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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석] 박원순 아른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은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한 스님이 몇 백만원 짜리 물품을 상당 수 기증했다. 고가품을 많이 기부 받아 기뻤지만 없던 걱정이 새로 생겼다.

손상 없이 어떻게 운반할 것이며,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난감했다.

박원순(51) 아름다운 재단ㆍ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는 그래서 깨달았다. “재산이 많다고 밥을 더 많이 먹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재산은 없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다. 너무 단순한 진리지만 지금껏 모르고 지냈다. 재산, 그것도 비싼 물건이 많으면 걱정만 더한다.

대신 진짜 중요한 것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지 못한다. 이것을 깨달을 때는 너무 늦다. 인생은 너무 빠르다. “버리는 것이 가장 부자입니다.”

남산이 마주 보이는 서울 가회동 아름다운 재단의 전망 좋은 방에서 박 이사는 선 문답 같은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헌 물건을 기부 받아 수선을 해 팔아 그 이익을 사회에 반납하는 단체다. ‘나눔과 순환’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그 가게가 고가품을 기부 받았는데,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값이 비싼 것이라서 그랬는지.

아름다운 가게는 블루오션

2005년 10월 아름다운 가게가 창립 3주년을 맞았다. 아름다운 재단은 5주년이다. 축하한다면서 소감을 물었다.

단순한 자랑이나 겸양의 말이 아니라 ‘철학적’ 답변이 돌아왔다. 그 만큼 이 일에 대한 그의 입장이나 신념이 확고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가 더욱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부각되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가치 없는 일은 없으니까요. 이 가게는 경쟁 없는 분야, 일종의 블루오션입니다. 새로운 사업으로 사회적 아젠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사회적 아젠다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 확산입니다. 헌 물건에 친숙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비싼 것이나 명품을 추구하는 의식이 바뀌는 것은 철학적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잘 산다고 하는 것을 단순히 잘 먹고, 잘 입고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갔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연 훌륭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단계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 가게의 주 고객은 중산층입니다. 이들이 헌 옷을 입는다는 것은 철학적 사고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런 철학적 변화와 사회적 아젠다는 현재 충분하지는 않지만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가게의 내부 체제가 안정되는 등 기반이 잡혔습니다.”

7만5,000명이 760만점 기증, 전국 21개 도시에 50개 점포, 수익금 8억5,000만원으로 이웃 사장.

아름다운 가게 3년의 성적표다. 주위에서는 대단한 성공, 급성장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수치가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박 이사의 생각이다.

아름다운 가게의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반 영국에 거주할 때 얻었다. 영국에는 옥스팜이라는 헌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았고, 성업이었다.



이를 눈여겨보고 귀국한 후 참여연대 내에 대안사업팀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모두 반대했다. 누가 헌 것을 사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장사가 잘 됐다. “갑자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를 했습니다.” 미국의 굿윌과 구세군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고객들이 편하게 들어와 마음 놓고 쇼핑할 수 있는 방안을 배웠다. 무엇보다 이 일이 사회적 아젠다화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름, 조명, 매장 내 냄새, 옷 갈아입는 공간 등 거의 모든 것을 참고했다. “마치 007작전하듯 했습니다.” 굿윌이나 구세군이 미국 안에서 만든 재활용품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에 이른다.

우리는 100억원이 채 안 된다. 인구 등 여러 조건을 따져봐도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미국의 굿윌과 구세군 벤치마킹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정부의 태도와 큰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일종의 고물상입니다. 그런데 터가 좁다 보니 가구나 가전 등 큰 물품들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재활용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큰 손실입니다. 당장 쓸모없는 빈 넓은 땅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기부 문화에 너무 무관심한 정도가 아니라 무지몽매합니다. 국가는 시민들 열정을 불러일으켜 국가가 못하고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조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경우 일반 기업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부가세 10%를 부과하고 있거든요.”

그제서야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의 옆에 놓여있던 부가세 관련 책들이 이해가 됐다.

정부 과천 청사에도 재활용 매장이 있는데, 한 달 매출이 40만원 정도다. 아름다운 가게의 하루 매출과 비슷하다.

