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닮은꼴 인생 연기에 처음엔 대본 던져버렸죠!

임재범 기자
역시 이혜영(35)이었다. 백만불짜리 각선미를 과시하듯 초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그녀는 일순간에 시선을 제압했다.

지난 2005년 1월에 종영한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이후 2년 만에 KBS2 새 수목극 '달자의 봄'(강은경 극본, 이재상 연출, 김종학프로덕션 제작)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이혜영의 신고식(제작발표회)은 화려했다.

“첫 드라마(‘첫사랑’, 1996)를 KBS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 출연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래서일까. 짧게 자른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혼 후 첫 드라마 출연. 새 작품에 대한 얘기에 앞서 그녀에게서 이혼과 이후 전 남편과 법정 소송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서둘러 컴백하는 이유에 관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이에 대해 이혜영은 “(드라마 출연이) 이혼과는 관계가 없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없이 일하는 게 재충전 에너지를 얻는 길인 것 같아요”라고 이혼의 아픔을 돌려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작품에서도 이혼녀로 나온다. 과거에 잘 나가던 리포터였지만 지금은 이혼하고 홈쇼핑의 쇼호스트로 활동하는 33세 위선주 역할을 맡았다. 실제 그녀의 현실과 겹쳐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혼 외에도, 홈쇼핑에서 의류 판매, 비슷한 나이까지.

드라마 출연이 자칫 이혜영에겐 예민한 상처를 다시 들추어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혜영은 이 점을 굳이 부인하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혼녀 역이라고 해서 대본을 던져 버렸어요. 그런데 3개월 내내 눈에 밟히더라구요.”

그러면서 차츰 일부러 이혼녀 역할을 피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설정에 덤덤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되찾았다. 하지만 “저는 괜찮은데 남들이 그렇게 의식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며 웃었다.

사실 이번 드라마 출연에는 “새로 들어간 소속사(HB엔터테인먼트)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보다 솔직한 고민거리도 털어놓는다.

“이혼녀 설정보다 제가 더 신경을 쓴 건 채림(79년생) 씨와 동갑으로 나온다는 것이에요. 너무 나이 들어 보일까 걱정이에요. 호호.”

‘이혜영 머리’로 20대 젊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녀가 단발머리를 포기하고, 짧은 커트머리를 선보인 데 대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머리를 길렀어요. 여태까지 머리를 잘 못 길러봐서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볼 정도로 기분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채림 씨가 이번에 ‘긴 퍼머머리’로 힘을 줘서 차이를 주기 위해 짧게 잘랐어요.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죠.”

이혜영은 90년 무명의 CF모델로 데뷔, 94년 듀엣 ‘코코’를 거쳐, 96년엔 연기자로도 첫 발을 내디뎠다. 올해 데뷔 17년차. 많은 게 변했다. 10, 20대 때는 ‘서른이 넘어도 살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세월이 흐른다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젠 ‘누가 청춘으로 돌아갈래’ 하면 고개를 저을 만큼, 새로운 활력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

71년생으로 올해의 주인공인 ‘돼지띠’이기도 한 이혜영은 그러나 새해 포부를 밝히는 대신 “큰 욕심은 버리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하고 소박한 바람을 내비친다. 2007년의 재미있는 첫 도전은 바로 ‘달자의 봄’의 캐릭터 위선주다.

“그동안 항상 남자를 짝사랑하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정적이고 새침한 ‘연애박사’로 나와요. 살짝 이미지를 바꿔 보려 하는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돼요.”

끊이지 않는 변신을 꿈꾸고 있고, 그 꿈을 향해 주저없이 나아가고 있는 이혜영이 출연하는 ‘달자의 봄’은 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이혜영 외에도 채림, 이민기, 이현우, 공형진 등이 출연하며 1월 3일 첫 방송된다. 겨울 안방에서 펼쳐질 ‘이혜영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생년월일: 1971년 12월 22일
키: 1m69cm 몸무게: 47kg
혈액형: AB형
출신학교: 인천전문대 경영과
데뷔: 1992년 혼성 3인조 그룹 1730 보컬
솔로데뷔: 2000년 이혜영 1집 앨범 ‘Her First Sense’
작품: KBS ‘첫사랑’(1996), SBS ‘왕초’(1999),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004)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 등
수상: 1997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