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곡하는 한국인' 책 펴낸 김병훈씨

일제의 침략사를 미화하는 우익 교과서, 고구려 역사를 찬탈하려는 동북공정 등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그런데 한국인들도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것도 한국인이. 아마도 그는 매국노, 친일파, 사대주의자 등 융단폭격의 말폭탄을 맞을 것이다.

그런데 돌맞을 각오로 그런 주장을 담은 책이 나왔다. <역사를 왜곡하는 한국인>이 그 책이다. 책 제목부터 다분히 선정적이고 도발적이다.

지은이는 김병훈 씨. 전진 일간지 기자출신인 김 씨는 “한국도 우리 입맛에 맞게 역사를 상당히 왜곡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중심으로 우리의 과거사 왜곡을 비판했지요.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약간의 고민도 있었지만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집필하기로 결심했습니다”고 책을 낸 이유를 설명한다.

사실 김 씨는 역사를 학문적으로 깊게 파고드는 사학자가 아니다. 다만 기자출신답게 진실을 파헤친다는 심정으로 꼼꼼하게 우리 국사교과서를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부제로 ‘엉터리 국사교과서를 비판한다’라고 달았다.

물론 그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왜곡하니 우리도 과거사를 적당히 왜곡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역설한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남들과 비교해서 적당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의 과거사 왜곡 사례를 크게 ▲ 일본의 과거를 지나치게 깎아 내리기 ▲ 위대한 단일민족이라는 역사 만들기 ▲ 비극적인 현대사 모른 체하기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제시한다.

예를 들면 “반만년 단일민족이라고 과장하고, 연나라 사람 위만을 조선인으로 바꾸고,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백제인을 일방적인 시혜자로 추켜세우고, 신라 화랑의 역사를 미화하고, 심지어 일부 현대사조차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다르게 변색하고 있어요”라고 주장한다.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하고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행한 국사교과서에 ‘위만은 고조선으로 들어올 때에 상투를 틀고 조선인의 옷을 입고 있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사편찬위원회 인터넷 사이트(www.history.go.kr)는 〈사기(史記)〉조선열전 중 관련된 내용을 ‘滿(위만)도 망명하였다. 무리 천여인을 모아 상투에 오랑캐의 복장을 하고서’라고 번역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셈이죠. ‘오랑캐의 복장’의 원문은 ‘만이복(蠻夷服)’입니다. ‘조선인의 옷’이라고 번역할 근거가 없어요. 그런데 교과서에만 다르게 적고 있어요. 그것은 중국의 망명인이 고조선의 왕이 된 사실을 은폐하려고 왜곡한 것이 아닙니까.”

국사편찬위원회가 일부러 국사교과서에만 다르게 적었다면 문제가 적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에 담긴 내용 중 일부는 사실 여부에 대해 논란의 소지는 있겠지만 대부분 내용은 전문 사학자들의 책에서 이미 언급된 것들로 학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덧붙였다.

“일본을 알고 싶어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고대 시대에 일본이 한반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우리 역사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축소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고 말한 그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왜곡된 국사교과서가 아직도 바로잡아지지 않고 있어요. 분수 넘은 말이지만 학계 논쟁을 거쳐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빨리 나와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