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여인역 맡아 슬픈 연기…담배 피우는 장면 힘들었지만 보람 느껴얼굴 예뻐 '얼짱'… 꼬리표라 생각안해'천장지구'의 오천련과 같은 배우 되고 싶다

처음으로 담배를 물었다. 원거리에서 카메라에 담으니 꽤 그럴 듯 했지만 깊이 호흡을 했다. 기침이 나오고 기관지가 아팠다. 배우 박한별이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이었다. 박한별이 처음으로 담배를 피운 영화 <숙명>(감독 김해곤ㆍ연출 ㈜MKDK)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말 처음 담배를 펴 봤어요. 감독님께서 피는 방법을 알려 주셨죠. 그냥 숨쉬듯이 하라고 하셨어요. 클로즈업이 되자 담배 피는 시늉만 할 수 없었죠. 눈을 질끈 감고 폐 속 깊숙이 담배 연기를 넣으라고 하셨는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고통스러웠지만 꽤 괜찮은 장면을 담을 수 있어서 만족해요.”

박한별은 소위 말하는 ‘얼짱’(얼굴이 예쁘다는 뜻의 은어) 출신 배우다. 인터넷을 통해 ‘얼짱’으로 알려졌고 연예계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후 배우 구혜선 남상미 등이 ‘얼짱 스타’로 맥을 이었다. 박한별은 인터넷이 만들어 낸 첫 번째 스타인 셈이다. 당연히 ‘얼짱’이라는 수식어는 꼬리표처럼 박한별을 따라 다녔다.

“이제는 꼬리표라고 생각 안 해요. 저를 표현하고 상징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자부심도 느껴지는 걸요. (웃으며) 제가 ‘얼짱’이라는 단어가 유명해지는데 일조한 셈이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얼짱’이기 전에 ‘배우’이고 싶다. 그래서 <숙명>의 은영을 선택했다. 극중 은영은 바를 운영하며 굴곡 있는 삶을 사는 사연 많은 인물이다. 밝은 웃음이 매력적인 박한별은 <숙명>에서 단 한 차례 웃는다. 그나마 회상 장면에서다. 고되고 절절한 아픔이 묻어 나는 캐릭터다.

“정말 어두운 인물이죠. 촬영 현장에서도 웃을 일이 없었어요. 워낙 무거운 영화라 철없이 함부로 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촬영장으로 가는 발길이 무거웠죠. 반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어요. 작품 속에 모조리 쏟아 붓고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연기했거든요.”

처음 해 보는 장르라 공부가 필요했다. 홍콩 누아르 시대를 열었던 작품들을 보며 장르의 분위기를 익혔다. 박한별은 기억에 남는 영화로 홍콩 배우 유덕화와 오천련 주연의 영화 <천장지구>를 꼽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오토바이를 모는 유덕화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오천련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누아르 영화를 잘 안 봤거든요. 김해곤 감독님께서 DVD를 챙겨주셔서 쭉 돌려 봤어요. 제가 알고 있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다지는 기회였어요.”

<숙명>은 한류 스타의 선두 주자인 배우 송승헌 권상우 지성 등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게다가 박한별은 극중 송승헌의 애인이다. 키스신도 있다. 주변에서는 ‘부럽다’고 난리다. 정작 박한별은 담담하다.

“좋지 않은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제 몫을 소화하기도 벅찼거든요. (웃으며)사실 키스신은 ‘키스’보다 ‘뽀뽀’에 가까웠어요.”

소소한 에피소드와 상대 배우와 관련한 얘기보다 자기의 연기 만으로 평가 받길 원하는 박한별은 ‘배우’라는 수식어 목말라 있어 예뻐 보이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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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