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지난뒤 공개소환 "물타기 아냐"

2002년 대통령 선거 직전인 5월 삼성그룹이 매입한 채권 중 6억원 어치의 채권을 건네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공개 소환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16일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소환된 지 이틀 만이다. 이 의원은 채권을 모두 현금화해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으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아 현금으로 바꾼 A모씨는 해외에 체류하다 지난 12일에귀국함에 따라 혐의가 포착됐고, 그래서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야 소환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X파일 수사발표 30분 전 이 의원의 혐의와 소환통보 사실을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소환 통보를 한 사실을 두고 고도로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무혐의 처분을 내린 X파일 수사 발표에 따른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용이 아니었냐는 비난이다.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한 혐의를 이미 2월에 포착, 수사를 진행했으나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확인해 줄 참고인들이 해외로 출국했다.

결국 검찰이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뒤 정권 핵심 인사인 이 의원을 공개 소환, 형식만을 거친 뒤 면죄부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련 참고인들도 공소시효가 지난 뒤 약속이나 한 듯 입국, 조사에 응해 ‘짜맞추기’ 흔적이 역력하다.

핵심 참고인 B씨는 이 의원이 채권을 받은 지 정확히 3년이 되는 지난 5월 귀국해 9월에 체포됐고, 8월에는 C씨가 조사를 받았다.

또 지난 6일에는 김인주 사장이 검찰에서 “이 의원에게 채권을 줬다”고 진술했다.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 귀국하거나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털어 놓았다.

이 의원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지자마자 수사가 급진전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정황이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여론의 배경이다.

한편 검찰은 면죄부를 주려는 수사 제스처라는 비난여론이 높자 이번에는 삼성이 한나라당에도 300억원 외에 추가로 24억7,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곱지 않은 이유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