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1,000번째 시신기증자가 나왔다. 12일 새벽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고 조영주(94ㆍ여)씨다.

조씨의 시신은 13일 손자 박지명(35ㆍ의사)씨가 졸업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돼 1,000번째 시신기증자로 기록됐다. 1991년 이 본부가 설립된 지 16년 만의 일이다.

고인은 1995년 12월14일 남편 고(故) 박영길씨와 아들 박병식(66ㆍ목사)씨, 며느리 김정희(56)씨, 손자 박성훈(32)씨와 함께 시신기증 서약을 했으며 손자 지명씨도 2000년 기증운동에 동참했다.

고인은 남편 박씨가 2000년 7월 87세를 일기로 숨지자 약속대로 시신을 손자 지명씨가 재학 중이던 중앙대 의대에 기증했고, 자신도 남편의 뒤를 따라 중앙대에 시신을 기증하도록 했다.

아들 박 목사는 “아버님과 어머님 모두 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자 박진탁 목사의 설교를 들으신 뒤 ‘육체에 애착을 가질 필요 없다. 시신을 기증하자’고 말씀하셨다”며 “부모님이 선뜻 나서는 모습에 나머지 가족들도 함께 서약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소박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살라”는 고인의 유언을 가슴에 새겨, 대대로 시신기증 약속을 지키기로 다짐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