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도 30% 늘려, "튤립은 인생의 절정 상징… 생명력도 강해"

“저도 워낙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튤립도 해외에 널리 알리게 되고 일석이조 아닐까요.”

한국에 근무하는 잭 다멘 네덜란드 참사관이 네덜란드 국화(國花)인 튤립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외교가에 화제다.

3년 전 2004년 8월에 부임한 다멘 참사관의 서울 한남동 사택 100여 평 정원에는 해 마다 봄이 되면 튤립 1,000여 송이가 만발한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튤립 봉오리들이 만개하자 그는 ‘신고식’을 연거푸 가졌다. 다름 아닌 한국인 친구들이나 업무 관계자들을 초청해 튤립 자랑에 나선 것. 자연스런 튤립 홍보 행사가 돼 버리는 셈이다. 골목을 돌고 돌아 찾아가야 하는 그의 집도 주변에 핀 튤립을 보고 찾아 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제가 오기 전 정원에는 잔디뿐이었어요. 얼른 튤립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크고 작고, 길고 짧고, 노랗고 빨갛고, 왕관이나 컵 모양 등 그가 심은 튤립의 종류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튤립의 성장 속도나 과정을 지켜 보면서 실험도 하고 있다”는 그는 “교배를 해 신품종으로 태어나는 것도 있다”고 자랑했다.

네덜란드 대사관의 농업 무역도 같이 담당하고 있는 그의 업무 중 하나는 튤립의 해외 수출. 그의 튤립 외교 덕분에 그가 부임한 후 튤립 한국 수출량이 2년 새 30% 가량 늘어났다. 공적인 기본 업무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튤립을 선물하고 주변에 나눠주는 등 인심을 쓴 덕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봄 날씨는 네덜란드와 너무 흡사해요. 튤립이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의 정원에 핀 튤립들은 종류별로 4월 중순부터 봉오리를 터뜨렸다. 조금 일찍 피는 것부터 늦게 만개하는 것까지 치면 대략 5월 초까지가 튤립 시즌이다. 한국의 토양도 튤립 재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의 겨울은 네덜란드보다 더 춥고, 여름은 더 더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튤립은 아무 문제 없지요.” 튤립의 원산지가 히말라야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튤립 구근을 아이스박스에 보관해도 괜찮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재배하기도 쉽다”고 말한다. 때문에 한국에서 겨울나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튤립이 수출 상품으로 적격인 이유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에서 한 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튤립의 거래량은 300만 유로에 달한다.

“시내나 교외를 다니면서 튤립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기뻐요.” 한국에서 튤립 축제가 열리고 각종 행사에서 튤립이 더 자주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튤립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그처럼 튤립은 사람의 인생에서도 화려한 피어남을 뜻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튤립을 보고 삶의 희망을 느껴보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무궁화를 본 적이 있냐고요? 한국 외교관들도 해외 공관이나 관저에서 국화인 무궁화를 키운다면 외교에 보탬이 되겠지요.” 그가 한국 외교관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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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