이것이 바로 민간의 힘과 정부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가게가 번성한데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크다.

1주일에 4시간 이상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현재 4,000여명에 이른다. 주부 퇴직자 회사중역 공무원 등 다양하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바로 이것이 가게를 지탱하고 있는 아름다운 민간의 힘이다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3주년 이후 가게가 4곳 새로 문을 열었다. 누군가가 공간을 기부해야 개설할 수 있어 뜻대로 늘지는 않지만 꾸준한 성장세다.

새로운 가게 중 눈에 띄는 곳은 서울 신촌 기차역 부근의 아름다운 책방이다. 기증 받은 책과 음반, 비디오 등을 한 곳에 모았다.



좋은 책일수록 나눠보자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유흥가처럼 되어버린, 이화여대와 연대 중간이라는 위치가 상징적이다.

그가 벌이고 있는 또 하나의 일이 대안 무역(Fair Trade)이다. 생산자와 구매자간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직거래 무역방식으로, 제3세계의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경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생산한 물건을 공정한 값을 주고 구입함으로써 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제3세계 사람들의 노동 착취를 막고, 나아가 그들도 동일한 한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취지다. 대상은 지금 거의 대부분 수공예품이다.

“기존의 가게라는 자연스럽게 생긴 유통루트를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제3 세계에게는 이중의 이익입니다. 그들의 제품을 사주는 한편 남은 이익은 되돌려주기 때문입니다. 1억원 어치 정도를 수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대안무역은 제3세계 빈곤 퇴치방법

앞으로는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품목인 커피를 수입할 계획이다. 유럽에서 아주 인기 있고, 주목을 받고 있는 물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교역국으로서 이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대안무역의 이념입니다.” 웬만한 선진국에는 대안무역 제품 전문 매장이 있는데, 우리는 아직 없다. 박 이사는 대안 무역이 아직 성공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에 거는 기대는 가게에 못지않다. 대안 무역은 인도 네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30여 개 풀뿌리 시민단체와 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공정한 거래를 통해 제3 세계의 빈곤을 줄여나가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수공예품만 아니라 이들의 전통 문화와 삶의 방식까지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그리고 모든 수익금은 생산자들이 속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환원한다. “운동이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썩지 않으면 계속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루게 됩니다.”

그는 비정부 기구(NGO)를 민주주의의 징표라고 했다. 북한에는 아예 없고, 중국에는 환경단체 정도만 존재한다.

그래서 동북아 지역의 NGO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응할 견제세력은 중국 내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에 제동을 건 것은 일본 내 시민단체였다. NGO 사이에는 국가를 넘어서는, 인권이나 자유에 대한 신념 등 큰 흐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기금을 조성해 한ㆍ중ㆍ일 NGO 발전에 사용하면 어떤가를 모색하고 있다.

“언젠가 만난 호주의 대법관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악기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다, 그 속에서 합의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끄러운 것이 강요된 침묵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가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시민운동에 적극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데모를 하고 끌려갔습니다. 훈방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시대여서 그랬는지 4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원초적 경험을 한 셈이죠.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사회가 될까를 고민하게 됐죠. 처음에는 검사를 하다 고 조영래 변호사 등의 영향으로 인권 변호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는 법치주의와 법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참여연대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 후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었다. 의식과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약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많이 맡았고, 또 맡고 있습니다.” 독일에 머물면서 시민사회 운동을 살펴봤고, 미국 스탠포드대에서는 한국 시민사회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스탠포드대학의 경우 시민운동을 다루는 ‘시민창안연구소’가 비즈니스 스쿨 내에 있다. 기업은 상품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NGO는 창조적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박 이사는 앞으로 사회 설계가, 사회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를 한 단계 향상 시키기 위해서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공유하고, 실천하는 일입니다.”

인터뷰 끝 무렵 정치에 관심이 없느냐고 슬쩍 물었다. “지금 하는 일보다 더 신나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정치는 싫습니다.”

그는 일단 무엇인가 알게 되면 실천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제 그는 새해 들어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있다.

싱크탱크의 기능을 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이다.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 2005-12-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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