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림경매는 투명성이 최대 장점"원작가가 직접 감정해 위작 차단… 환금성 보장도 또 다른 메리트미술시장 대중화가꿈… 한국을 세계예술의 메카로 키우고파가난한 화가에게 판로 열어줘야… "연매출서 옥션 뛰어넘겠다"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가 한국미술의 산증인 김종하 화백의 작품 <여인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웃음짓고 있다.
급성장을 하고 있는 미술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의 기세가 꺽이고 온라인 경매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지난 5일 서울옥션의 올해 마지막 경매에서 총 127점 중 93점만 팔렸다. 낙찰률 73.2%로 불과 두 달 전 경매에서 88.5% 등 90% 안팎의 낙찰률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또한 이우환ㆍ김종학ㆍ오치균 등 블루칩 작가의 작품도 추정가보다 낮게 팔리거나 아예 유찰됐다. 지난 달 28일 K옥션 경매에서도 작품 205점 중 70.7%만 낙찰됐고 올해 미술시장을 견인해 온 이우환의 작품 18점 중 절반이 유찰됐다.

이에 반해 온라인 경매시장은 회원수가 늘고 적립금,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호황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품 포털회사인 ‘포털아트(www.porart.com)’는 온라인 경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회원 수가 1만 여명에 이르고, 6일 기준으로 미술품 구입을 위해 주식의 예탁금같이 사전에 적립해 놓는 적립금이 14억 원을 돌파했다.

11월 4일 6억 원에서 한달만에 14억 원으로 2배 이상이 늘어난 것. 매출액도 지난 10월 12억 원에서 11월 13억 원을 웃돈데 이어 12월에는 20억 원이 예상된다고 한다.

김범훈(48) 포털아트 대표는 “국내 화랑협회 모든 화랑들이 판매하는 월간 작품 판매수량보다 많은 작품수를 포털아트에서 매월 판매한다”며 “머지않아 연간 판매액에서 오프라인판매의 메이저인 옥션을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했다.

포털아트가 국내 미술시장의 ‘제3세력’으로 급부상한데 대해 김 대표는 “그동안 미술시장은 왜곡된 구조와 질서, 즉 특정 화랑, 경매사, 이들이 관리하는 전속화가, 소수의 콜렉터가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돼 왔지만 포털아트는 그러한 폐쇄성을 깨고 ‘국민의 리그’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포털아트 경매에서는 작품 가격을 온라인 상에서 구매자들끼리 결정한다. 작가의 유명세조차 구매자가 판단한다. 따라서 구매자는 유명화가의 그림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고, 무명 작가들도 높은 값에 그림을 팔 수 있다.

포털아트 경매에서 ‘투명성’은 최대 장점이다. 김 대표는 “종래의 오프라인 경매는 작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누가 감정을 했는지, 어떻게 감정했는지도 없다”면서 “추정가를 누가 정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미술품 구매자는 철저하게 소외돼, 화랑협회가 스스로 밝혔듯 거래 작품 중 약 30%가 위작인데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 몫으로 돌아간다.

포털아트는 생존 작가의 작품을 경매에 올리고 동영상과 사진 등으로 진품임을 담보하는데다 원작가가 감정을 해 위작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했고 값비싼 감정료도 없다.

포털아트 경매가 종래 오프라인 경매와 비교해 가장 차이나는 점은 ‘환금성(換金性)’이다. 구매자는 작품 구입 후 1년 뒤에는 언제든지 되파는 게 보장되기 때문에 조기에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다른 그림과 교환해 인테리어나 순수한 미술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포털아트 작품 중에 ‘명품’이 적고 이른바 ‘이발소 그림’같은 함량미달의 것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포털아트에 작품을 낸 작가의 프로필을 보고 말해보라”고 일축했다.

메이저 화랑들조차 접근하지 못한‘한국 미술사의 산증인’김종하(90) 화백을 비롯해 장두건ㆍ추연근ㆍ최예태 등 국내외에서 명성을 드높인 작가, 대형 전시회를 수 차례 연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일부 교수나 평론가의 주관보다 ‘세계의 눈’ ‘상식의 눈’이 더 정확하다”며 “포털아트 작가 중 오태환 화백의 해외전이 추진되는 등 세계에서 먼저 알고 전시 요청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 1억상금 걸린 '대한민국 인터넷 미술대전' 개최

미술계 기여와 관련해 “너무 상업적이지 않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종래 미술시장 구조는 일부 귀족화가나 메이저 화랑에 전속된 소수 화가들만 살찌우고 대다수 화가들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다가 미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아트는 화가들이 작품을 팔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최소한의 작품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며 “더 나아가 지금처럼 온라인 시장을 통해 연수입이 억대에 이르는 작가들이 늘어나면 미술 종사자가 증가하고 그 중에 위대한 미술가도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포털아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두 방향은 미술시장의 대중화와 한국을 세계미술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총1억 원의 시상금을 내걸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제1회 ‘대한민국 인터넷 미술대전’은 그 일환이다.

1년에 4회 즉, 분기별로 각 1억 원의 상금을 내걸어 우수 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작가와 일반 미술애호가들이 끊임없이 소통하게 하고, 발굴한 작가를 세계 미술계에 도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의 이러한 포부는 새 영역에 도전해온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 벤처 1세대로 88년 최초의 노래방 프로그램, 컴퓨터용 노래방카드를 개발한 ㈜옥소리 대표를 지냈고 부도난 상장사(광림전자)를 인수해 국내 처음으로 정상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교육프로그램 ‘CD룸’은 국내 기술이 못 따라와 일본 소니사와 주문자상표방식(OEM) 방식을 통해 국내에 역수입됐다. 2002년 평양에 PC방을 설립하거나 UNDP(유엔개발계획) 등 평양의 각국 외교공관에 인터넷을 보급한 것도 그의 발상에서 비롯됐다.

■ 2005년부터 북한그림 인터넷 경매

김 대표는 북한과 교류사업을 하면서 2002년부터 수집한 북한 그림을 2005년부터 인터넷 경매로 판매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 후 국내 미술작품에 눈을 돌려 2006년 포털아트를 설립하고 북한 미술품 판매 때와 같은 ‘좋은 작품을 싸게 파는’ 방식을 고수, 짧은 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뤘다.

김 대표는 이미 팔려나간 화가의 작품이 다시 제3자간에 거래될 때도 판매액의 일정부분(로열티)을 화가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추급권을 도입하는 일에 앞장서고, 화가들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선례를 만들어 미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추급권협회(회장 장리석)에는 김종하, 권옥연, 황용엽, 이한우, 안영목, 박남 등 내로라 하는 화가들이 망라돼 있다. 또한 메이저 화랑이나 경매회사들이 화가의 승락없이 무단으로 작품도록을 만들거나 옥션 인터넷에 올리는 등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일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요즘 김 대표는 은행ㆍ보험사ㆍ증권사 지점장들이 섭외 1순위로 꼽을 정도로 바쁘다. 포털아트 경매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으면서 특강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 것. 김 대표는 지난달 11일 ING생명의 지점장 130명, 22일에는 ㈜우리투자증권의 투자가 400명을 대상으로 미술품 투자 특강을 한데 이어 12월 초에는 지방은행의 초청특강을 다녀왔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김 대표가 포털아트의 위상을 어느 수준까지 높여 갈지 미술품 감상 못지 않은 흥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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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 증권기관 투자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미술품투자 특강을 하는 김범훈 대표.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