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하트'로 제 2의 전성기 맞아…데뷔 19년차 맞은 27살 베테랑 여배우… "이젠 여백있는 연기하고 싶다"

인생의 3분의 2를 연기와 함께 살아 온 배우가 있다. 데뷔 19년차 베테랑 배우다.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적 없이 무난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최근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이상의 수식어와 설명 만으로 올해 스물 일곱살 된 배우 김민정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지난 1990년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김민정은 이제는 ‘아역’이라는 꼬리표를 떼 버리고 팬들 앞에 다시 선 어엿한 성인 배우다.

연기 인생 20년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김민정은 행복하다. MBC 드라마 <뉴하트>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서 만은 아니다. 그 보다는 연기의 참맛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야 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안락함은 지난 19년 간 느낀 어떤 영광보다 달콤했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한 김민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적인 질책은 감수할 부분이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편견은 참을 수 없었다. 어느덧 ‘까칠한 배우’라는 뒷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김민정은 특유의 큰 눈을 깜빡이며 “저, 녹록치 않은 배우 맞아요”라며 빙긋이 웃는다.

“제가 데뷔년도가 빨라서 연예계 경험이 많잖아요. 잘난 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많은 얘기를 듣고 알죠. 그런데 저랑 일하던 분들이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았거든요. 제가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으면 ‘아는 척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죠. 제게는 상처였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스스로도 많이 바꾸려 노력했죠.”

김민정은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뉴하트>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리를 우선으로 하는 냉철한 레지던트 남혜석 역을 화장기 없는 얼굴로 멋지게 소화해 냈다.

약 100일간 혜석으로 산 김민정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루에 1시간씩 자며 일주일을 촬영한 적도 있다. 숍에 갈 시간이 없어 2,3일간 관리를 받지도 못했다. 웬만한 여자 배우들은 울음부터 터뜨릴 상황이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여성의 몸으로 견딜 수 있는 한계를 경험한 것 같은 걸요. 메이크업이나 머리스타일은 처음부터 욕심이 없었어요. (웃으며) 조명 감독님이 오히려 파우더 좀 바르라고 할 정도였죠. 힘들 때면 차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속을 달랬어요.”

김민정은 “한 때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털어 놓았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스스로 닦달하는 모습이 견디기 힘들었다. 연기를 통해 기쁨을 얻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뉴하트>가 더욱 소중하다. 김민정에게 이제 와 새삼 연기가 천직이라고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가장 김민정스러운 작품도 해봤다”고 말할 정도다.

“오랜 시간 연기해 왔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하기가 가장 어려워요. 이제는 ‘잘하자’는 생각이 독인 것 같아요. 워낙 욕심이 많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 쉽게 지쳐요. 허허실실이랄까요? 빈틈 그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여백의 미’를 믿게 됐다고 할까요? 이제 와서야 다시 연기를 시작한다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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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