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케이블 TV서 이름 내건 '박철쇼' 진행30대 이상 여성 타깃… 性과 부부얘기 다룬 기획코너도

“방송위원회에서 발간한 책자를 아예 옆에 두고 진행해요. 방송에 부적절한 단어 같으면 즉각 찾아보죠. 개인적으론‘개기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책자를 보니 ‘개개다’의 사투리 버전으로 나와 있어 요즘 열심히 ‘잘’ 쓰고 있죠.”

탤런트 겸 라디오DJ로 활약하는 박철(38)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방송 도중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거침없는 말솜씨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수차례 징계를 받기도 한 ‘방송가의 악동’. 한때는 방송 도중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 ‘튀는’ 방송인 박철이 3월 중순께부터 케이블TV 스토리온에서 방송되는 토크쇼‘박철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민다.

박철은 우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 진행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긴다. 절에라도 들어가 심신을 갈고 닦고 싶은 심정”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준비는 저를 완전히 보여주는 작업부터 시작할 겁니다. 목소리만 들려주는 라디오에서는 가식적으로 진행하면 그 위선이 금방 느껴지거든요. 그런 라디오를 TV로 옮겨온 것처럼, 방송도 그렇게 진솔하게 풀어갈 겁니다.”

지금도 교통방송과 경기방송 등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매일 진행하고 있는 박철은 대본 없이 방송하는 진행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방송 데뷔 초기에 탤런트로 인기를 끌었지만 언젠부턴가 드라마에서 그를 찾지 않는 것에 대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짜여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예의 그의‘개성’을 최대한 자유롭게 방송에 녹일 생각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할거란다.“예전에는 너무 제 방식을 고집해 제작진과 마찰을 빚곤 했지만 이젠 먼저 부탁하고, 설득부터 하고 있어요. 진행자가 편해야 시청자가 편하고, 그러면 결국 사랑받고 위로하는 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죠.”

박철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체적으로는 매우 ‘푸근한 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심야 영화보다 약한 수위의, 방송위원회에서 보기에도 편안한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이어“개인적으로는 보수적인 편이다. 미국의 ‘제리 스프링어쇼’처럼 남을 공격하는 잔인한 방송은 혐오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박철은“우리 안의 사자로, 야수성을 잃고 싶지는 않다”고 말해 여운을 남긴다.

박철쇼는 30대 이상 여성층을 타깃으로 하는 방송으로 성과 부부 관계를 다루는 기획 코너도 마련될 예정. 게스트로는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와 DJ.DOC의 김창렬이 함께 한다. 입담에서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3인방이 모이는 만큼 기대도 남다르다.“워낙 저보다 더 편한 스타일로 말씀하는 분들이라 저는 배우는 자세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박철은 그의 방송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케이블TV이니까, 심의의 폭이 넓으니까, 제약의 허술함을 이용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심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끌고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색다른 토크쇼를 만들겠습니다.”

잔인하지 않은 야수성이 물씬 묻어나는 각오다.

키: 182cm 체중: 78kg
데뷔: 1991년 MBC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취미: 마라톤
출신학교: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
수상: 2002 SBS연기대상 라디오MC 부문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