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하고 솔직한 '매력 여우' 영화 '아랑'서 여형사 역 맡아

“무섭지 않았어요. 찝찝해서 못 간 거죠.”

“공포 영화 찍느라 무서워서 화장실에 못 가 변비에 걸렸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이렇게 일축한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하과 청순한 새침데기의 이미지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신 솔직하고, 털털하다. 그리고 여유롭다. “저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부담이 될 때가 있죠.”

1995년 KBS 슈퍼탤런트 금상을 받으며 데뷔해 벌써 연기생활 10년을 넘긴 송윤아(33)는 연예인이라면 큰 고민일 게 분명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의 사이 차이’를 슬기롭게 인정하고, 조절할 줄 안다.

28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아랑’(감독 안상훈, 제작 더 드림&픽쳐스)에서 그녀는 연쇄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강력반 여형사 소영 역을 맡았다. 검게 그을려 죽은 개의 배를 아무렇지 않게 갈라 속을 파헤치고, 샌드백을 두드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형사답다. 하지만 그 말투와 표정은 상당히 부드럽다.

원래 시나리오상으로는 굉장히 중성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송윤아는 대중들이 그녀를 통해서 보고 싶어하는 청순하고 참한 이미지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형사라는 남성적 캐릭터에 그녀 특유의 여성적 색채를 입혔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의 ‘소영’은 욕 한 마디도 멋있게 할 줄 아는 중성적인 여자였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있고. 그런 제가 그렇게 터프하고 건조한 형사 역으로 나와서 관객들이 거리감이나 어색함을 느끼면 실패라고 생각해 캐릭터를 바꾸었죠.”

‘페이스’(2004)에 이어 공포영화는 두 번째다. 많은 사람들이 “왜 자꾸 공포영화를 하느냐”고 묻지만, 그녀에겐 그러한 질문이 오히려 의아하게만 느껴진다고 한다.

“공포영화 했으니까 다음 번에는 같은 장르 하지 말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은 없어요. 연기자로서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영화를 찍은 것일 뿐이죠.”

‘아랑’은 올해 개봉되는 한국 공포영화로 첫 테이프를 끊는다. 공교롭게도 월드컵 기간에 개봉된다. 어쩔 수 없이 월드컵 중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

생년월일: 1973년 6월 7일
키: 169cm 몸무게: 48kg
혈액형: O형
취미: 영화감상, 독서
특기: 피아노, 바이올린, 골프
출신학교: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데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금상

“월드컵 영향으로 어떤 영화를 막론하고 극장가 관객이 80% 이상 줄었대요. 저 역시 한 골 한 골 숨죽이며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죠. 하지만 월드컵 기간에도 영화는 개봉돼야 하잖아요.”

월드컵과 경쟁해야 하는 무서운(?)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번 영화는 아름답고, 무섭고, 재미있어요”라고 애교 섞인 선전을 끼워넣는다.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긴 송윤아. 그래도 언제나 일등 신부감으로 첫손에 꼽히는 그녀의 결혼은 대한민국 뭇남성의 관심사 중 하나. 최근에는 결혼 문제로 점집에 다녀왔다는 고백으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주변 동료들이 “최고의 신부감”이라고 치켜올리는 데 대해 “그 얘기는 10년이나 들었구요. 저는 정작 시집을 못 갔거든요”하며 환하게 웃는다.

솔직해서 더 아름다운 ‘호러퀸’ 송윤아. 그녀의 ‘시원시원한’ 매력이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도 나이만큼 삼삼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어놓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