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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생명보험 이상휘 사장 "젊은 감각으로 금융환경 변화 대처"
[한국 초대석] 세계적인 보험사의 30대 CEO… 한국 지사 근무 10년동안 초고속 성장 이끌어
방카슈랑스 제도후은행 통한 상품 판매 집중… 남성 설계사 조직 키운 것도 새로운 영업 방식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 한국 사장, 그것도 30대 한국인 CEO(최고경영자)라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기업의 사장이 될 수 있었을까?

지난 8월 AIG생명보험(국내 인가명 AIA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상휘 사장. 그는 일반인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업계에서도 그 같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다. 특히 그는 AIG그룹 내 첫 30대, 또 첫 한국인 CEO란 점 때문에도 의미가 크다.

“제게 주어진 일을 잘 소화하고, 투자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왔던 것이 미국 본사 경영진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장이 되기 전 5년여 간 CFO(재무담당 임원)로 회사 살림을 맡아왔던 그는 국내 시장에서 AIG생명보험이 초고속 성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AIG생명보험은 규모나 수익 면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어 미국 본사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장이 처음 AIG생명보험 직원으로 서울에 온 것은 10년 전인 1997년 말.

국내 경제가 위환위기로 신음하고 있던 그 시절 AIG 역시 보험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업계 순위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지만 지금은 22개 보험사 중 10등으로 올라서 있다.

이 사장은 “본사가 한국인 CEO를 두기로 결정 내린 것은 한국 시장에서 앞으로 더 큰 성장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시장을 좀 더 잘 분석하고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석했다. AIG그룹의 또 다른 국내 자회사로 회사 규모가 AIG생보의 5분의1 크기인 AIG손해보험의 CEO는 여전히 외국인이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괌으로 이민간 이 사장은 17살에 미국 본토로 유학, 콜로라도대에서 분자생물학을, 그리고 애리조나 썬더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민 이후 한국에서 지낸 것은 초등학교 4~5년 때 1년 반 동안의 경험 뿐.

“제 정체성(Identity)을 시험해 보기 위해 미국 본토로 유학을 갔고 또 해외 근무를 자청했습니다.” 대학원을 마치면서 진로를 결정할 무렵 AIG의 면접을 보게 됐다. “면접을 금방 볼 수 있었고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이 맘에 들어 단박에 입사를 결정했다”는 그는 일본에서 첫 해외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대만 인도 필리핀 한국 등에서 자산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거쳐 98년 AIG투자자문 대표이사를 지내고 AIG생명보험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30대 사장이라고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제가 CFO로서 같이 일 해오던 거래처 및 관계사 임직원들과 이미 서로에 대해 워낙 잘 알고 지내 와 큰 충격(?)은 없는 것 같습니다.” 1968년생인 올 해 그의 나이는 39세다.

AIG생명보험 직원 700여명 중 그보다 더 나이 많은 이는 대략 10% 정도. 국내에 진출한 지 오래되지 않아 회사가 젊은 덕분이다. 하지만 임원 30여명 중 절반은 그보다 연장자다.

“CEO의 연령이 젊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30대 CEO라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요. 나이 숫자보다는 실력도 중요하고 또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CEO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그에게는 ‘업무’ 이외에 나이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거나 불필요하게만 보인다.

“보험, 특히 생명보험사는 ‘Silent Banker(조용한 은행가)와 같습니다. 보험사에 오랜 기간 돈을 맡기고 보험사는 장기간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지요.” “대졸 무렵에만 해도 보험에 대해 잘 몰랐다”는 그는 “AIG 경우 보험회사라기보다 대형금융회사에 가깝다”고 소개한다. 실제 AIG는 80~85%는 손해나 생명보험, 나머지 15~20% 가량은 자산관리업무 성격을 띠고 있다.

“앞으로의 보험시장 역시 가입자나 개개인의 자산관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편입비율이 올라가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주식 자산과 연계된 보험상품 개발 필요성도 커지고 있지요.” “한국 시장도 부동산 자산에만 의지해 노후를 대비하는 것에서 탈피해 주식 등과 연계한 노후설계가 필요하고 이는 아직도 개발 단계에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그는 한국의 보험 시장이 아직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보험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도 작다는 것. ‘생명보험의 경우 미국은 5억~10억 원대 상품이 많은데 한국은 5분의1 이하에 머물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2003년 국내 금융시장에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AIG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당시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았던 AIG는 은행을 통한 보험판매에 집중하면서 시장 확대에 성공했다.

젊은 남성 설계사조직을 키운 것 또한 종전에는 보지 못하던 새로운 영업 방식이었다.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기존의 설계사 중심 조직에 의존하던 사이 신생사인 AIG생명보험은 금융 환경의 변화에 더 빨리 잘 적응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사무소 정도였는데 이제는 큰 법인이 되어 있지요. 하지만 그 만큼 많은 노력을 해 왔고 사람 뽑아 조직을 갖추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근면성실하기로 평이 자자한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고 퇴근은 대중이 없을 정도로 일벌레다.

부사장 생활 1년을 거친 그는 요즘 사장(CEO)과 부사장(VICE)의 차이를 절실히 깨닫고 있다. “차이요? 어머어마하게 많습니다. 한 회사의 리더로서 롤 모델을 제시해야 되고 첫 한국인 CEO이다 보니 더 부담이 됩니다. 더 조심해야 되고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CEO로서 가장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 마디로 ‘인내, 그것도 lots of Patience(많은 인내)’라고 잘라 말한다. 그가 요즘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경청’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많이, 그리고 잘 듣는 것이 절대 중요하다는 것. “듣고 또 듣고 여기저기서 많이 듣다 보면 아주 많은 걸 종합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분석해서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합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도 CEO의 업무 중 하나”라며 “얘기와 보고 속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를 정확히 간파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높은 안목과 냉철함을 강조했다.

두 아들과 함께 아이스하키를 하는 것을 즐긴다는 이 사장은 마라톤 완주를 5번이나 했을 정도로 강인한 체력도 자랑거리다. “제가 선택해 한국에 온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고 한국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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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1/06 11:56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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