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늘 벗어나 홀로서기… 3집앨범 준비에 혼신

2006년 10월 서울 등촌동 SBS 가요 프로그램 <인기가요> 현장. 가수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 태진아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던 이루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무대로 나갔다. 이루는 관객들의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받으며 1위를 차지한 노래 <까만 안경>을 불렀고 ‘태진아의 아들 이루’가 아닌 ‘가수 이루’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2007년 10월,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이루는 많이 성숙해 있었다. 검은색 버버리 재킷을 멋스럽게 입고 등장한 이루는 거뭇거뭇한 수염과 도드라진 근육으로 남성미를 뿜어냈다.

“2집 <까만안경>으로 활동했을 때보다 7kg 정도 감량했어요. 앨범 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가? 예전에 노력할 때는 잘 안 빠진 던 살이 자연스럽게 빠지더라고요.(웃음)”

외적인 변화 뿐이 아니다. 변화된 자신과 음악에 대한 욕심을 얘기하는 이루의 모습에는 외모만큼이나 성숙해진 내면을 느낄 수 있었다. 3집 앨범 <이루 리턴스>(Eru Returns)로 돌아온 가수 이루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1단계 : 태진아의 아들에서 가수로 거듭나기

이루가 가수 데뷔 후 세운 첫 번째 목표는 ‘태진아의 아들’에서 ‘가수 이루’가 되는 것이다. 이루는 아버지의 유명세 덕에 세상에 얼굴을 알리는 과정은 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꼬리표는 이루의 모든 활동과 행동을 제약했다.

“남들은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 죽겠더라고요. 숨기고 숨기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라 밝혔지만 사람들은 ‘태진아의 아들’ 명성을 이용한다고 생각했죠. 정말 속상했어요. 가수로 데뷔했지만 나를 주로 찾는 곳은 주로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그나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아버지에 대한 얘기뿐이었죠. 제 노래와 음악에 대한 관심은 없었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있더라고요.”

건조한 이루의 목소리에는 그간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가수 이루로서의 홀로서기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이루는 <까만 안경>을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작은 무대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다녔다.

스케줄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는 날 조차도 보컬 트레이닝을 하며 독하게 연습했다. 이루의 노력은 이내 사람들의 가슴에 닿았다. 이루는 <까만 안경>으로 1위를 차지한 후 이어 후속곡 <흰눈>으로 연이어 1위를 차지하며 인기 몰이를 계속했다. 단연 2006년 가요계 최고의 루키가 된 것이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힘들었지만 아버지는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에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건 어떤 노래를 부르건 아버지의 후광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고요.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어요. 아버지의 아들로 더욱 당당하게 활동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루의 인생을 한 장의 앨범에 비유하자면 ‘태진아의 아들’이라는 것은 더 이상 음반 전체의 타이틀이 아니다. <까만 안경>과 <흰눈>처럼 이루에게 소중한 하나의 트랙이 됐을 뿐이다.

# 2단계 : 가수에서 음악인으로 거듭나기

이루는 당초 가수가 아닌 작곡가, 프로듀서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3번의 앨범에 이루 본인의 곡이 많은 이유도 작사 작곡에 대한 이루의 능력을 반영한다.

이루는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중 한국에서 프로듀서 활동을 하기 위해 귀국한 후 프로듀서가 아닌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이루는 작사 작곡 능력을 바탕으로 입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아닌 마음과 머리로 노래하는 진짜 가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냥 노래하는 것이 아닌 내 음악을 노래하고 싶어요. ‘이루의 스타일’이 있고 이 노래가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편하고 쉬운 음악을 통해 대중성을 얻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이 진짜 음악이 되는 거라고 믿어요. 스타일을 찾는 과정은 직접 음악을 만들고 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거든요. 언젠가는 제 음악에 대해 제가 직접 프로듀싱하며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음악에 대한 이루의 고민과 목표는 3집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루는 3집 앨범을 작업하며 7kg의 체중을 절로 감량했다. 술을 안 먹고 식이조절을 해도 잘 빠지지 않던 살이 고민으로 단박에 빠진 것이다.

“<까만 안경>이 내 인생을 바꿔 준 곡이기에 <까만 안경>을 벗어나야 또 다른 음악인생을 계획할 수 있죠. 3집 앨범을 준비하며 연습한 곡만 100곡이 넘어요. 정말 좋은 곡들도 많았고요. 아깝지만 내 정서와 느낌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렸어요. 입으로만 노래하는 것이 아닌 가슴과 머리로 노래하고 싶었거든요. 시간도 많이 들고 고생스러울지 몰라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이루만의 음악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이루는 올해로 데뷔 3년차 가수가 됐다. ‘가수’가 아닌 ‘음악인’으로 각인되고 싶다는 이루는 지금도 신인의 마음으로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작사 작곡을 하며 밤을 지 세운다.

“<까만안경>이 가수로의 시발점이라면 3집 앨범 <둘이라서>는 음악인이 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이루의 바람처럼 그가 ‘진정한 음악인’으로 대중에게 평가 받을 날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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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문미영기자 mymoo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