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과나' 영화 '우리동네'서 극과극 캐릭터 변신"거세 촬영땐 남성성 포기하는 것 같아 가슴 찌릿했어요"

오만석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다. 최근 SBS 사극 <왕과 나>(극본 유동윤ㆍ연출 김재형 손재성)에서 내시 처선으로 열연 중인 가운데 오는 29일 개봉될 영화 <우리동네>(감독 정길영ㆍ제작 아이엠픽쳐스)에서는 살인자 경주 역을 맡았다.

오만석은 배우 생활 내내 진폭이 큰 변주곡을 연주해왔다. 뮤지컬 <헤드윅>에서는 트렌스젠더로 열연했고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농촌 총각으로 수더분한 연기를 해 내기도 했다.

“늘 도전하는 게 좋아요. 연기는 외줄타기처럼 균형을 잃으면 줄에서 떨어져요. 줄에 서 있는 순간만큼 기쁘고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희열이 있죠. 줄에서 내려와 또 다른 줄을 타고…. 줄에서 아예 내려와야 하면 참 힘들 것 같아요.”

오만석이 현재 주연을 맡고 있는 <왕과 나> 촬영 중 겨우 짬이 난 하루,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꽤나 지쳐 보였다.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왕과 나>를 이야기할 때는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이었고, <우리동네>를 말할 때는 서늘한 느낌을 줬다.

오만석은 <왕과 나>에서 내시가 되기 위해 직접 자신을 거세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오만석은 “힘들었겠다”는 말에 웃음부터 내놨다. “그 장면 촬영하며 괜히 뭉클뭉클하더라구요. 남자가 자신의 남성성을 포기하는 것이니 만큼 연기라 해도 호흡이 격해지더군요. 스태프가 집중할 여건을 만들어 줘서 잘 촬영했어요. 드라마에서 나오기 힘든 장면이라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오만석은 처선이 거세에 앞서 폭포에서 마지막 고민에 휩싸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폭포의 한 발 앞은 낭떠러지였고,폭포는 엄청난 수압으로 돌로 맞는 듯 했지만 연기를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프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남자 사우나에 가면 줄로 당기면 천정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이 있죠. 그것보다 훨씬 강한 수압이에요.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죠.”

아무리 주연이지만 과연 내시라는 역할을 맡는 데 망설임은 없었을까. 오만석은 이 질문에 눈을 탁자로 향하고는 30초간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연 그는 “출연하기로 하고 걱정이 많았지요. 덩치가 큰 드라마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고요. 지금도 그 숙제를 푸는 중이고 드라마가 끝나도 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우가 큰 숙제를 놓고 푸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라고 답했다.

SBS사극 '왕과 나'

<왕과 나>에 비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우리동네>는 좀 더 쉽게 출연을 결정했다. 오만석이 맡은 경주는 추리소설가 지망생으로 우발적으로 월세를 독촉하는 건물 주인을 살해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한다.

진짜 연쇄살인범인 문구점 주인 효이(류덕환)가 이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 경주의 친구인 형사(이선균)는 경주가 범임임을 직감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오만석은 시나리오가 독특한 데다 정길영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라는 인연으로 흔쾌히 출연에 응했다. ‘14년지기’ 친구 이선균이 친구로 등장하고 연기파 류덕환이 출연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연쇄살인범을 다루지만 연쇄살인범을 빌어 현대를 살아가는 무관심을 다룬 것 같아 재미있어요. 기존의 스릴러는 절대악인 살인자와 형사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다뤘다면 <우리동네>는 살인자와 또 다른 살인자의 추적을 다루고 있죠.”

오만석은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는 경주를 연기하기 위해 싸이코패스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했다. 매번 충동적으로 살인하는 경우도 있고, 주도면밀하게 살인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했다. 오만석은 경주로 변해가며 실제로 울컥울컥하며 사람을 가해하고 싶은 충동을 갖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마도 살인은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본능이라고 봐요. 2년 전인가 남편이 부인을 죽여 벽에 넣고 시멘트로 바른 뒤 보험금을 타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평소엔 살인범 같지 않았겠죠. 아마도 충동적이었을 것이고요. 경주도 주도면밀하기보다는 살인에 대한 본능이 많은 이라고 봐요.”

오만석은 <우리동네>가 스릴러이긴 하지만 영화의 소재보다 주제를 강조했다.

영화 '우리동네'

“살인이 무섭지만 피 튀기는 장면이 많진 않아요. 살인보다 우리동네에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데 누구도 범인인 줄 모르는 세태가 더 무서운 공포 아닐까 싶어요.”

오만석은 이미 내년 스케줄표를 짜 놨다. <왕과 나>를 내년 봄 마친 뒤 창작 뮤지컬에 출연한 뒤 연말에는 처음으로 창작 뮤지컬 연출을 맡는다. 중간에 영화를 한 편 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내년을 ‘공연의 해’로 선포한 셈이다.

평소의 오만석은 축구 야구 농구 등 구기종목을 즐긴다. 축구의 경우 뮤지컬배우팀, 연예인 슈퍼스타즈 등 세 개 팀에 속해 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해 변수가 많은 스포츠라 재미있단다.

“연기도 마찬가지 같아요. 배우 스태프 연출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공이라는 텍스트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렇게 저렇게 창조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스포츠 외에는 공연 관람도 주요한 취미다. 지난 5월 이혼한 영화 의상 디자이너 조상경씨와 함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보러 갈 정도로 이혼한 뒤에도 친구처럼 지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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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연예부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