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 물씬한 순백의 매력

19일 오후 2시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2001년 최민식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파이란’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홍콩 인기 여배우 장바이츠(25ㆍ張栢芝)가 5년 만에 한국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첸 카이거(陳凱歌)감독의 새 영화 ‘무극’(無極ㆍ영어 제목 The Promise) 기자시사회장이었다. 무대 인사를 위해 극장을 찾은 그녀는 핑크빛 재킷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리본이 달린 흰 장갑을 낀 깜찍한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어 2시간 뒤 신라호텔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확 바뀌어 있었다. 우아한 흰색 털 재킷과 타이트한 검정스커트, 오색이 찬란한 보석 목걸이로 화려한 멋을 뽐냈다.

모처럼의 한국 방문에서 최대한 매력을 발산하려는 듯. 그녀는 이렇게 천진난만한 소녀 같으면서, 감성이 풍부한 여인의 향기를 동시에 뿜어냈다.

“영화 ‘백 투더 퓨처’처럼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두 번째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녀는 환한 미소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5년 전 ‘파이란’을 찍을 때는 배역이 밀입국한 가난한 중국 소녀여서 극중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경찰에 쫓겨 다녔는데, 이번에는 화려한 옷차림에 예쁜 가방을 들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니 공주가 된 기분이에요.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사랑’이라는 표현으로 한국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표현한 장바이츠는 그 특별한 인연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1999년 ‘희극지왕’으로 데뷔한 장바이츠는 2001년 ‘파이란’ 출연으로 연기 인생의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고 했다.

“한국 최고의 배우 최민식과 ‘파이란’을 찍고 나니 홍콩에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인정해 주더라”며 “특히 2002년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후 홍콩에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상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했던 한국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장바이츠는 “장동건은 영원히 화를 낼 것 같지도 않고 조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며 “그는 제작진들 사이에서 ‘태국항공 스튜어디스’라 불렸을 정도였다”고 추켜올렸다.

이어 “최민식은 늘 활달한 모습으로 말도 많이 하고 농담도 자주 건넸다. 뭔가 자유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면서 “두 분을 합쳐 놓으면 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극’에서 장바이츠는 운명의 고리에 얽매어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왕비 ‘칭청’ 역을 맡았다. 세상의 모든 부귀 영화를 누리고 모든 남자의 사랑을 받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가혹한 운명으로 괴로워한다.

장군의 갑옷을 입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폭포 속으로 뛰어내린 ‘쿤룬’(장동건)을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 장군으로 잘못 알고 장군과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진실한 사랑은 ‘쿤룬’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18세에 연기를 시작한 후 배우로서 늘 홍콩 언론의 관심에 묶여 있으니, 저도 어찌 보면 ‘칭청’과 비슷한 처지일 수 있어요. 하지만 칭청은 운명의 고리에 묶여 살지만 저는 제가 찾고 싶은 사랑, 제 삶의 방식을 지키려고 애쓰며 더 용감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장바이츠는 자신의 말처럼 용감하고 열정적이었다. 기실 ‘무극’의 출연도 자존심을 버린 도전의 결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홍콩에서 1년이면 4편이 넘는 영화의 주연을 꿰차는 최고의 배우로 대우 받지만, ‘무극’ 출연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오디션에 참가하여 장만옥 등과 경쟁한 끝에 ‘칭청’ 배역을 따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이란 작품이 좋고, 아시아 최고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홍콩의 인기 배우를 넘어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아시아를 물들이고 있는 장바이츠. “스스로의 연기에 감동하지 못하면 관객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연기철학을 지닌 그녀. 험하고 거친 연기자의 운명을 현명하게 개척해 나가고 있는 힘은 그 진실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생년월일: 1980년 5월 24일

키:165㎝ 체중: 47㎏

학력: 호주 RMIT대 졸업

특기: 수영, 테니스

수상: 2000년 홍콩금장상 신인상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