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서 다큐PD역 맡아 쌩얼·골초 연기 도전내년엔 미국배우들과 어깨 나란히… 스타보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

몸매가 드러나는 수트를 입고 말 위에서 몸을 활처럼 휘게 만든다. 젖은 긴 머리칼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관능적으로 움직인다. 전지현이 출연하는 ‘몸이 가벼워지는 17차’ CF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뿐만이 아니다. 전지현은 데뷔 시절 삼성전자 프린터 광고에서 현란한 웨이브로 섹시 댄스를 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휴대전화 화장품 등 여전히 CF계에서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내는 섹시 아이콘으로 꼽힌다.

반면 배우로서의 전지현은 털털하고 순진한 소녀의 이미지가 강하다. 흥행작 <엽기적인 그녀>나 <시월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성격은 각기 다를지언정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해 왔다.

전지현은 CF에서 보여준 도발적인 이미지를 영화에서 보여준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CF처럼 정돈된 이미지를 반복해서 소비한 때문인지 연기력은 인정 받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지현이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감독 정윤철ㆍ제작 CJ엔터테인먼트>를 택했을 때 영화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좀 있었다. 소속사가 제작하는 영화가 아닌데다 꽤나 망가져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전지현이 골초에 원형탈모까지 앓는, 다큐멘터리 PD지만 동정심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차가운 송수정을 연기해낼 수 있을까 물음표를 찍는 이들이 있었다. 분명히 수년째 ‘전지현 효과’라는 말로 매출 상승까지 연결시키며 CF퀸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CF모델’로서는 불필요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배우’로서는 도전해 볼 만한 역할이다.

심지어 남녀 주인공의 무게 중심이 전지현에게 가 있던 예전 멜로 영화와 달리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황정민에게 조금 더 짙은 방점이 찍혀 있는 영화였지만 전지현은 개의치 않았다.

전지현은 지난 11월28일 경기도 파주의 한 세트장에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와이어 액션 장면을 촬영한 뒤 “슈퍼맨처럼 갖고 싶은 초능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기를 잘 하는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솔직히 말했다.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다른 여배우들처럼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앉아서 최대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려고 애써도 됐겠지만 전지현은 그러지 않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대충 묶은 머리, 검은색 바지와 셔츠로 영화 속 다큐멘터리 PD 송수정처럼 앉아 담담히 늘 논란이 되어 온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마도 그가 그렇게 연기력에 대한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한 장면.

그는 “초능력을 가상이 아니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긴 해요. 감독님이랑 황정민 오빠 덕분에 배워가고 있어요. 이 영화를 만난 것만으로도 초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전지현은 2006년 <데이지> 이후 근 2년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데 대해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찍게 됐는데 좋은 시나리오를 접해서 좋아요. 휴먼 다큐멘터리 PD인데 많이 감동을 주는 직업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이죠. 슈퍼맨을 알고 조금씩 마음을 여는 이에요”라고 자신이 맡은 역을 똑부러지게 설명했다.

전지현은 이번 작품을 위해 ‘쌩얼’과 ‘골초연기’에 도전했다. 전지현은 무뚝뚝하게 여겨지리만치 담담하게, 그러나 그래서 더욱 진심이 담겨 있는 말투로 자신의 도전에 대해 털어놨다.

“원래 편안하게 다녀요. 노메이크업이나 옷차림은 별로 특별할 게 없어요. 담배는 이번 배역을 위해 처음 펴 봐 힘들었어요. 평소 몸에 안 좋은 것은 안 하는 편인데 담배까지 피려니 힘들기도 했어요. 촬영장에서 ‘우리의 꿈은 영화배우와 감독이 아니라 건강이었어’라고 농담도 하는데 ‘연기 때문에 몸 망가뜨려야 하나’ 싶기도 했죠. 근데 영화가 대박날 듯 해서 조금 포기하려고요.”

전지현은 송 PD를 맡으며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는 연기의 지향점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지현은 “슈퍼맨을 관찰하며 관객의 시선을 대변해야 하는 캐릭터에요. 저만 맞다고, 송수정만 맞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안 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말했고 황정민은 이 말에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지현은 “사실 황정민 오빠를 만나고 많이 긴장했어요. ‘자신의 색깔이 짙은 배우가 아닐까’ 많이 긴장했지만, 상대배우를 잘 챙겨주시고 배우를 떠나서도 좋은 분이에요. 모든 남자가 다 황정민씨 같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애교스럽게 말했다.

전지현은 할리우드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통해 내년 여름에는 미국 배우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루게 된다. 틈나는 대로 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며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한 것이 말해주듯이 ‘스타 전지현’ 보다는 ‘배우 전지현’이 될 날을 꿈꾸며 홀로 자신의 내공을 닦고 있다.

지난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어선 전지현은 아무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 5년차에 만났던 <엽기적인 그녀>의 대박을 넘는 도약을 꿈꾸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10m가 넘는 높이의 와이어에 매달려 10번 이상 하늘을 날면서도 의연한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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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연예부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