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산업 김진철 대표영화관 객석 등 특수의자 분야 한 우물 파 15년만에 국내 정상정직경영·기술경영으로 승부하고 제휴업체와는 '윈윈' 전략 구사

과거에 비하면 요즘 영화관 숫자는 엄청나게 늘었다. 영화관 선택의 폭도 함께 커졌다. 그런데 필자가 영화관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의자와 의자간 간격이다. 강남의 모 영화관은 의자도 불편하고 간격도 좁아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관, 공연장 등에서 객석의 편의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시대변화를 예상하고 그 틈새를 노려 성공한 회사가 있다. 현재 공연의자 시장의 최강자 혜성산업이 주인공이다. 16년 전부터 이 분야에 진출해 현재 CGV 객석의자의 95%, 메가박스 객석의자의 80% 이상을 설치했다.

영화관뿐 아니라 예술의 전당과 오페라하우스 같은 주요 공연장의 의자도 이들의 작품이다.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는데, 러시아 영화관 객석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수의자 전문기업인 혜성산업을 이끄는 김진철(54) 대표를 만났다. 혜성산업 본사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강남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사무실에는 극장에서 보는 낯익은 의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첫인상은 귀공자 같고 부드러웠다. 목소리도 좋고 차분했다.

그는 참으로 역마살이 많이 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김 대표처럼 다양한 외국문화를 경험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가 공연용 고급의자 사업을 하게 된 것도 그런 다양한 문화체험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언론사 사장이자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 경복고 1학년 때 캐나다로 건너간 다음 미국 하와이를 거쳐 이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리 아이아코카가 나온 리하이대학에서 토목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공군장교로 4년 6개월을 보냈고, 현대건설 해외토목사업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필자로선 듣는 것만으로도 복잡하고 머리가 아팠지만 그는 담담했다. 뭐, 그 정도 갖고 그러느냐는 눈치였다.

그는 나이에 비해 무척 젊고 건강해 보인다. 운동으로 단련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즐겼고 그 덕을 많이 보았다. 요즘엔 사이클을 좋아하는데, 서울사이클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이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해외에서 공부를 하려면 주특기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제 경우는 태권도 덕을 많이 봤습니다. 태권도를 가르쳐주면서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었지요. 가는 곳마다 태권도클럽을 만들어 애들을 가르쳤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생각이 남다르기 때문에 성공한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면 실패하지는 않겠지만 남들을 앞서갈 수는 없다. 리하이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대건설에 취직했다.

설계 쪽 일을 하고 싶었지만 유창한 외국어 덕분에 해외사업부 일을 하면서 거의 외국에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7개월 후 군에 입대했다.

사실 국내에 들어온 것도 군대에 가기 위해서였다. 남들 같으면 피하려고 했을 군대에 왜 애써서 가려 했을까? 하지만 4년여의 공군장교 복무는 그에게 큰 도움을 줬다. 만일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인맥이 없어 한국생활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학 중인 그의 아들도 군입대를 위해 곧 입국할 예정이란다.

혜성산업은 기술로 승부하는 회사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경쟁사로부터 혜성 덕분에 특수의자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특수의자는 높은 기술과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업종이다. 수십만 원짜리 공연을 보면서 의자가 불편하다면 말이 되겠는가?

이 사실을 잘 아는 그는 기술력 향상을 최우선으로 한다. 기술제휴를 위해 노크한 회사만도 40여 곳이다. 그때 답신이 온 회사 중 하나가 지금까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어윈(Irwin)이다.

이 회사는 모든 면에서 세계 1위다. 처음에 어윈은 기술유출을 우려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유창한 영어와 솔직함으로 설득해 기술제휴를 성공시켰다. 이후 의자 품질과 가격 면에서 세계 최고란 평을 받는 일본의 고도부끼,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퀴네트 등과 기술과 노하우를 제휴하여 국내 객석의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그의 철학은 정직이다. “Honesty is best policy(정직이 최고의 정책이다)”란 격언을 굳게 믿고 있다. 정직하면 처음에는 손해를 보는 듯해도 결국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업계에는 윤리의식이 희박한 회사가 있다. 남의 디자인을 아무 죄책감 없이 도용해 버젓이 자기 제품으로 파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만드는 회사도 나쁘지만 사는 회사가 더 나쁘다”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알맹이만 있으면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고 이를 인정받아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됐다. 기술도용을 우려하는 외국 회사들과 기술제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직함 덕분이다.

“정직하고 꾸준히 기술개발을 한다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정진했습니다. 물론 성과를 얻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 만족하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가 인프라 구축 단계였다면, 2008년부터는 도약하는 혜성이 될 것입니다.”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때 그가 사용하는 전략은 ‘Mix and Match’다. 경영학 책에는 없는, 그가 만든 전략이다. 일방적으로 기술을 받지 않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상대가 보유하지 않은 제품라인을 만들어 상대 브랜드를 달아 공급하거나 그 반대로 하는 것도 한 예다. 또한 부품공유를 통해 원가절감을 기할 수도 있다.

물론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를 어려움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외부와의 갈등보다는 오히려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 본인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왜곡되는 것이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눈높이를 맞추고 지식공유 및 적절한 보상체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모토인 정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5년의 영업 사이클을 가진 객석의자 사업은 일면 종합예술과 같다. 설계부터 참여해 음향, 공조, 가시선(可視線) 검토까지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최종 목표는 공연장 설계 등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컨설팅에 맞춰져 있다. 국내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하는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ㆍ길거리에 설치된 작은 구조물, 거리 가구) 분야도 준비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없다(不變者不得天下). 김 대표가 지금의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초년시절 이후 맞은 다양한 환경변화에 잘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가 특유의 적응력을 계속 발휘해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해본다.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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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