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고 만든 몸… 노출, 쬐끔 심했죠"SBS로 8년 만에 브라운관 복귀

"우스갯소리로 요즘 못생긴 사람에게는 딱 두 가지 이유가 있대요. 돈이 없거나 아니면 게으르거나. 반대로 얘기하면 노력하면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거죠."

붉은 톤이 감도는 섹시한 퍼머 머리에, 하이얀 긴 손가락 끝에 검정색 매니큐어를 바른 신은경을 보는 순간, 7~8년 전 큰 논란을 불렀던 화제의 저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떠올랐다.

6월2일 첫 방송하는 SBS ‘불량커플’(극본 최순식, 연출 이명우)로 8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배우 신은경(34)은 아내와 엄마 이전에, 한 여자로서 뭇 남성들의 맘을 달뜨게 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녀 모습이 보기 좋은 건강함이었다면, 지금의 그녀는 깡마를 정도로 가녀린 자태가 도발적인 섹시함을 더해주는 듯했다. 그녀 말마따나 '대단한 자기관리'다.

"1년 전부터 술을 끊었더니 살이 많이 빠졌어요. 촬영 직전에는 특히 조절을 많이 했죠. 극중 캐릭터가 자기관리에 철저한 이기적인 여자인데, 그런 여자라면 살이 찔 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여자가 옆구리 살이 잡히면 안 되잖아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불량커플’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신은경은 “이래저래 5~6㎏ 정도 빠졌다”며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신은경은 ‘불량커플’에서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패션잡지 편집장 김당자 역을 맡았다.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꽤 멋있는 구석도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데다, 결혼 대신 아이만 낳겠다는 쿨한 마인드까지….

“여자들이 동경할 만한 캐릭터죠. 하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이라는 직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죠.” 신은경은 당자와 자신의 공통점을 이렇게 꼽았다. 하지만 ‘열혈 여성’ 신은경도 다소 황당해할 만큼 당자의 행동은 무지막지하게 ‘당차다’.

극중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선택해 ‘원나잇스탠드’로 아기를 갖겠다는 엉큼한 생각을 하는 김당자는 목표로 점찍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온갖 도발적인 만행을 서슴지 않는다.

하늘거리는 장막 뒤에서 S라인 춤을 춘다거나 무인도까지 ?아가 육탄공세를 펴는 등 대담하기 이를 데 없다. 덕분에 아기 엄마라는 본분도 잊고 촬영장에서 처녀 뺨치는 과감한 노출 연기로 남자들의 넋을 빼놓기도 했다.

“영화 <창> 이후로 이렇게 노출이 심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촬영 중에는 상황에 몰입하다보니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 스태프들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더군요. 위 아래 속옷 하나만 달랑 걸치고 촬영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거든요. 그래도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실제로 20대 후반 한창 일에 쫓길 때 ‘결혼은 못해도 아이는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김당자의 황당한 해프닝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신은경은 ‘최고의 유전자’에 대해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상대가 바로 최고의 유전자”라는 의미심장한 답을 했다.

그렇다면 결혼 뒤 신은경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처녀 시절의 우려처럼 결혼이 연기자 생활에 걸림돌이 됐을까. 이에 대해 신은경은 “짚신도 다 짝이 있는 것 같다”는 말로 결혼이 배우로서의 활동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음을 살짝 에둘러 얘기했다.

“저의 경우 결혼해서 달라진 건 없어요. 결혼 자체보단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도 집에서 적극 추천해준 걸요.”

결혼과 출산으로 지난 2년여의 공백기간을 가지면서 배우로서의 삶을 찬찬히 돌아본 것이 장기적으로는 ‘약’이 됐다는 신은경은 “저의 이미지가 생동감 있는 느낌보다는 정형화되고 단편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더 나이가 들고 더 이미지가 고정되기 전에 변신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라며 ‘불량커플’의 김강자 역을 선택한 것에 대해 답변을 대신했다.

“당자는 굉장히 입체적이고 올록볼록한 캐릭터입니다. 흔들리는 컵에 담긴 물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요. 그런 당자를 통해 달라진 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발 부탁인데, 제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시청자분들이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한 반전이 있을 겁니다.”

자신감이 뚝뚝 묻어나는 신은경의 말처럼, 과거 중성적이며 독립적인 X세대의 아이콘이었던 그녀가 ‘불량 커플’을 통해 과연 어떤 새로운 여성상을 창출해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 신은경 프로필

생년월일: 1973년 2월 15일

키: 171cm 몸무게: 47kg

데뷔 영화: 구로아리랑(1989년)

수상경력: 1997년 18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인기스타상(영화 <창>)

출신학교: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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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