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브'서클렌즈 빅히트… 순수 국내파가 8년 만에 외국기업 한국 지사장 올라고객을 위한 노력·직원 중심 경영·사회 봉사가 영리 추구보다 앞서글로벌 인재양성에도 전력…신경 쓸 일 너무 많지만 자부심 대만족

나이 42세의 젊은 CEO. 이웃집 형처럼 인상 좋고, 여느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한 상사 같은 이미지의 소유자. 정병헌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케어 대표. 하지만 그는 연 매출 1,100억원(소비자가 기준) 규모의 거대 글로벌 기업 한국 법인을 이끌고 있는 ‘냉철한’ 리더이다.

“한 부서를 책임지는 ‘파트장’이었을 때는 시야가 한정돼 있었다고나 할까요. CEO직에 오르고선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새로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대표 선임이 공식 발표되고 두 달 만인 3월 취임한 그는 “휘하 직원에 대한 배려에 특히 신경 쓰고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해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은 화장품 등 스킨케어와 비젼케어 2개 사업부로 나뉘어 완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콘택트 렌즈와 안과 관련 제품을 주 사업분야로 삼는 존슨앤드존슨 비젼케어는 서클렌즈나 ‘아큐브’ 브랜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아큐브는 지난 2002년 신제품으로 ‘디파인’이라는 서클 렌즈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이 제품은 지금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아큐브의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칼라 렌즈가 인기였는데 제품에 착색된 칼라가 용출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 크게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해 보니 건강 렌즈를 보급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기업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CEO가 되기 전까지 정 대표는 영업기획과 트레이드 마케팅, 세일즈 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하던 직원이자 매니저였다. 이 때 정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미국 본사에 서클 렌즈에 대한 기술과 연구를 의뢰했다.

“당시만 해도 서클렌즈는 미국 본사에서도 눈여겨 보지 않던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각광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보고 서울 지사에서 본사로 건의하고 추진해 개발된 상품이기에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은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한 매출을 올려 오면서 존슨앤드존슨 비젼케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흔히 서클 렌즈는 서양인들에게는 맞지 않다고 하죠. 눈이 커보이고 눈동자가 또렷또렷하게 보이는 효과를 주는데 동양인들은 많이들 찾습니다. 대신 서양인들은 파란 눈을 더 파랗게 보이는 등 칼라 렌즈를 더 선호합니다.” 정 대표는 “아큐브의 서클렌즈는 한국에서 개발 요청돼 아시아 각국에까지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지적한다.

콘택트 렌즈 분야에서 존슨앤드존슨 비젼케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40%. 2위 기업군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1990년 국내 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경이적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특히 다른 기업들이 장기 착용렌즈에 집중하는 사이, 아큐브는 정기교체형 렌즈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역시 “장기간 사용하며 식염수로 소독해야만 하는 렌즈가 위생이나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반면 하루~2주 정도 사용하는 교체형 렌즈인 아큐브는 이런 부작용을 덜어 준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일찌감치 시장의 흐름을 간파하고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아큐브 만의 탁월한 능력으로 시장에서도 받아들여진다.

“아큐브는 고객의 니즈(Needs)와 수요가 있는 신제품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기업과 CEO가 이러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 성장의 배경”이라고 해석한다.

정 대표가 취임한 올 해 회사의 성적표도 매우 우수하다. 올 해 성장율이 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성장을 계속해 온 지난 3~4년 간의 성과 보다도 뛰어난 성적이다. “직원들이 힘을 합쳐 팀워크를 잘 발휘해 준 덕분입니다.”

또 국내 콘택트 렌즈 시장은 세계 1%, 아시아에서 12%에 불과,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고 그는 분석한다. 시력 교정 인구 중 렌즈 사용자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유독 적어 성장의 여지가 많은 것도 그에게는 커다란 무대일 수 밖에 없다.

정 대표가 앞으로의 경영 목표로 삼고 있는 것들도 크게 지금과 다르지 않다. “가장 우선시 하는 신조는 고객을 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역할, 다음은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그리고 주주에 대한 의무, 즉 영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정 대표는 “존슨앤드존슨을 이끄는 기본 바탕인 이들 원칙에 스스로도 공감하고 체득화 돼 있다”고 말한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 화려한 해외파라고도 할 수 없는 그는 한국 네슬레와 농심 켈로그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트레이드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우유에 타서 먹는 초콜릿 분말 제품이 그가 키웠던 대표 제품 중의 하나다. 99년 존슨앤드존슨에 합류, 8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제 직장 생활의 절반을 존슨앤드존슨에서 보냈습니다. 제가 회사에 공헌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 대표의 생각은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직원들도 회사가 커 나가면서 자신도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항상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발전과 성장에 동참하는 주역이 되는지 살펴본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야 일에 열정이 생기죠.”

때문에 그는 직원 교육과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유능한 직원들을 해외로 파견하고 본사로도 보내 글로벌한 경험을 쌓아야한다는 철학에서다. 영업기획 담당자가 말레이시아 영업총괄로 부임했고 마케팅 이사도 곧 미국 본사로 가서 일할 예정이다. 정 대표 역시 미국 본사에서 인재개발 프로그램 분야에서 근무하며 역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직원에 대한 교육은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입니다. 직원이 성장하고 또 회사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되는 것이죠.”

대졸 후 외국기업에서만 일 해 본 그의 기업관은 윤리적이기만 하다. “기업내 주요 의사결정 권한은 책임자들이 다 갖고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당신이 이 회사의 주인, 오너라면 그런 결정을 하겠느냐’고 물어 봅니다.” 일례로 마케팅 광고 비용을 지출할 때도 ‘꼭 보이기 위해 하는 건지’ ‘이 회사가 내 회사라도 그렇게 하겠는지’를 반드시 상기시켜 보도록 한다.

“비록 CEO라고 주인은 아니지요. 주인은 오히려 고객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경영관이다. “CEO, 예 머리도 아픕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다 챙겨야 되고. 하지만 고민하고 결정하고 잘 진행해 나가는 것, 조직을 리드해 나간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매달 아태지역 사장들의 정기 미팅 등 해외 출장이 잦은 그는 국내에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직원들과 보내려 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앉아 있기 보다 영업 현장을 다니는 등 직원 및 거래처 인사들과도 격의없이 지내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특히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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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