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씩씩한 아줌마로 브라운관 복귀

생년월일: 1968년 6월 25일
키: 168cm 체중: 48kg
출신학교: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취미: 공연 관람, 수집, 그림 그리기
특기: 고전 무용
데뷔: 1984년 가나 초콜렛 CF모델
“저 ‘소박한’ 사람이에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 하며 살죠.”

배우 채시라(38)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의외다. 1984년 가나 초콜렛 CF 데뷔, 하이틴 시절부터 줄곧 ‘별 중의 별’로 명성을 누려온 그녀가 아니던가. 불혹의 나이가 가까워져 오지만 외모는 여전히 화려하고, 당당해 보인다.

“머리(손질) 하고, 메이크업 하고 그러고 다니면 누구나 다 예쁘고, 화려해 보이죠. 하지만 어떻게 늘 그렇게 지내겠어요. 피곤해서 못 살죠.”

화려한 ‘여왕’ 같은 이미지가 강한 ‘미시 탤런트’ 채시라가 이전과는 딴판인 모습으로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KBS 새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박계옥 극본, 정해룡 연출)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주부 ‘오소영’. 공주처럼 자랐지만, 결혼 후 아이 둘을 키우면서 박봉의 남편을 돕기 위해 ‘중고 자동차 딜러’ ‘식당 주방업무 보조’ 등 궂은 일도 억척스럽게 해내는 ‘씩씩한 아줌마’다.

“좀 더 아줌마답게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좀 잘랐어요. 극 중에 메이크업도 안 하고 옷도 헐렁헐렁하게 입고 집 안에서 아이와 뛰어 노는 모습은 실제 제 모습과도 꼭 같아요.”

전작 ‘애정의 조건’에서 이혼당하고 아이까지 빼앗긴 뒤 절규하는 눈물 신으로 장안에 화제를 뿌렸던 그녀는 이번에도 ‘진한 눈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선보일 눈물 연기에 대해 그녀는 ‘더 깊어진 눈물’이라고 의미심장하게 표현했다.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가 코에 호흡기를 끼고 병원에 누워 있는 장면이 있었어요. 아픈 아이를 보며 소영이는 ‘너 튼튼하게 못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하며 울죠. 시놉을 보고 저도 참 많이 울었어요. 아마 아이를 둔 엄마라면 다들 많이 공감할 거예요.”

얄궂게도 ‘애정의 조건’에 이어 또 다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는다. 늘 바깥일에만 매달려 가족은 뒷전인 남편에게 실망해 이혼을 결심한다.

“애정의 조건과 비슷한 역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라요. 그때는 제 잘못으로 아이를 뺏기고, 어떻게든 아이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자꾸 겉으로만 도는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 더 안타까워요.”

그렇게 남편에게서 마음이 멀어질 즈음, 백마 탄 왕자 같은 ‘첫사랑’이 다시 나타나 풋풋한 로맨스도 맛본다. 그렇다고 불륜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따뜻하고 인간적인 가족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뒤늦게 남편이 알츠하이머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고, 앞으로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할 그녀를 위해 첫사랑과 맺어주려 노력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남자판 ‘장밋빛 인생’이라고 하기도 해요. 제가 보기에는 ‘인생은 아름다워’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가수 김태욱과 소문난 잉꼬 부부로 통하는 채시라는 개인적으로도 찬란한 젊음이 사라진 뒤에 더욱 아름다워진 삶을 만끽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아이 엄마라는 큰 상을 받아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인지 ‘엄마’ 역만 해도 2년 전 애정의 조건 때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것 같고, 더 나이를 먹고서 엄마 연기를 하면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즐거워요. 나이 들어가는 게 참 행복해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완숙한 향기를 발산하는 채시라. 그녀가 ‘투명인간 최장수’를 통해 보여줄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 어떨지 자못 기대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