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산업기술발전진흥회 차우수 수석대표

“한지(韓紙)는 우리의 전통산업이자 민족문화를 살릴 수 있는 문화원형의 자산입니다. 한지의 특성을 살려 산업에 활용하면 옷감에서 로봇의 신소재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해 차세대 신성장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한지산업기술발전진흥회 차우수(48) 수석대표는 요즘 ‘한지 전도사’로 나섰다. 한지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이를 산업화해 우리 문화를 되살리고 경제 발전에도 한몫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차 대표는 지난 9월 국회에서 한지산업 발전을 위한 전시회를 개최해 입법 차원의 지원을 환기시켰는가 하면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서 열린 ‘2006 한(韓)브랜드 박람회’에 참여, 한지의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흔히 ‘닥종이’로도 불리는 우리나라 한지는 보존성과 성능, 기능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종이.

일본의 화지(和紙)보다 강도가 20~30% 높고 1,00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 1,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630여 년된 직지심경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갖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도 한지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한지를 이용해 우주선 보호장비나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금지원을 받아 한미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고 농업용 멀칭지, 과일ㆍ쌀 포장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반도체 원료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지 산업의 현실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지의 가능성을 외면해 한지제조업체는 점차 줄어들고 극소수 장인들이 명맥을 이어오는 상황이다. 중국ㆍ태국ㆍ베트남 등지에서 값싼 한지가 들어오면서 국내 한지시장에서 전통한지의 점유율은 5%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그들의 화지를 역사기록용 보존용지나 공예용지로 프랑스 등 유럽에 대량 수출하면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차 대표가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6년 전, 전통한지를 생산하는 충북 괴산군의 ‘신풍한지’를 방문하면서다. “전통적 제작 방식이 우리만의 것이고 그렇게 만든 한지가 세계에서 품질이 가장 좋은데 쇠락해가는 게 안타까웠고 산업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습니다.”예컨대 스피커의 떨림판을 한지로 제작할 경우 원음을 가장 완벽하게 재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한다.

차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지 생산자와 공예가, 학자 등을 주축으로 ‘한지산업기술발전진흥회’를 발족시키고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사단법인 승인까지 받았다.

한지의 산업화 촉진을 위해 그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KS 규격화를 통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증을 받는 일. 이를 위해 그는 지난해부터 기술표준원과 공동으로 한지 및 각종 한지제품에 대한 표준화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차 대표는 “제품의 규격화 등을 통한 산업화와 첨단화에 나선다면 우리나라가 첨단 기록용지 생산국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면서 “일본에 빼앗긴 세계 기록용지 시장도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후손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