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마당발 김재록(46ㆍ구속)씨 로비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의 칼 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부자가 수사 대상에 올라있고 또다른 정ㆍ재계 인사들도 거론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국부유출 사건으로 기록될 외환은행 매각에 관련된 전·현직 정부 고위인사들도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중하고 치밀하게 느릿한 행보를 하면서도 한순간 날렵하게 베고 찔러 상대를 압박하는 고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대의 공포는 더하고 파장의 끝은 알 수 없다. 전체 검찰수사의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는 대검 중수부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채 수사기획관은 대검과 서울지검에서 특수부와 마약부를 거친 공인된 ‘특수통’이다. 서울 법대를 졸업(1981년)하고 이듬해 사시 24회에 합격, 서울지검에서 초임 검사를 지냈다.

그는 서울지검 ‘마약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1995년에 12ㆍ12 및 5ㆍ18사건 특별수사본부로 차출되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특수 수사를 경험했다. 당시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97년 초 특별수사본부가 15개월 만에 해체되면서 밀양지청장 발령을 받아 동기 중 선두 주자로 나섰다.

채 수사기획관은 98년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성 비리 사건’과 관련해 정대철 전 의원을 수사하면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경성 비리 사건은 지방 건설사인 경성건설이 한국부동산신탁으로부터 1,000억원대의 특혜 대출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된 사건으로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였던 정대철 대표 등 10여 명의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채 수사기획관은 1차 수사팀의 주임검사를 맡아 정 전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가 ‘축소 수사’ 의혹이 일자 서울지검 형사2부로 전격 ‘좌천’돼 오랫동안 한직을 맴돌았다.

그는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서울지검 특수2부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후 김명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뇌물수수 비리를 적발해 구속하면서 성가를 올린 뒤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내사에 착수해 정대철 전 의원을 구속하는 등 대형사건의 주임검사로 맹활약했다.

채 수사기획관은 김재록 사건 브리핑에서 “레일 하나가 더 생겼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는) 여태까지 하나의 가지였다면 이제는 또다른 나무다”라며 김재록 로비 사건과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 같은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일 것을 예고해 정·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의 탈세와 외환도피 사건을 우선 강도 높게 수사할 것임을 밝혔다.

채 수사기획관의 서랍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재직시 담당했던 재계 최대 관심 사항인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저가 발행 고발사건도 놓여 있다. 삼성그룹도 마냥 불구경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한 채 수사기획관. ‘인화(人和)’를 앞세워 검사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그의 칼날이 어디까지 도려낼 지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