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의 주체적 확립에 크게 기여했던 철학자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동아일보 상하이(上海) 특파원이었던 신언준(1904~1938) 선생의 아들로 1931년 중국에서 태어났다.

이후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가 1ㆍ4 후퇴 때 월남해 고려대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고인은 63년부터 97년까지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화이트헤드 등 주로 영미(英美)철학을 가르쳤다.

고려대 강사시절이던 60년부터 ‘사상계’의 편집위원과 편집국장을 맡았던 고인은 국내 철학계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사회철학 분야 개척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때 운동권에서 널리 읽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국내에 소개한 것도 고인의 공이었다.

또 60년대 중반 고 박종홍(1903~1976)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한국사상연구회를 창립하고 학술지 ‘한국사상’을 펴내며 한국철학 연구의 기틀을 닦았다.

70년대 이후에는 북한의 주체철학에 대한 비판적 연구에 몰두하며 북한체제의 전(前) 근대성과 전체주의적 위험성을 앞서 짚었다.

영미 자유주의 철학에 천착한 고인은 2001년 시장경제를 열렬히 옹호한 철학자 하이에크의 연구를 발전시켜 ‘시장의 철학’을 펴냈고, 2004년에도 ‘주체사상의 형성과 쇠퇴’ ‘뉴라이트와 시장의 철학’ 등의 저서를 내며 말년까지 학자로서의 성실성을 잃지 않았다.

유족은 부인 이경숙(71)씨와 아들 영석(삼성선물 상무)씨와 3녀가 있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