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앨범서 여성미 강조… 무대에 오르면 '신들린' 퍼포먼스

렉시의 도전이 시작됐다. 외적으로는 9년간 몸담았던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떠나서 처음으로 앨범을 발표한다. 내적으로는 앨범의 프로듀싱을 도맡으면서 프로듀서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음악 활동의 기초를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앨범의 타이틀도 자신의 이름 ‘렉시(LEXY)’로 정했다. 렉시가 어떤 가수인지 어떤 래퍼인지 데뷔 5년 만에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또 다른 출발대 앞에 선 렉시를 마주했다.

■ 프로듀서 = 내 것으로 채웠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렉시는 다소 피로해 보였다. 6개월 넘게 자신과의 싸움에 무척이나 시달린 모양이다. 렉시는 이번 4집 앨범에서 프로듀서로 처음으로 나섰다. 전체 앨범 컨셉트 구상에서부터 작사 작곡 편곡까지 전반적인 구성을 챙겼다. 작사와 작곡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주어진 노래에 맞춰 무대를 꾸몄던 3집까지의 준비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렉시는 “예전에는 남들이 만들어준 이미지로 무대에 섰다면 이제는 그 깊이가 다르죠. 제가 모든 것을 직접 챙기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뭔지, 보여주고 싶은 무대가 뭔지를 고민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렉시의 표현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와 다름없는 준비 기간 내내 렉시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3집까지 앨범 전체 컨셉트를 잡고 프로듀서를 맡아줬던 YG 양현석 사장의 얼굴도 자주 떠올랐다고 한다.

“그땐 그 일이 제 것이 아니었죠. 혼자서 하다가 턱 하고 막힐 때마다 양 사장님이 그 때 그래서 그러셨구나 문득 생각날 때가 많았어요.”

렉시는 프로듀서를 맡고 보니 당시에는 몰랐던 미안함과 고마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절실함이 마음 속에 꿈틀거렸다고 했다. 자신의 힘으로 꼭 홀로 서고 싶다는 오기어린 의지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랩을 하고 노래도 하죠. 게다가 음악과 이미지도 강한 편이에요. 많은 것들이 제게 함축된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요소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프로듀서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제가 나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 퍼포머 = 부드러움을 되찾다

렉시는 한국 여성 가수 중에 독특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가수다. 힘이 넘치는 폭포수 같은 랩에 감성적인 노래 여기에 현란한 퍼포먼스 능력까지 한데 모이기 어려운 조합을 갖추고 있다.

1집 <애송이><걸스(Girls)><렛미댄스(Let me Dance)> 2집 <눈물씻고 화장하고> 3집 <하늘위로> 등의 히트 곡들은 렉시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곡들이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여성 입장에서 배짱 있게 세상을 호령하는 곡들이라는 점이다. 여자가수로는 드물게 렉시에게 여성 팬들이 유독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3집 <하늘위로> 무대가 시종일관 펄펄 뛰는 동작으로 약간은 과격했다면 4집에서는 끈적하면서 좌중을 압도하는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렉시 안의 여성스러움도 부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적으로 렉시는 자신의 표현대로 ‘블링블링’한 금속 소재의 아이템으로 멋스러움을 강조할 예정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단, 남성을 끌어들이는 매력 보다 여성들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곡들이 많다.

타이틀 곡 <마 피플(Ma People)>은 유로댄스풍의 곡이다. 렉시의 랩과 노래가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비트가 강하기 보다 리듬의 중독성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끈적하게 이어지는 전자음이 묘한 중독성을 전해주면서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만든다. 렉시는 “YG에서도 나오기 힘든 ‘쎈’ 노래”라고 단언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에 애절한 R&B곡 <돈트 라이(Don’t Lie><난 여자라> 전자 사운드가 흥을 더하는 <셀피시 러브(Selfish Love)> 등 다양한 구성이 눈에 띈다.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힙합 등의 장르를 두루 섭렵하며 여성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할 채비를 마쳤다.

렉시는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이 완성된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프로듀서로 활동영역을 넓혔지만 결국 자신은 퍼포머(Performer)임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같이 들렸다.

“수록 곡 하나 하나를 분석하고 파헤쳐서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저 제가 무대를 천천히 압도하고 즐기는 모습에 따라서 같이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전 언제나 그렇듯 무대 체질이잖아요. 그 위에서 평가 받고 싶어요. 양 사장님도 그렇지만 팬들에게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인정 받는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에요.”


스포츠한국 연예부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