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미스코리아 경기 진 출신 탤런트 SBS 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로 도약 날갯짓
2003 미스 경기 진에 뽑혔지만,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에선 최종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했고, 올 상반기 재능 있는 연기자 지망생 대상으로 청춘드라마 주인공을 뽑는 프로그램인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선 아쉽게도 2등이 돼 화려한 데뷔 기회를 놓쳤지만,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연기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첫 촬영지가 사이판이었는데, 가는 날까지 안 믿었어요. 공항에서 비행기표를 받고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드라마 ‘가을동화’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첫 드라마에 캐스팅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린 셈이다.
“친구들은 한창 입시 준비에만 몰두하는데 저는 여기저기 사무실(연예 기획사) 미팅 다니랴 공부하랴 별 성과 없이 바빴어요. 이후로 (연기자 준비를 하며) 아무 일없이 5년을 보냈는데 그 시간이 참 길게만 느껴졌어요.”
미스코리아 대회는 그런 박혜영의 스타 자질을 공개적으로 검증 받은 첫 대회. 그러나 “연기자가 되려고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냐”는 물음엔 금방 얼굴이 빨개진다.
“대회 장소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었어요. 그렇게 큰 대회에 나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나갔는데, 예기치 않게 ‘경기 진’ 타이틀이 주어져 쑥스러웠어요.”
사실상 이름을 알린 건 4, 5월 방영됐던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서였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5주 동안 진행되는 차례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10명의 출연자 중 매회 탈락자가 결정되는 서바이벌 게임. 그야말로 초긴장의 연속이었다.
“반응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생방송 도중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의견이 속속 올라오는데 많이 부담되더군요. 결과를 떠나, 객관적인 충고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한데, 두 번 하라면 못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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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관심사는 오직 ‘내사랑 못난이’. 영화배우 겸 가수로 신분상승을 위해 재벌의 내연녀가 되는 악역 ‘서유경’ 역할이다. “원래부터 악역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유경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악역인 게 약점이네요. 매우 유치한 아이죠. 처음에는 그런 유경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정말 생각 없는 아이라 여기니 연기하기 편해졌어요.”
그럼 극 중 재벌과의 관계처럼, 요즘 그 말 많은 스타와 재벌과의 만남을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좋아해서 만나는 거라면 나쁠 게 없죠. 오로지 환경만 보는 건, 글쎄요. 전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게 분명한 성격이라 싫은 사람과는 마주하지도 않거든요.”
그렇다면 과연 실제 박혜영의 이상형은? “어릴 때는 무뚝뚝하지만 가끔 한마디 하면 웃기는 사람이 좋았는데 지금은 자상한 남자가 좋아요. 외모는 쌍거풀 없이 큰 눈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른바 ‘탤런트 소지섭 스타일’이란다.
이처럼 시원시원하고 매사 똑부러지는 박혜영의 10년 뒤 모습이 궁금하다.
“스타덤에 오르기보단 꾸준히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한번에 강인한 인상을 주진 않더라도 볼수록 사람들의 눈에 익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 말이죠. 또 제가 존경하는 유호정 선배처럼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길게 가는’ 생명력 있는 연기자이길 바라는 그녀의 말 속에서 왠지 ‘굵은’ 연기자 탄생의 예감이 드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두고 볼 일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