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재벌그룹이 독점하는 프리미엄 매장서 탁월한 신기술로 호응 얻어언론 뭇매맞고 한국시장 철수한 지 1년 6개월만에 재진입… 품질로 승부

한국 언론의 뭇매를 맞고 한동안 곤혹을 치렀던 화장품 브랜드 쓰리랩(3LAB)이 올해초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 롯데백화점 센터시티점에 재입점했다.

한국의 쓰리랩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미국에서 잠시 내한한 데이비드 정 회장은 "한국에 다시 진출하게 돼 뿌듯하다. 세계 시장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품질로 인정 받고 싶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쓰리랩은 재미교포 1.5세인 데이비드 정 씨가 지난 2003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뉴욕의 삭스핍스 애비뉴, 바니스 뉴욕 백화점, 비벌리힐스 매장을 비롯해 영국의 셀프리지, 홍콩의 하비니콜스 등 세계적인 명품매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보통 30여 가지. 그러나 이들 브랜드 중 70~80%는 에스티로더 등 대형 화장품 회사들이 소유한 브랜드다. 이처럼 세계적인 재벌 그룹들이 독점하고 있는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에 동양인이 세운 작은 신생독립회사가 진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라메르, 에스티로더, 시슬리, 샤넬, 라프레리 같은 최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이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지요. 쟁쟁한 기존 브랜드들과 경쟁하려면 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신기술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유명 브랜드들은 자체 R&D(연구개발)센터나 생산라인 없이, 하청업체에 모두 맡깁니다. 저는 여기서 틈새시장을 읽었어요. R&D에 투자하고, 직접생산을 통해 신기술로 무장한 탁월한 품질의 제품이면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거죠."

쓰리랩은 클렌저, 모이스쳐라이저, 트리트먼트 등 스킨케어 라인만 출시하고 있다. 한 명의 피부과 의사와 두 명의 화학자에 의해 스킨케어 연구만 5년을 거듭한 끝에 20여 종의 스킨케어 라인을 개발했다.

정 회장은 '원료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철학과 원칙을 고수한다. 비싼 원료를 쓰다 보니 제품가격도 동종업계에서도 고가로 알려진 라프레리 수준이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좋다. 특히, 뉴욕 삭스핍스 백화점의 경우 입점 이래 매출이 35% 늘었고, 뷰티 브랜드 중 줄곧 매출 상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다.

정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입소문' 마케팅 전략을 써오고 있다. 미국은 TV광고료가 비싸 아직 못하고 있는 대신 입소문과 언론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미국 유수의 언론에서 쓰리랩에 대한 호평 기사를 썼다. 정 회장은 또 스타마케팅의 일환으로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전야제에 참가해 연예인들에게 쓰리랩 제품을 써보게 했다.

"귀국 전날인 1월22일 폭스(Fox) 뉴스에서 골든글로브상 전야제에 참여했던 쓰리랩 제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었어요. 또, 지난 주에는 영화배우 다이안 캐넌에게 전화가 왔더군요. 연예인에 관심이 없어서 처음에 그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제품을 써봤다고 합니다. 그가 하는 말이 "화장품 회사에서 많은 제품을 보내주지만, 이렇게 좋은 제품(영양크림)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바니스 백화점에 가서 본인이 직접 구매를 했다"고 하더군요."

영국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셀프리지 입점도 입소문 덕에 이뤄졌다. 뉴욕에 출장 온 셀프리지의 MD(상품기획자)가 입소문을 듣고 쓰리랩 제품을 사갔다고 한다. 제품을 써본 MD가 정 회장에게 찾아와 셀프리지에 직영매장을 내보라고 권유했다는 것.

미국과 영국, 독일, 홍콩, 한국 등 11개의 글로벌 매장을 오픈한 쓰리랩은 현재 터키, 두바이, 일본, 싱가포르, 중국과도 매장오픈을 협의 중이다.

"단기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나라의 명품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단기간이 아니라 20년간의 준비와 노력의 결과"라고 답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어려서부터 화장품 사업에 대한 감각과 꿈을 키웠다. 쓰리랩 설립 전에는 에스티로더 등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OEM 전문회사를 운영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5년 안에 최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전세계 상류사회에서 인정 받는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게 꿈”이라며 “한국은 고국이자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시장으로서 글로벌 전략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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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