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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희망을 함께 나눠요] '선천성 면역결핍증' 용성·용혁이네 가족
면역기능 떨어져 툭하면 발병… 형제 모두가 항생제로 버텨
한 번 아프면 4~5개월 입원… "유전자 치료에 한가닥 희망"







11월 15일 식도 검사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용성이. "PC게임 중 총싸움을 특히 좋아한다"는 용성이는 강한 경찰이나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김지곤 기자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세요.”

열한 살 용성이의 소원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친구들과 놀러도 가고···.

한창 개구쟁이짓을 하며 뛰어놀 나이지만, 용성이는 행여 넘어질까봐 걷는 것도 조심스럽다. 감기에 걸릴까 병원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태어날 때부터 면역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 대처하지 못하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국내에선 약 3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병을 용성이와 네 살 아래 동생 용혁(7)이가 함께 앓고 있다. 현재로선 끝없이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맞고, 감염이 일어나면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유일한 대처법이다.

용성이는 태어나자마자 항문 감염으로 인한 고름이 생겼다. 임파선도 수시로 부었다. 그럴 때마다 그저 고름을 빼내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돌 무렵이 됐을 땐 임파선이 너무 심하게 부어 병원에서 한 달이 넘게 입원해야 했다. 이상하게 치료를 해도 쉽게 낫지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큰 병원을 몇 군데 옮겨 가며 검사를 받은 결과 선천성 면역결핍증인 만성 육아종 질환(Chronic Granulomtous Diese: CGD)으로 판명됐다.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은 감염이 덜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기뻐한 순간도 잠시. 폐렴, 임파선염, 장염 등이 잇따라 발병해 자연히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반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질환도 이 병을 앓고 있는 용성이 형제에겐 치명적일 수 있었다.

지난 15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에서 만난 용성이와 엄마 서희정(35) 씨는 “오늘은 식도가 좁아져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엄마는 “며칠 후 검사 결과가 나올 텐데 입원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예 짐을 싸놓고 있다”고 힘없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성이가 태어난 이후로 줄곧 10여 년 동안이나 병마와 싸워왔지만, 여전히 엄마는 조금이라도 아이의 컨디션이 나빠질라 하면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렇게 한번씩 아플 때마다 치료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아이의 몸은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아기 때는 며칠 치료하고 나을 것도, 지금은 보통 두서너 달씩 걸러요.”

치료가 거듭될수록 이전에 사용한 약은 효과가 없어 점점 센 강도의 약을 사용하게 되고, 치료 기간은 길어지는 것이다. “폐를 치료하기 위해 독한 약을 먹으니 장ㆍ신장이 나빠지고, 신장이 안 좋아지니 혈압이 올라가고···”

악순환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독한 항생제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치료 강도를 높여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그래서 더 아프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용성이가 왼쪽 귀의 청력마저 잃고 마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엄마는 이를 얼른 알아채지 못했다. 나머지 한쪽 귀의 청력이 있어 말을 겨우 알아듣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 다른 병동의 한 아이가 청력을 잃은 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같은 약을 쓴 아이들이 모두 청력 검사를 받은 결과 청력 손실이 확인돼 엄마는 또 미안하다. 엄마는 “계속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아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며 말끝을 흐린다.

게다가 두 아이들이 같은 병으로 고통 받다 보니, 아이들은 서로 모자란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한다.

동생 용혁이는 형보다는 발병 빈도가 낮은 편이지만, 한번 아프면 보통 4~5개월 이상 장기 입원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렇게 일단 감염이 일어나면 보통 40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기 때문에 엄마는 병원을 한시도 떠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용혁이가 치료 받을 때는 용성이를 할머니에게 맡기는데, 아이는 엄마를 오랫동안 보지 못하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또 상처가 되는 모양이다.

엄마는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하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등 정서 결핍이 보여 잠깐 심리 치료를 받게도 했다”고 말했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많으니 솔직히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점점 학교 공부엔 흥미를 잃어가고 PC게임에 빠져든다. 친구들과 밖에서 만나 놀 수 없는 대신 컴퓨터를 통해 사이버 세계에서 아이들을 만나 같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요즘 용성이의 유일한 취미가 된 것이다.

늘상 항생제 치료를 받다 보니 “아이들이 약에 치여, 밥맛도 없고 기운도 없어 한다”고 엄마는 또 염려한다. 그래서인지 성장 발육도 더딘 편이다. 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용성이는 3학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입학할 당시만 해도 한 살 정도만 어리게 보였는데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동생 용혁이 역시 또래보다 조금 작은 편이다.

이런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병을 언제까지 잘 버텨줄지도 모르지만,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한다 해도 어떻게 험한 세상과 맞설지 걱정이다. “아프지만, 장애인이 아니어서 특수학교나 장애인 특별전형과 같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군 면제도(희귀질환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네요. 면역력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많이 다칠 수 있는 훈련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인지 안타까워요.” 엄마는 희귀질환 환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이 아쉽다고 했다.

이런 엄마는 요즘 다가오는 2007년을 하루하루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내년 용성이와 용혁이 형제가 새로 도입되는 유전자 치료를 받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건설 일을 하는 용성이 아빠의 수입이 불규칙한 편이어서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유전자 치료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 가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희귀병 아이가 둘이어서 마음이 더욱 무겁다”는 엄마는 “솔직히 둘째 아이는 임신 당시에 이미 어느 정도 질환을 예상하고 갈등도 많이 했지만 끝내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언젠가는 나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원인 및 증상

선천성 면역결핍증인 만성 육아종 질환(Chronic Granulomtous Diese: CGD)은 임상적으로 반복적이고 치명적인 세균과 진균의 감염과 육아종 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유전성 면역결핍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25만 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혈구 내에서 유독성 산소 대사물을 생성하는 효소의 하나인 NADPH oxidase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면역결핍 질환이다.

흔한 감염부위는 림프절, 피하조직, 폐, 간, 뼈, 소화기 등이며, 대개 1세 이전에 발견되나 10대 이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1세 이전에는 초기 증상으로 화농성 림프절염이 주로 발견되며,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흔한 결핵성 림프절염으로 자주 오인되는 경우가 많고, 육아종 형성의 병리 소견도 결핵과 유사하다.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림프절 종창 및 림프절 농양, 피부염증 및 농양, 열성 질환, 항문주의 염증과 농양, 폐렴, 만성 설사 등의 순이고, 대부분 생후 2개월 이내에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 진단 및 치료

유전자 이상이 병의 원인으로, 피 검사와 유전자 검사로 판별한다. 염증이 수반되는 이 병은 대개 40도 이상의 고열이 15일 이상 지속돼 균배양 검사를 통해 항생제를 투여한다. 처음엔 낮은 항생제로 시작하여 병 증상과 기간에 따라 고단위 항생제까지 불가피하게 투여하게 된다. 골수 이식도 하지만 이 또한 근본적 치료는 아니며, 유전자 치료가 임상실험을 거쳐 곧 시도될 예정이다.




입력시간 : 2006/11/27 12:5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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