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미술의 어울림… 떠들며 연주해요"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기쁘지만 청중들 앞에서 떠드는(?) 것도 즐거워요.”

한혜주 화정박물관장. 유명 하피스트인 그녀는 최근 관람객과 일반인들을 상대로 ‘살롱 콘서트’를 열고 있다. 살롱 콘서트란 무대라기보다는 조그만 홀이나 방에서 소수의 청중을 상대로 공연하는 형태. 무대와 객석을 통해 만나는 일반 공연과는 다르다.

지난 10월 처음 시작한 살롱 콘서트의 이름은 ‘화정 콘서트’. 명칭은 설립자인 한광호 한빛문화재단과 한국삼공㈜ 명예이사장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데 벌써 두 달 째다. 매번 50여 명의 청중이 찾아왔다. 박물관 전시 관람객들은 무료. 당일 관람료는 3,000원이다.

콘서트는 매달 둘째나 셋째 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1시간 동안 열린다. 지난 10월 14일 첫 공연은 ‘가을의 로맨스’를 주제로 바이올리니스트 이종진 씨가 같이 공연했다. 11월에는 남성 4중창단인 화정코어가 함께 선보였고 12월에는 16일 ‘시즌스 그리팅’이란 타이틀로 다양한 연주자들이 그녀의 하프 연주와 공연한다.

“관객들 코앞에서 바로 연주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요.” “청중과 함께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그녀는 “무대 위에서만 공연하다 무대 없이(?) 연주하니 음악으로 일반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콘서트 공연장은 박물관 1층의 조그만 홀. 음향 장치가 설치돼 있지도 않고 천연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공간에 울려 퍼진다. 더구나 벽과 주위에는 갖가지 미술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그녀는 “전시장 안에서 콘서트를 여니까 미술과 음악이 같이 사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별도로 비용을 추가한 것도 딱히 없다. 그녀 말대로 명작품 옆에서 명곡을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청중과 함께 음악과 전시 문화를 같이 이뤄나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살롱 콘서트 아이디어를 낸 그녀는 “박물관도 알리고 음악 연주 기회도 갖고 일석이조”라고 뿌듯해 한다. 본인 표현대로 ‘무보수’로 연주한다는 그녀는 “한 달에 한 번 독주회를 갖는 것 같다”며 오히려 즐거운 표정이다.

청중의 반응도 살아나고 있다. 매번 ‘앵콜’ 외침이 이어질 정도. “일반 공연장의 무대보다 이곳 박물관 홀에서 하프 소리가 크고 명쾌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그녀는 “청중보다 제가 더 떠드는 것 같다”며 “이제는 연주 사이사이 질문도 제법 들어온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때부터 하프를 시작한 그녀는 독일 뮌헨 뮤직 호크슐레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색서포니스트 필립 포르쥬아와 듀오 연주, 루마니아 야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 내한공연, 러시아 국립 타타르스탄 오케스트라 연주에도 협연한 그녀는 프랑스 보르도TV 방송국에서 초청 독주회도 가졌다.

“어릴 때 아버지가 무척 음악을 좋아하셨어요. 젊은 시절 돈이 없어 쩔쩔 매실 때에도 바이올린 레슨만은 직접 받으러 다니셨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셨죠.” 그런 아버지의 음악 사랑을 그녀도 그대로 물려 받았다. 1남3녀 중 음악을 전공하는 이는 그녀 혼자다. “하프는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악기예요.” 그녀는 “연습하다 화가 나서 긁어도 예쁜 소리가 나는 것이 하프의 매력”이라며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시도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