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예술계서 주목받는 조소가 첫 내한콜 전 독일총리 두상 등 작품 전시회 개최

“(헬무트 콜 총리의) 머리와 얼굴 모양만을 그냥 똑같이 그렸다기 보다는 그의 내면을 보려 했고 보이는 그대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지난 2003년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의 두상을 완성하며 유럽 예술계의 주목을 받은 조소가 칼하인츠 오스발트가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4월 한달간 서울 신사동 아시아고아트홀에서 열리는 그의 작품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즉위에 즈음해 독일주교회의가 그에게 의뢰, 작품을 교황에게 선물하기도 한 그는 당대의 유명 인사나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銅像)을 다수 제작해 더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때 제작된 작품은 바티칸 대성당에도 전시된 ‘보니파시오’.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그(콜 총리) 역시 직접 동상 제작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고 (저의 작품을) 선물 받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콜 전 총리의 동상을 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진중하면서도 ‘너무 솔직하게’ 답했다.

콜 총리와의 작업(?)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제가 일하는 아트리에까지 직접 찾아와 준 것이 제게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바쁜 정치인이다 보니 좀 급해보였다고 할까요.” 첫 만남의 순간 밝은 웃음을 전한 콜 총리는 “30분 만에 나가봐야 한다”고 재촉하며 작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동상 제작을 위해 4번이나 그를 찾아 왔다.

그가 두상을 만드는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모델을 보면서 석고를 뜨는 것이 첫 작업. 석고 표면을 바르고 떠내고 문지르는 등 대부분 두 손만을 써가면서 두상과 얼굴의 라인을 살려내고 표정도 잡아낸다. 간혹 칼이나 끌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손 끝만을 거쳐 이뤄진다.

그리고는 석고의 본을 뜨는 것이 다음 단계. 여기에 녹인 청동(브론즈) 물을 부어 작품을 완성해 낸다. 보통 6개, 많아야 9개의 작품 만을 떠 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다음에는 작품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도록 틀을 아예 부숴 버린다.

그는 동상, 특히 두상을 제작하면서 반드시 실제 인물을 앞에 두고 보면서 작업을 한다. 그래야만 인물의 윤곽과 표정이 작품에도 그대로 살아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표정 조차 안 보이지만 모델을 관찰하고 있으면 내면을 보게 됩니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거칠어 보인다. 표면이 부드럽거나 섬세하진 않아 마치 미완성의 작품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가만히 쳐다 보면 인물의 표정이나 감성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제가 인형처럼 만들지는 않았죠!”

그래서 그의 두상 작품들은 실물처럼 크진 않지만 인물의 내면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는데 모델을 눈으로 보면서 자연스레 손이 표현하는 것이죠. 제 생각을 끄고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인다고 할까요.” 그는 작품에 ‘인물의 해석’같은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사람의 표정에서 순간 나타났다 쏜살같이 사라지는 표정이나 마음을 포착해 내는 기술이 바로 그가 가진 자산이다.

그의 예술 세계가 굳이 인물 두상이나 브론즈에 머물러 있지만도 않다. 독일 마인즈의 라인 강변 하야트호텔 테라스에 세워진 ‘라인의 딸들’, 스위스 브리사고의 호수변에 전시된 ‘나이키’ 등 대형 작품들은 무게만도 최고 3톤에 달한다. 최근에는 무희들의 역동적인 동작을 담은 동상이나 주철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늘려가고 있다.

“관람객들이 생동감 있다고 얘기해 주세요.” 하지만 “작품 수백 점 중 이번에는 20여 점 밖에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는 그는 다음에는 “더 많은 작품들로 찾아 오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