1988년 보수당에 입당해 마거릿 대처 총리 밑에서 보수당 정책 개발을 담당하고 존 메이저 총리의 의회 연설문 작성도 도우며 정치권에 뿌리를 내렸다.

귀족 출신의 증권가 대부인 아버지와 판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귀족적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없애기 위해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포도주 대신 흑맥주를 즐기고 말보로 담배를 피운다.

또 여느 젊은이마냥 록 음악 애호가이기도 하다. 역시 명문가 출신의 아내 사만다(34)는 런던에서 명품 문구점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슬하에 두 아이가 있다. 장남은 간질을 앓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