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모렌지' 마스터 디스틸러 빌 럼스든 박사

“한국인들은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이름이나 숙성년도 만으로 위스키를 골라 드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스키라고 다 같은 위스키가 아니죠.” .”

국내에서 세 번째로 선을 보이는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 ‘글렌모렌지’(blenmorangie)의 마스터 디스틸러인 빌 럼스든 박사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호응은 이미 일본이나 대만에서 입증이 됐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도 머잖아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직함인 마스터 디스틸러는 스코틀랜드 본사에서 위스키를 증류해 내는 최고 기술자임을 나타낸다. 대학 재학 때부터 술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던 그는 발효과학 부문에서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으며 20년 이상을 위스키업계에 몸담고 있다.

또한 1843년 창립된 글렌모렌지는 ‘테인의 16인’이라 불리는 몰트 위스키 장인들의 손으로 술을 생산하는데 그 역시 이 16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몰트 위스키는 한 마디로 위스키의 롤스로이스(명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순수하고 고급스러운 맛과 향 때문이지요.” 맛은 그의 표현대로 부드러우면서도(soft) 풍부하며(rich) 향은 강하다(smoky).

흔히 스카치 위스키는 ‘싱글 몰트’ ‘블렌디드 몰트’ ‘블렌디드 스카치’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이 중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다른 종류들과 혼합(블렌딩)하지 않고 100% 보리(맥아)로만 만드는 순종 위스키다.

술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오크통도 최고급만을 사용해 10년 이상 원액을 숙성시켜 다른 위스키 종류들보다 고급을 지향한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주로 만들어온 스코틀랜드에서도 싱글몰트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68년부터.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한국처럼 위스키 애호가들이 많은 나라에서 실제로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를 드시던 분들이 몰트(malt)위스키로 옮겨가는 것이 요즘의 추세입니다” 그의 임무도 싱글 몰트 위스키를 널리 알리는 일.

16일 한국을 찾은 그는 주말까지 한국의 고객과 애호가들을 만나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한국에서도 치마처럼 생긴 스코틀랜드 고유 의상인 ‘킬트’를 입고 다닌 그가 주로 한 일은 몰트 위스키의 개념과 맛, 향을 일일이 설명해 주는 것. 그는 “잔에 위스키를 따른 후 몇 번 흔들어 주세요. 그리고 향을 맡은 후 약간 맛을 보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했다.

“잔에 술을 따르자 벌컥벌컥 순식간에 마셔 버리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했어요.” “위스키의 원조 나라인 스코틀랜드에서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경우는 찾아 보기 힘들다”며 “물을 타서 마시거나 얼음을 얹어 마시는 것이 향과 맛을 음미하는데 더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