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클릭] 개그계 스타에서 뮤지컬 '찰리 브라운' 타이틀 롤 맡으며 뮤지컬 배우로 변신

4월 6일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올릴 뮤지컬 ‘찰리 브라운’은 개그계 스타 ‘컬투’의 김태균(33)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연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담되지 않느냐”고 슬쩍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부담 느낄 시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연습해야죠.” 똑부러지는 말투 속에서 작품에 임하는 다부진 각오가 묻어난다.

1994년 MBC 공채 개그맨 5기로 데뷔한 그는 그동안 개그팀 ‘컬투’로 TV는 물론 대학로 등지에서 수없이 라이브 공연을 펼쳐왔지만, 뮤지컬에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데뷔 소감을 묻자 “학교에 다시 들어간 듯한 기분”이라며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코미디가 그간 익혀온 것을 발산하는 작업이었다면, 뮤지컬은 하나하나 새롭게 소양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마치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아이 같은 캐릭터 때문에 화면 속의 그는 늘 귀엽고 천진난만하게 보이지만,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인 공연장에서 만난 그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운동복 차림의 소탈한 모습임에도 한눈에 강인함이 느껴졌다. 목소리도 굵고, 힘차다.

“아내도 가끔 제 겉모습에서 아이 같은 면이 엿보인다고 해요. 근데 사실 전 귀엽단 말, 별로 안 좋아해요.”

여하튼 그래도 그가 지금껏 대중에 어필해온 귀여운 이미지는 뮤지컬 배우로의 데뷔에도 확실히 강점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설정된 배역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대중에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뮤지컬 ‘찰리 브라운’은 우리에게 ‘스누피’(snoop)로 잘 알려진 찰스 슐츠의 단편 만화 ‘피너츠’(peanuts)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만화 역사상 가장 비운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타이틀롤 ‘찰리’역을 맡았다. 하루하루가 실수투성이고, 머피의 법칙조차 그를 위해 만들어진 듯, 하는 일마다 불운이 따라다닌다.

인간적인 찰리 모습 구현하겠다 의욕

“찰리는 늘 우울해하고 열등감에 싸여 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착한 아이에요.” 어려서부터 찰리 브라운 만화를 좋아했다는 김태균은 벌써부터 찰리 역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캐스팅 당시부터 찰리 브라운의 어눌함과 귀여운 캐릭터에 딱 어울린다는 평을 들어왔던 그는 개인적으로도 깊은 인연(?)이 있다고 귀띔한다.

“군대 있을 때 즐겨 듣던 음반 중 하나가 이 만화의 기념 앨범이었어요. 또 얼마 전에는 국내에서 스누피(찰리 브라운의 애완견) 관련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바로 옆집에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같은 남다른 인연 때문인지, 좀 더 ‘인간적인’ 찰리의 모습을 구현하겠다고 목소리에 자신감이 들어간다.

9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토니상 2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보기 드문 수작이다. 그러나 2004, 2005년 국내에서 극단 한양레퍼토리에 의해 두 차례 공연된 이 작품은 흥행면에선 그리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생년월일: 1972년 9월 16일
키: 181㎝ 체중: 80㎏
혈액형: AB형
데뷔: 1994년 MBC 공채 개그맨 5기
취미: 시 쓰기, 노래, 낙서
학력: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졸업

그는 “뮤지컬 ‘찰리 브라운’이 만화가 원작이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아동극이라고만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사실 어느 작품보다 인생에 대한 통찰력과 철학적인 유머가 살아있는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하루 8~10시간 강행군하는 연습에도 피곤을 모른다”는 김태균은 “무대에 오를 때가 가장 즐겁다.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한다. 그런 김태균에게 2006년은 매우 행복한 해다.

뮤지컬 ‘찰리 브라운’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변신을 하며, 또한 가정적으로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아내가 임신해 소중한 2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내가 잘해줘서인지 최근 4kg이나 살이 쪘다”며 “찰리 브라운의 동글동글한 캐릭터를 표현하기엔 더 적합한 체격이 된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1년에 한 작품이라도 공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김태균. 내친 김에 직접 제작자로 나설 계획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코미디 비언어 퍼포먼스를 기획 중입니다. 난타같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공연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어수룩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찰리 브라운처럼, 끊임없이 세상에 웃음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그는 진정 ‘행복한 남자’인 것 같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