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분야 대표적 혁신 기업… 명확한 비전·실행력으로 '가치창조'

“당신은 최고십니다.” 사무실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의 첫 인사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실험실 자재를 수입 판매하는 오퍼상으로 시작해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다. 문화가 경쟁력이란 생각으로 남들과 차별화된 문화를 내세워 오늘날 성공을 거두고 또한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04년 127억 원, 2005년 157억 원, 2006년 186억 원, 2007년 약 200억 원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23년째 흑자를 내고 있다. 이 달의 중소기업인상을 비롯하여 모범납세유공자상, 중소기업인대회 산자부장관 표창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진 BT(생명공학)분야의 대표 중소기업이다. 아울러 ‘대한민국 혁신포럼 2007’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삼성, LG, SK,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 가운데 당당히 8위로 선정되어 주목받기도 하였다.

이 회사 황을문 사장은 의지의 한국인이다. 미래를 정확히 읽고 거기에 대처해 오늘의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직장 생활을 대한전선금전등록기 영업사원으로 시작했다가 한국폴라로이드 특판사업부로 옮긴다. 그런데 한 줄의 신문기사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1981년 4월22일자 중앙일보에 난 ‘태동단계 한국유전공학’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별 내용은 아니었다. “10년 후에는 생명공학 산업이 한국에서 주목받는 산업이 될 것이다”라는 요지의 보도였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내용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거기에 ‘필이 꽂힌’ 것이다. 다음 날 기사의 주인공인 서울대 강현삼 교수를 찾아가 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보고 이후 매주 주말 서울대를 방문해 관련사업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3년간 유전공학 관련 용어를 익히고 장비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1984년 4월 마침내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처음 시작은 관련 제품을 수입하고 파는 오퍼상이었다. 주로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와 시약을 중심으로 사업을 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 법인으로 전환했고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력 향상에 열을 올렸다. 대표작 ‘마이랩’은 세계가 인정하는 우수 제품이다. 다양한 국책연구사업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세계 유수 업체와 제휴해 기술의 세계화를 도모했다.

그는 한국판 ‘시크릿’(2007년 국내 최대 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룬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결국 이루었기 때문이다. 별 볼일 없는 영업사원 시절부터 이런 자세를 확고히 했다. “10년 후에 개인 회사를 만든다. 이후 10년 후 법인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10년 후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결국 이를 이루었다.

30년 전 시점에서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비밀의 핵심은 모든 것을 이미 이룬 것처럼 뇌를 속이는 것이다. 그의 2008년도 수첩을 보면 2008년 연말을 가상해 모든 것을 이룬 것으로 메모를 해놓았다. 그는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같은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면 뇌는 “이 사람은 복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대신 “복을 많이 누려라”라고 말한다.

그는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고 또한 그 교훈을 조직에 접목해 성과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는 몇 년 전 저자의 자격으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전화로 식사를 요청했고 책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는데 속으로 참 대단한 분이란 생각을 했다. 그는 ‘독서경영’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의 말이다. “저희는 10여 년 전부터 독서경영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남들이 하지 않는 창조경영이고 이의 뿌리는 책이란 생각에서였지요. 책은 모든 지식과 창조를 위한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그는 가급적 저녁 약속을 하지 않는다. 책을 읽기 위해서다. 황 사장의 독서습관은 30년에 가깝다. 영업사원 시절부터 책과 함께 성장한 그는 지금까지 3,0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책이 너무 많아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정도로 책은 그에게 스승이며 동반자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1년에 40여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또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재육성이 되고 있다.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급등으로 수입한 물건에 대해 2배 이상의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나를 믿고 6개월간 지불 유예기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손해를 많이 봤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큰 어려움은 코스닥 상장 이후에 다가왔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평소에는 사람의 본성을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빠지거나 돈이 생기면 본성이 나타납니다. 상장으로 돈이 생기자 직원들이 달라지더군요. 뭔가 나사가 풀린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공모자금이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거기에 담겨 있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꿈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를 위해 과감한 개혁이 필요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직원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 회사 분위기는 훨씬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코스닥 상장 이후 체질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8시30분까지 다양한 주제로 직원들을 빡빡하게 교육했다. 보통 사람은 견디기 힘든 강도였다. 이 교육으로 영업사원의 많은 숫자가 바뀌었지만 문화가 변했고 단결력은 높아졌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애를 쓴다. 사무실 시계도 숫자가 거꾸로 걸려 있다. 채용도 독특한 방법으로 한다. 여러 명이 올 때는 먼저 온 사람을 뽑는다.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기적금을 타본 사람을 선호한다. 꾸준함과 성실성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성실치 못한 사람이다. 결석한 사람보다 지각한 사람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또 실행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 계단 숫자가 어떻게 됩니까?”라는 황당한 질문도 한다. 바로 튀어나가서 숫자를 파악하고 오는 사람은 합격이다. 나가서 보고 와도 되느냐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겐 “왜 내게 그걸 묻느냐”고 한다. 나중에 파악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불합격이다. 대답이 빠른 사람을 선호한다. 대답이 빠른 사람은 늘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물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도 던지곤 하는데, “어떻게든 만들겠습니다”란 답변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환경이 열악하다. 시스템 따지고 사람과 돈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강한 실행력이다. 황 사장은 이를 직원채용의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생존이다. 살아 남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그는 늘 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은 노예입니다. 발전이 없지요. 이런 사람은 눈총을 맞습니다. 눈으로 총을 맞는 것이지요. 대신 이 일은 내 일이다, 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개인도 발전하고 조직도 발전합니다.”

이런 말도 했다. “남의 이야기를 하면 성장하지 못합니다. 백날 얘기해봐야 입만 아픕니다. 대신 내 이야기, 네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이 발전합니다.” 뻔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싫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싫다. 대신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필자는 좋아하는데 황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차별화된 생각이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를 기대해본다.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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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