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메이드 인 씨' 발표, 절친한 친구 잃은 충격 털고 본격 활동

그녀는 긴 터널을 지나온 모양이었다. 최근 솔로 3집 앨범 ‘메인드 인 씨(Made In Sea)’의 ‘V.I.P’로 맹활약하고 있는 가수 바다(26).

3월 23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그녀는 점심도 거른 채 인터뷰 장소에 바삐 들어섰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방송 녹화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바다는 거의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았다. 어딘가 묘한 ‘야생’의 매력까지 뿜어내는 그녀에게선 중성적인 느낌이 무척 강했다.

사실 우리나라 꽃소녀 그룹의 원조인 S.E.S 출신의 바다가 이렇게까지 변한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예전엔 요정 이미지였는데, 요즘 참 많이 변했어요”라는 질문에 그녀가 내뱉은 답이 꽤 걸작이다. “예전이 컨셉이었죠.” 털털하고, 중성적으로 보이는 지금이 바다 본연의 모습이고, 예전의 모습이 꾸며진 이미지였다 한다.

“지금에야 고민을 해요. 왜 그간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지 못했을까. 2003년 솔로로 처음 나왔을 때는 솔직히 S.E.S의 요정 이미지에서 크게 달라질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 것이 다 ‘과정’이겠죠.”

지난해는 바다에게 너무나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녀의 대학(단국대 연극영화과) 동기이자, 가장 절친한 연예인 동료였던 친구 이은주의 자살. 바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통곡했고 연예 활동도 접었다. “옛날 같으면 가식적으로라도 활동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때문에 2집(2004년 9월)을 내고 1년이 넘게 쉬었다.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고, 낚시도 즐겼다.

혹 책 속에 ‘길’이 있나 싶어 독서삼매경에도 빠져봤다.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지금도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그때는 몰라서 두려웠다면, 이제는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대로’를 존중하자고 마음 먹으니 훨씬 좋아요.”

생년월일: 1980년 2월 28일
키:164㎝ 체중: 47㎏
혈액형: AB형
가족: 1남2녀 중 막내 (아버지-가수 최세월)
취미: 글 쓰기,시 쓰기
특기: 남도 민요
출신학교: 단국대 연극영화과

자신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졌다. “과거 제가 저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는 부담감이 컸던 반면, 지금의 제가 저이기에 자신 있다고 생각해요. 잘 하든, 못하든 그게 저라는 걸 인정하고 싶어요.”

마음이 가벼워지니까 음악 스타일도 한결 편해졌다. 팬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솔로 1ㆍ2집 때 바다의 음악이 다소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던 팬들은 한 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3집 음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특히 바다가 부른 노래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 평가 받는 ‘V.I.P’는 3집 타이틀곡 ‘파인드 더 웨이(Find The Way)’에서 새롭게 후속곡으로 선보인 지 단 1주 만에 인기가요 순위 정상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V.I.P’는 바다에게 매우 각별한 곡이다. ‘V.I.P’로 오랫동안 활동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3년간 닮고 싶은 여자 목소리 1위에, 감사하게도 늘 제가 뽑혔었어요. 그런데 그에 걸맞는 히트곡이 없어 그런 얘길 들을 자격이 있나 싶어 속앓이를 했죠. 이제 그런 칭찬에 상응할 만한 곡을 대표곡으로 만들고 싶어요.”

의류 사업가로도 바쁜 나날

최근 바다는 ‘T.I Star B-4’라는 의류 브랜드를 내고 사업가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말 눈 코 뜰 새가 없어 끼니조차 거르기 일쑤다.

원래 점심을 먹으며 인터뷰를 할 작정이었지만, 일정에 쫓겨 음식점에 와서도 주스만 마시고 일어서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바쁜 삶이 좋다.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오랜 공백 후 나타났는데 많이 사랑해줘서 가슴이 뭉클해요.”

방황도 했고, 고통도 컸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요즘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S.E.S때는 결혼이 빨리 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일이 재미 있어 별 생각 없어요. 한계를 두지 않고 제가 원하는 것 자유롭게 다 해보면서 과감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말이죠.”

세찬 파도를 견뎌낸 바다는 그렇게 더 깊고 더 넓은 곳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