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그래픽·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 통합 이끌어유명강사 특강·컨설팅 등 회우너들에 실질적 도움을

“패션이나 건축, 그래픽, 자동차, 캐릭터 등등…, 디자인이라면 워낙 종류가 많잖아요. 디자인 내에서도 그런 다양한 분야간의 벽을 허물고 싶었습니다.”

다방면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결성한 ‘디자인 포럼’이 디자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포럼의 리더는 이문호 회장. 그 자신 디자이너로서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그는 디자인의 통합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 포럼이 시작된 것은 2004년 봄. “디자인을 기술이나 기능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물론, 사회 현상이나 심지어 과학에 대한 이해까지 없다면 아트나 디자인의 상상력이 발현되지 못한다고 봐야죠.” 이 교수는 “디자인 하는 사람들도 폭넓게 공부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에서 포럼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교수의 뜻에 공감해 처음 모인 인원은 고작 10여명.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인 뉴욕의 파슨스 동문들이 주로 중심이 됐다. 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포럼이 알려지고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다른 디자이너들의 참여도 잇따랐다.

지금은 정회원만 100여명에 온라인 회원까지 합치면 200명 가까이 된다. 각자의 전공 분야도 디자인 전 분야에 두루 걸쳐 있다.

“밖에서 보면 다 같은 디자이너들이고 서로 바로 옆에서 지내지만 사실 우리들끼리도 잘 모릅니다. 포럼에서는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과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매력이죠!”

“예전에 디자이너들끼리도 만나면 적당히 식사나 술잔만 기울이다 그냥 헤어지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는 이 교수는 “좀 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배움의 시간을 갖자는 의도에서 포럼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매달 두번째 주 목요일 저녁마다 모이는 포럼에 꼬박꼬박 참가하는 회원은 50여명. 대부분 해외의 유명 디자인 스쿨 출신인 이들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학구적이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유명 강사를 초빙해 주제 발표와 토론 등의 시간을 갖는 포럼 월례 모임 또한 분야의 영역을 뛰어 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동련 홍대 교수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이갈 카스피 주한이스라엘 대사의 ‘중동 정세’, 이효승 Filmz 대표의 ‘한국 영화산업의 현황과 미래’,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의 ‘아키텍처 디자인의 신학적 의미’, 김용세 성균관대 교수의 ‘디자인 활동과 개인 창의 모드’, 이종훈 명지대 교수의 ‘지식 기반 경제의 리쿠르트 시장 변화와 인사관리’, 최두남 서울대 교수의 ‘건축 디자인 과정’ 등….

지난 6월에는 임선영 중앙대 강사의 ‘거짓말 하는 사진’을 주제로 강의와 토론이 벌어졌다. “디자이너가 단순한 기능인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소양을 닦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자연히 포럼 강연 후에는 항상 유익하고 재미있었다는 얘기가 따른다. 이 교수는 “포럼에서 강연에 나서는 전문가나 사회 유명 인사와 자유스럽게 얘기해 볼 수 있는 것 또한 드문 기회”라고 소개한다.

포럼의 활동 폭도 최근 더 넓어졌다. 포럼의 각 분야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여 유명 놀이공원의 공연과 운영에 대한 디자인 컨설팅도 벌이고 도자기 업체의 제품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를 시작했다.

포럼의 활동 영역이 사업 분야로까지 발전된 것. 둘 다 포럼을 통해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힘을 합쳐 만들어낸 과실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파슨즈에서 ‘파인 아트’ 분야 MFA(예술학 석사)를 따고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친 이 교수는 대학에서 전시 디자인과 디자인 경영을 연구하며 강의를 벌이고 있다.

“디자이너들도 디자인이란 작은 우리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 교수는 “디자인도 시대를 읽고 호흡해야만 새로운 창을 열어 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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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