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미스코리아 경기 진 출신 탤런트 SBS 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로 도약 날갯짓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다섯 번의 테스트 끝에, 마침내 뽑혔다. SBS 금요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에 출연 중인 신예 탤런트 박혜영(23)이다.

2003 미스 경기 진에 뽑혔지만,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에선 최종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했고, 올 상반기 재능 있는 연기자 지망생 대상으로 청춘드라마 주인공을 뽑는 프로그램인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선 아쉽게도 2등이 돼 화려한 데뷔 기회를 놓쳤지만,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연기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첫 촬영지가 사이판이었는데, 가는 날까지 안 믿었어요. 공항에서 비행기표를 받고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드라마 ‘가을동화’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첫 드라마에 캐스팅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린 셈이다.

“친구들은 한창 입시 준비에만 몰두하는데 저는 여기저기 사무실(연예 기획사) 미팅 다니랴 공부하랴 별 성과 없이 바빴어요. 이후로 (연기자 준비를 하며) 아무 일없이 5년을 보냈는데 그 시간이 참 길게만 느껴졌어요.”

미스코리아 대회는 그런 박혜영의 스타 자질을 공개적으로 검증 받은 첫 대회. 그러나 “연기자가 되려고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냐”는 물음엔 금방 얼굴이 빨개진다.

“대회 장소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었어요. 그렇게 큰 대회에 나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나갔는데, 예기치 않게 ‘경기 진’ 타이틀이 주어져 쑥스러웠어요.”

사실상 이름을 알린 건 4, 5월 방영됐던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서였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5주 동안 진행되는 차례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10명의 출연자 중 매회 탈락자가 결정되는 서바이벌 게임. 그야말로 초긴장의 연속이었다.

“반응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생방송 도중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의견이 속속 올라오는데 많이 부담되더군요. 결과를 떠나, 객관적인 충고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한데, 두 번 하라면 못할 거 같아요.”

생년월일: 1983년 6월 24일
키: 170cm 체중: 49kg
혈액형: B형 취미: 십자수
출신학교: 대진대 연극영화과 2년 (휴학)
데뷔: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

현재의 관심사는 오직 ‘내사랑 못난이’. 영화배우 겸 가수로 신분상승을 위해 재벌의 내연녀가 되는 악역 ‘서유경’ 역할이다. “원래부터 악역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유경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악역인 게 약점이네요. 매우 유치한 아이죠. 처음에는 그런 유경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정말 생각 없는 아이라 여기니 연기하기 편해졌어요.”

그럼 극 중 재벌과의 관계처럼, 요즘 그 말 많은 스타와 재벌과의 만남을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좋아해서 만나는 거라면 나쁠 게 없죠. 오로지 환경만 보는 건, 글쎄요. 전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게 분명한 성격이라 싫은 사람과는 마주하지도 않거든요.”

그렇다면 과연 실제 박혜영의 이상형은? “어릴 때는 무뚝뚝하지만 가끔 한마디 하면 웃기는 사람이 좋았는데 지금은 자상한 남자가 좋아요. 외모는 쌍거풀 없이 큰 눈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른바 ‘탤런트 소지섭 스타일’이란다.

이처럼 시원시원하고 매사 똑부러지는 박혜영의 10년 뒤 모습이 궁금하다.

“스타덤에 오르기보단 꾸준히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한번에 강인한 인상을 주진 않더라도 볼수록 사람들의 눈에 익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 말이죠. 또 제가 존경하는 유호정 선배처럼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길게 가는’ 생명력 있는 연기자이길 바라는 그녀의 말 속에서 왠지 ‘굵은’ 연기자 탄생의 예감이 드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두고 볼 일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