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형 프레싱크 대표… 스타마케팅 두각

방송국 리포터와 VJ 등으로 활약했던 연예인이 패션 홍보대행사 사장으로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프레싱크(구 제이컴퍼니)의 오제형 대표가 바로 주인공.

1996년 TV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그는 ‘남자이면서도 여성적인’ 독특한 말씨와 몸짓으로 인기를 끌었던 방송인. 서강대 불문과를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말 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방송에 출연한 것이 연예계에 몸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가 출연한 프로 중 일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밤의 TV연예’. 이 프로에서 해외인사 전문 리포터로 일했던 그는 시트콤 코미디 연기자, VJ 등으로도 활약하며 자신의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친구의 요청으로 방송국 통역 일을 맡았는데 단 한 번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엉겁결에 데뷔하게 됐어요. 미리 준비하거나 기획사를 통해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오 대표는 “당시만 해도 왠지 여자 같은 캐릭터가 방송 프로에 선보인다는 건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한 데다 이미지가 고정된 역할만 맡게 되자 그는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그는 “어쩌다가 방송인이 된 것이라 그런지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방송 일을 접을 결심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라이브 클럽에서 노래를 하거나 번역, 패션ㆍ영화 잡지 등의 기고 등의 일을 해 나가던 오 대표는 2년 전 한 잡지사의 인터뷰 코너를 담당하게 되면서 홍보와 인연을 맺게 된다. 유명 유아용 브랜드 ‘타티에 쇼콜라’의 캐서린 팡방 회장을 취재하게 됐는데 그만 그 회사의 홍보까지 도맡게 된 것.

연예계와 방송에서 일했던 그의 경험은 홍보에서도 위력을 발했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어머니 타나 조의 영향을 받아서 어렸을 때부터 패션 잡지를 즐겨 보며 몸에 밴 패션 감각이 패션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밑거름이 된 것.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버버리, 발리, 마크 제이콥스 패션쇼, 크리스찬 디오르, 루이뷔똥, 질 스튜어트 슈즈라인, 아페세 등이 그가 홍보나 패션쇼 이벤트, 마케팅 등을 맡아왔던 패션 브랜드들.

아무래도 방송 연예계 출신이어서 그런지 오 대표는 스타 마케팅에 강하다. 벌써 패션계에서는 브랜드나 스타일에 걸맞는 유명 연예인들과 매치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 그만큼 패션 홍보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가 진행한 패션쇼나 홍보 이벤트에는 이준기, 김혜수, 엄정화 등 이름만 대도 고개를 끄떡일 만한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 온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

“무조건 연예인들을 잘 안다고 제가 다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 브랜드의 특성과 스타가 어떻게 잘 조화되고 표현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추천하고 설득할 뿐이죠.” “물론 개인적인 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고백하는 오 대표는 하지만 “효과적인 스타마케팅의 밑바탕에는 안목과 노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오 대표는 단순한 홍보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홍보와 마케팅이 어우러지는 MPR, 즉 마케팅 홍보가 그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홍보도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 얼마전 하이네켄의 휴대용 생맥주인 ‘드래프트 캐그’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것은 그가 시도한 홍보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하는 홍보가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클라이언트사와 함께 일하며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제겐 기쁨이에요.” 20명 가까이 되는 직원을 이끌고 있는 오 대표는 “앞으로 신나고 재미있는 라이프스타일적인 홍보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