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부총리? 노!… 실세는 오직 대통령 한분 뿐""원천기술 역점… 신재생에너지·항공우주·바이오 집중투자""교육부터 은퇴후까지 평생 지원… 이공계 기피 대처 할것"

출범 40주년이자 부총리 체제 3주년을 맞은 과학기술부의 역할과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국가간 기술개발 경쟁이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의 심화, 과학인재 유출, 핵융합 발전 도전,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 등 국내 과학계에도 산적한 현안들이 적지 않다.

사실상 참여정부의 마지막 해이기도 한 2007년 가을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를 만나 그간 과기부의 실적과 향후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제2대 과학기술부총리로서 취임 2년차를 맞이하고 계신데 오늘(10월15일) 오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울트라 프로그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해외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석학들을 매달 한 명씩 초청해 모임을 갖는 모임인데 오늘은 줄기세포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제가 매번 사회를 보는데 3시간씩 떠들어도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오히려 어떤 얘기가 튀어 나올지 몰라 너무 재미있습니다.”

-최근 한달간 인상적인 활동이 있으셨다면?

“지난해 2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갔습니다. 매일 정신없이 움직이니깐요. 그래서 수첩도 2개나 들고 다니고 다닐 정도입니다.” (김 부총리는 상의 가슴에서 수첩 2개를 꺼내 보여줬다)

-과학기술부가 정책발표를 해도 재경부 같은 부서에 비해 국민 관심도가 떨어지는데.

“과학기술부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요.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접 연관되는 부서가 아니다 보니 ‘과기부는 조용하다’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해주는 질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취임 때부터 그런 이미지를 바꿔놓으려 했습니다. 과학기술의 대중화, 생활화, 다음은 과학기술의 특성화와 효율화, 그리고 세계화가 모토였는데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최근 핵융합로 기술을 발표했는데 우리 미래 세대의 에너지 문제를 극복하게 하는 훌륭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축전이나 축하 전화 한 통 안 들어 왔습니다. 그 정도로 과학기술에 무심하다는 얘기이지만 예전보다 전국민의 의식 속에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가 눈뜨고 잘 때까지 과학 기술 속에 있는 것 아닙니까?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나라가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고 때문에 과학기술은 우리의 희망이고 자랑이 돼야 합니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국내에 들어 오지 않는다고 우려가 많은데 어떤 대응 방안이 필요할까요?

“저는 ‘인재 유치’ 의견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우리나라 인재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면 충분하지 굳이 국내로 다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해외에서 기반을 잡고 관심 있으면 모국을 도와 서로 상부상조하면 됩니다. 그 뒷바라지만 정부에서 하겠다는 것이 정책부서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부총리 체제 출범 후 성과로 내세울만한 것이 있다면?

“부총리부처로 승격된 이후 과학기술분야 전반에 걸쳐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정책과 국가R&D사업 뿐 아니라 관련 산업, 인력, 지역혁신 등 미시경제 정책 전반의 총괄 조정이 대폭 강화된 점과 국가 R&D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R&D 성과평가 및 예산배분을 통해 투자효율성을 OECD 수준으로 높인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김 부총리께서 부임할 때 '실세 부총리'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청와대에 무슨 실세가 있겠습니까?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전국 35개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개발 인력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께 예산증액을 직접 요청은 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용단으로 (원래 요구액에는 못 미치지만) 앞으로 1,000억원이 확보될 예정입니다. 국가 R&D 예산도 매년 10.5% 이상씩 증액시키고 있습니다. 또 연구원들의 정년을 61세에서 63세로 늘렸지만 대학은 65세 정년에 퇴직연금까지 있으니 비교하자면 그래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한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IMF 때의 예처럼 기업들이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연구 인력부터 없앤 사례가 있었지요. 한심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경우 이사 이상의 임원 중 최고 60% 이상이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제대로 갖춰진 인적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공계 위기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이는 이공계가 법대나 의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의 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어떤 대처 방안이 있을까요?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로 진학을 계속 기피한다면 과학기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정부는 교육단계부터 취업, 연구, 은퇴까지 전 생애를 지원하는 ‘전주기적 과학기술인 양성 및 관리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088 인재지기’라는 정책 브랜드인데 2세 과학영재부터 88세 퇴직 과학기술인까지 생애주기적인 지원을 통해 인재를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팔팔’하게 공부하고 일할 수 있도록 교육, 연구, 취업, 은퇴 연구자 등 각 단계에 해당하는 정책 수혜자들에게 필요한 지원 사업들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과기부 출범 40주년인데 앞으로 40년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국 랜드 연구소 ‘세계기술혁명(Global Technology Revolution) 2020’ 보고서(2006년6월)에 의하면 29개 국가 중 한국을 미국, 독일 등과 함께 ‘과학선진국’ 그룹의 7개국에 포함시킬 만큼 우리 과학 위상이 세계 기준으로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과기부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을 제고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토탈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범 부처를 아우르는 15개년 총괄계획으로 18개 부처 44개 R&D 계획을 종합하고 민간과 정부의 R&D 역할 분담을 고려한 국가 중장기 투자 및 추진 전략입니다.

-우리나라가 특별히 선택해 집중할 과학기술 분야가 있다면?

“우선 기초 원천기술 개발에 역점을 둡니다. 그 중에서도 핵융합로 등 에너지,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줄기세포와 뇌세포 등 바이오 분야를 꼽고 싶습니다. 특히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 등의 접목 등 앞으로는 융합기술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는 무엇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이 분야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인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전국 대학을 돌면서 강연도 열심히 나갑니다. 두세시간씩 떠들어야 되는데 젊은이들을 보면 피곤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연세대 총장을 지내셨고 대통령도 측근으로 모셨는데 어느 것이 더 적성에 맞는지요?

“저는 과학기술인이지만 대학자는 아닙니다. 과학기술 정책관리자라고도 할 수 있죠. 평소 꼼꼼하고 모든 걸 적어 놓는 성격인데 그게 저의 변함없는 습관입니다. 대신 머리가 편할 날은 없지요. 한마디로 관리자의 적성이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좋은 걸 먹으려 하기 보다는 소식을 합니다. 특히 청국장을 좋아해 시골길을 가다가 청국장 간판만 보고 차를 세우기도 합니다. 고기는 거의 먹지 않습니다. 맛있는 집들은 꼭 수첩에 메모해 놓는 것도 여전한 습관입니다.”

-퇴임 후 계획은?

“임기가 얼마 안 남았죠. 하늘에 맡기는데 아마 연구소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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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송태권 출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