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론 챈드란 더들리 국제장애인연맹(DPI) 설립자일산서 열린 세계장애인대회 참석… 인권 실현하는 '권리 협약' 비준 촉구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들의 마그나 카르타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 받지 않고, 인권과 자유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니까요.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체결돼 장애인에게 새로운 비전이 열리게 됐습니다.”

국제장애인연맹(DPI)의 설립자이자 초대 회장을 지낸 론 챈드란 더들리 씨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대회에 참석해 장애인권리협약 체결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장애인의 자유와 평등, 인권 보장을 위해 일생을 바쳐온 더들리 전 회장은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되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싱가포르 태생인 그는 대학졸업 후 국제재활협회를 비롯해 국제단체에서 사회사업가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천성 맹인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몸소 겪으며 살았던 그는 체계적이고 국제적인 규모의 장애인 인권운동이 절실함을 깨달아 지난 1981년 국제장애인연맹을 조직했다.

“26년 전 국제장애인연맹을 조직할 당시만 해도 자선이 장애인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지요. 누구도 장애인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를 만들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보자고 생각했지요.”

세계적으로 장애인 인구는 6억 5000만 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빈곤과 차별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그는 가난과 차별 속에서 고통 받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이지,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육과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면 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사회 주류생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장애인권리협약 체결로 장애인의 인권과 평등이 보장될 수 있는 희망이 열렸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 비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102개국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해 협약이 체결됐으나 국제법적 효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 20개국으로부터 국회비준을 얻어야 합니다.

장애인권리협약이 비준되어야만 장애인의 인권과 평등권이 온전하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지요. 비준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시민, 언론매체가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더들리 전 회장은 이번 세계장애인대회를 통해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촉구하는 한편, 장애인권리협약의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장애인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앞으로 장애인 직업교육에 심혈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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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