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전략 적중… 대형화·고급화·다기능화로 명품 탄생시켜

삼성, LG 등 LCD패널을 직접 생산하는 대기업은 국내 PC용 모니터 시장에서도 역시 절대강자다.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상태.

브랜드 파워에다 AS(애프터서비스) 등에서도 공신력을 가진 덕분이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국내 중소기업 하나가 급부상하며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디스플레이 전문 중소기업인 BTC정보통신이다.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 인터넷 가격 비교 및 쇼핑 사이트에서는 요즘 BTC정보통신이란 회사 이름이 자주 뜬다. 고품질의 PC용 LCD모니터를 값싸게 파는 브랜드라는 명성을 얻고 있어서다.

실제 이들 사이트의 PC 모니터 판매 및 검색 상위 랭킹에는 대부분 BTC정보통신 제품이 자리잡고 있다. 품목에 따라서는 대기업 제품군을 따돌리고 최고 인기 상품이기도 하다.

물론 ‘저 회사는 뭘 믿고 저렇게 비싸게 파는 거야?’라는 앤티 댓글도 간혹 보인다. 중소기업 제품 치고는 싼 가격이 아니라서다.

최근 BTC정보통신의 부상에는 리더인 김성기 대표이사가 버티고 서 있다. 흔히 중소기업 대표라면 대부분 오너이지만 그는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더더욱 눈길을 끈다. 1989년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바로 입사해 14년 만인 2003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 모니터와 TV의경계 허물어

지금 BTC정보통신 상승 에너지의 동력원은 ‘명품 LCD모니터’로 불려지는 제우스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2년간 PC용 모니터 시장에서 22~24인치짜리 제품을 앞세워 모니터의 ‘대형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TV튜너가 내장돼 안테나만 꽂으면 바로 TV로 변하게 하거나 셋톱박스가 내장돼 IP TV(인터넷 TV)로도 쓸 수 있도록 한 모니터 등도 그가 주력하는 제품들.

“PC용 모니터가 더 이상 컴퓨터만을 위한 보조 기기는 아닙니다. 모니터가 곧 TV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김 대표는 모니터는 ‘세컨드 TV’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모니터와 TV의 경계가 차츰 없어지고 있다’는 최신 경향과도 일맥상통한다. “거실에는 당연히 40인치 규모의 커다란 TV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각 방에서 개인적으로 보는 TV는 그렇게 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방 마다 개인 PC를 두고 쓰는 요즘 PC 모니터가 곧바로 TV가 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김 대표는 모니터의 TV화, 다기능화가 앞으로의 시장 트렌드라고 확신,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모니터에 셋톱박스가 내장되는 것은 기본이고 DVD 또한 PC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모니터에 연결된다는 것이 그가 바라보는 모니터의 미래. 특히 “가정에서 모니터는 다른 IT 기기들과 더 많이 결합되고 접속되는 융합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그는 진단한다.

한 기업의 수장으로서 김성기 대표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당시는 회사가 극도로 어려웠던 상태. 2003년 대표이사가 되면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조조정이다. 당시 270여명이던 직원을 줄이고 또 줄여 100명선으로 축소한 것.

이 전까지만 해도 주로 해외 수출에 전력해 오던 회사 연 매출은 1,000억 원대. 주로 키보드와 모니터를 팔아 거둔 수입이었다. 하지만 중국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저가로 판매하다 보니 회사 수입은 극도로 열악해졌다. 당장 물건을 털어 내니 수입은 들어 왔지만 결산을 해보면 적자 투성이. 급기야 관리 부실에다 비전이나 전략도 부재한 탓에 회사는 위기 상황에 이르렀다.

“그나마 자본금이 다른 중기에 비해 큰 편이어서 부도가 나는 사태만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재기의 기회가 마련된 것이죠.” 김 대표는 우선 LCD 대형TV 사업부터 손을 뗐다.

대신 PC용 모니터 분야에 올인하기로 방향을 튼 것. 대기업의 자본과 영업, 마케팅력에 맞서 중소기업으로서는 도저히 LCD 범용 TV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의 과감한 포기는 정확했다. 실제 당시 LCD TV에 투자했던 중소기업들 중에서는 지금 사라진 회사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업종 전환을 검토할 정도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곳들이 여럿 있을 정도.

“제 경영 모토는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차이를 명확히 하자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대충 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지요.” 김 대표는 특히 ‘막연한 확신’을 경계한다.

말로는 선택과 집중을 많이들 얘기하지만 실제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선택하고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자본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중소기업으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특히 김 대표가 취한 전략은 복합기능화 못지 않게 고급화 전략이다.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프리미엄급 명품이 돼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그래서 디자인과 품질에서는 대기업에 뒤지지 않게 하면서도 가격은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 그의 전략.

사실 PC용 모니터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시장 여건은 취약하기만 하다. 삼성이나 LG로부터 모니터용 패널을 사오는데 그 중에는 B급 패널들이 적지 않은 것. ‘중소기업이니까 싼 패널을 싸다 싸게 팔아야 팔리고 마진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이는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낳는 직접적인 이유로도 작용한다. 소비자들 사이에 중소기업 모니터 제품을 샀다 불량이라고 지적하거나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중소기업 자체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프리미엄 제품 전략이 중소기업이 가지기 쉬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겠다는 과감한 시도로 평가 받고 있는 근거다.

■ 중소기업이지만 과감한 무상 출장 AS

김성기 대표 체제 이후 BTC정보통신의 사정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 해 5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회생의 토대를 마련한 이후 앞으로도 도약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앞으로는 의료용 모니터나 상업용 정보 디스플레이 등 신규 시장 확장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BTC정보통신은 자사 판매 전제품에 대해 고장시 방문 수리해 주는 전국무상 출장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며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적잖은 예산과 인력이 들어가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조치이지만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깔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업은 전쟁과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전쟁에서는 적을 죽이면 그만이지만 기업은 1번만 승리하는 것으로 부족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히트상품을 내고 또 내는 연속성이 있어야만 생존해 나갈 수 있어서죠.” 김 대표는 “기업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생명인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일구는 터전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잘 한 것 같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결단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자신의 몸집을 줄여 이익을 내려고도 하겠지만 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새로운 제품과 투자, 마케팅, 영업이 모두 모험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결실을 위해 도전하겠다고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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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