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信열풍, 피카소도 샤갈도 눌렀죠"

이영국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을 기리는 음악제가 내년에 독일과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음악제는 브람스를 비롯한 생상, 요한스트라우스, 리하스트라우스, 바그너 등이 지휘자로 거쳐갔을 정도로 152년 전통의 명성을 가진 바덴바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주도한다.

바덴바덴 필하모니 단원들로 구성된‘앙상블 바덴바덴’은 2006독일월드컵을 기념해 6월 5일부터 9월 17일까지 바덴바덴에서 성대하게 거행된 ‘문신 조각전(MOON SHIN in Baden-Baden)’을 기념해 매년 8~9월께 문신의 작품세계인 조화, 상생, 사랑과 평화, 우주, 생명과 신비를 주제로 정례 연주의 밤 행사를 갖기로 했다. 또 조각전이 끝나는 날 열린 ‘문신 추모음악제’ 1주년이 되는 내년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 사이에 한국을 방문, 마산ㆍ서울 등지에서 순회 연주회도 갖는다.

바덴바덴 필하모니의 한국인 최초의 연주자(오보에 부수석)인 (35) 씨는 “지난 6~9월, 독일에서는 참으로 믿기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른바 ‘문신 열풍’. 문신 조각전에 앞서 열린 피카소전(2005년 9월~2006년 2월), 같은 시기에 개최된 샤갈전(2006년 7~10월)을 능가하는 열기로 바덴바덴을 ‘문신의 도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신 예술에 감동한 바덴바덴 필하모니 단원들도 ‘앙상블 바덴바덴’을 구성, 이례적으로 문신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바덴바덴시도 적극 지원에 나서 설립이래 한번도 외국의 예술가를 추모하기 위한 연주장으로 쓰인 적이 없는 영예의 전당인 ‘봐인브렌너잘’에서의 공연을 허용했다.

이 씨는 문신 조각전이 독일은 물론 유럽에 소개돼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전시 초반부터 음악 대신 문신에 관한 자료를 독일어로 번역하고 인터뷰,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문신과 그의 예술세계를 알리는데 발벗고 나섰다. 또한 추모음악회를 위해 독일에서 활동 중인 안성혁 작곡가를 찾아가 우리 가곡 ‘가고파’의 편곡을 요청했고, 문신이 좋아하던 윤이상의 ‘피리’ 를 직접 오보에로 연주하는 등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예술’을 인상 깊게 알렸다.

이 씨에 따르면 바덴바덴 필하모니는 문신 예술의 감동을 음악으로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앙상블 시메트리’, 일명 ‘문신 앙상블’ 을 발족하고 내년 한국 순회공연을 비롯해 문신 조각전이 열리는 곳에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자극적인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 문신 예술과의 만남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유익했고 하나의 도전이자 명예였다”고 말한다.

이 씨는 경희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석사, 뷔어츠부륵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그는 러시안 필하모니, 바덴바덴 필하모니 등에서 음악적 수준을 인정받았고 프랑크푸르트, 만하임, 하이델베르크 등지에서 바덴바덴 오케스트라 주최로 독주회를 열어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스위스, 프랑스 , 벨기에 등에서 음반도 발표하였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