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성직자의 아름다운 기부

전깃불 하나, 수돗물 한 방울 아껴쓰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아온 ‘구두쇠’ 성직자가 현금 10억원과 1억5,000만원 상당의 토지 등 자신의 전재산을 성당 건립기금으로 내놓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천주교 광주대교구 학운동 성당의 이성규(59) 주임 신부.

이 신부는 “고향 마을 광주시 광산구 수완동에 성당 짓는데 써 달라”며 돈과 땅을 기탁한 사실이 지난 성탄절에 복음처럼 세상에 알려졌다. 본인은 정작 “사제가 돈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제 마음이 가뿐하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현금 10억원은 수완동이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토지 보상금 9억원에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 1억원을 합친 것이다.

이 신부는 1980년 강원도 지역 군부대에서 군종 신부로 일하면서 미사 중에 신군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40일간 감금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1억5,000만원 상당의 땅은 전남 나주 영산포에 양로원을 짓기 위해 마련했으나 여의치 않아 내놓은 것이다.

고향 광주 수완동은 당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외진 곳으로 그 동네 유일한 신자였던 그는 4㎞를 떨어진 비아 공소(현 비아동 성당)에 미사를 다녔다.

가톨릭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사제 서품을 받은 이 신부는 어릴 적부터 고향에 성당을 짓는 꿈을 간직해왔으나 방법이 없던 차에 최근 택지조성 보상금 등 큰 돈이 생겨 꿈을 이루게 됐다.

“신부님은 여름철에도 에어컨을 안 켜고 지내시고, 물 한 방울도 아끼는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전하는 학운동 천주교회 관계자들은 자신의 전재산을 미련없이 내놓은 모습을 보고 모두 숙연해 했다.

무엇이든 아껴 써 이웃 사랑으로 나누자던 평소 당부를 통 큰 실천으로 보여준 셈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