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을 빛낼 미의 여신들이 가려졌다. 지난 7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제 5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열기 속에 한국 대표 미인의 왕좌에 오른 당선자들의 인사를 듣는다.

"방학 때 귀국해 출전 결심… 지금 꿈만 같아요"
● 미스코리아 眞 이지선

- 비행기표를 물렀어요. 만약 탈락했다면 저는 지금 뉴욕행 비행기 안에 앉아 있을 시간이예요.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때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니까요.

제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예요. 방학이라 한국에 들어와 어느날 책을 보다말고 ‘엄마, 나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갈까?’ 했다가 현실이 됐어요. 제가 평소엔 조용하지만 가끔씩 불쑥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예요. 생뚱맞은 일들이요. 유학도 그랬어요.

대회에 도전은 했지만, 실패나 탈락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생각보다 심했어요. 외모만 받쳐지면 미스코리아가 되는건 쉽지 않냐고요? 아니라니까요. 본선 전에 저는 친구랑 가족들을 붙잡고 상대를 바꿔가며 인터뷰 연습까지 했었어요.

예상질문들을 미리 뽑아서 실제 인터뷰처럼 묻고 답한 뒤 대답 내용이나 말투, 자세가 괜찮냐고, 고칠 점을 지적해달라고 부탁해서 일일이 수정했어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일은 참 중요해요. 평소에도 신문을 꼼꼼히 읽구요, 이 대회 때처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초등학교 때 ‘별빛공주 선발대회’에 나갔던 기억 이후로 처음이예요. 패션디자인은 제게 정말 재미있고 소중한 공부예요.

꿈도 크고요. 그 소중한 공부 시간과 맞바꾼 자리이니 만큼 이 1년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를 알리는 미의 사절로서 열심히 활동할거예요. 미스코리아가 된 뒤, 저는 괜찮은데 가족이랑 친구, 주위 분들이 저보다 더 흥분되고 마음이 붕 뜨나봐요.

제가 오히려 그 분들을 진정시키느라 요즘 혼이 나고 있다니까요. 서로 바뀐 거 아닌가요?

- 이지선은? 24세. 169cm. 49kg. 미국 파슨즈대 패션디자인학과 재학중. 야무지고 속이 깊다.

"고향에 현수막 걸렸대요"
● 미스코리아 善 - 조은주

혹시 경북 청도에 가실 일 없으세요? 제 소식이 현수막으로 걸려있다는데, 감사하고 궁금해요.

모교 은사님인 청도여고 교장선생님께서 손수 축하전화로 알려주셨어요. 마지막 7명에 들었을 때 저는 눈물이 났어요. 제 눈이 계속 빨갰을거예요. 저는 그 자리에까지 온 것만으로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거든요.

제가 신나게 떠들 땐 다들 제 혈액형이 O형인 줄 아시지만, 저는 A형이예요. 전혀 A형 같지 않은, ‘왈가닥 A형’이예요.

학생회장에다 방송반 아나운서 활동을 했던 고등학교 시절엔 ‘담치기 소녀’가 제 별명이었어요. 하도 월담을 잘해서요. 지금도 대학원 후배들은 저를 ‘형’이라고 불러요. 저는 납득이 안되지만, ‘바비인형’은 저의 가장 오랜 단골 별명이예요.

합숙 때도 다들 저를 ‘바비’로 불렀어요. 그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제 모습이 재미있어서 더 그런대요. 저는 100미터 15초 주파의 기록을 가진 육상선수 출신이기도 해요. 얘기를 나눠보면 저더러 의외로 참 편안하다고들 해요.

장난끼도 많구요. 저는 정은아씨나 이금희씨 같은 아나운서가 좋아요. 이것만봐도 제 성격이 어떤지, 미스코리아로서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지 조금은 보이실거예요.

- 조은주는? 23세. 168cm. 46kg.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재학중. 진취적이면서 따뜻.

"본선 전날 한숨도 못 잤어요"
● 미스코리아 善 - 박가원

최종 7명이 호명될 땐 저도 정말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특히 마지막 한 사람 이름만 남았을 땐 이미 저는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머리도 멍 했어요. 본선 전날 잠을 한 숨도 못 잤거든요.

설레어서가 아니라 잘 시간이 없어서요. 저만 아니라 다들 메이컵 등 준비 일정 때문에 밤을 꼬박 샌 채 본선을 치렀어요. 대회 때 너무 떨리고 힘들어서, 누가 되든 차라리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큰 욕심도 없었어요. 아주 힘들 땐 기도를 했지요. 뭐라고 빌었냐구요? 그냥 ‘(당선)될 만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요. 제가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이 추억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저는 낙천적이예요.

합숙 때도 늘 웃으며 다니니까 ‘가원씨는 힘들지도 않냐, 어떻게 웃음이 나오냐’는 분도 있었어요. ‘그럼 그만 웃을까요?’하고는 또 웃었어요. 덜컥 당선은 됐지만, 아직 큰 변화를 모르겠어요.

오늘은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어요. 아, 변한 게 있네요. 전엔 평소 화장도 안 하고 치마도 안 입었는데, 그동안 하도 메이컵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젠 화장을 안 하고 나가면 허전해요. 오늘 외출 때도 원피스를 입고 나가야겠어요.

- 박가원은? 21세. 168cm. 48kg.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학과 휴학중. 유순하고 배려심이 있다.

대회 당일 리허설 모습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수영복 심사에 앞서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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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pinplu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