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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연해주 프로젝트' 밑그림 그린다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원장
7,000만 민족이 먹고 살 수있는 식량기지 확보 목표
130여 차례 드나들며 치밀한 지역 연구





“세계 곡물위기가 심각하다. 귀국하면 해외식량기지 확보 방안을 추진하겠다. 예를 들어 연해주와 같은 지역의 땅을 30~50년 장기 임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의 노동력도 이용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한국시각), 방미 일정으로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특별기 안에서 공식 수행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외 식량기지 확보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그 대안으로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제시했다.

당시 이 대통령과 동행한 수행원과 기자들은 ‘연해주 프로젝트’를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구상’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사실 이 대통령이 연해주를 언급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이던 1990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북방사업’에 나섰다. 현대의 첫 북방사업은 시베리아 벌목 사업이었고, 그때 실무 사령탑은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현재의 GSI) 이사장이던 2000년 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주영 회장이 92년 대선출마를 하지 않았다면 ‘북방사업’에 전력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자신도 북방사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 다시말해 이 대통령의 ‘연해주 프로젝트’는 단순한 구상이 아닌 자신의 오랜 경험과 미래비전에서 우러난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산물인 셈이다.

이 대통령이 주목한 연해주를 먼저 알아보고 20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연해주 전문가’가 있다. 재단법인 국제농업개발원의 이병화(63) 원장이다.

이 원장은 해외식량기지화의 선구자다. 그는 20여년 간 130여 차례나 연해주를 드나들며 “러시아 연해주를 우리 식량기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외쳐 왔다. 1989년 구(舊)소련 유리온실 작부체계 국제응모에 1위로 당선되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극동러시아지역 농업경제 자문관’으로 초빙된 게 계기였다. 한국도 언젠가는 식량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본 그에게 연해주는 최적의 대토(代土)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해주 식량기지화 발언은 식량기지 확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북한을 끌어 들여 남ㆍ북ㆍ러 3국이 식량 뿐 아니라 에너지, 철도 등 공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협력하자는데 방점이 있습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연해주 개발에)북한의 노동력도 이용할 수 있고, 운반거리가 짧기 때문에 (물자를) 북한에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에 대비해 7,000만 민족이 먹고 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원장이 주장해온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3위일체’경협과 같은 맥락으로 그렇게 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게 돼 남ㆍ북ㆍ러 3국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은 (극동)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활로를 찾게 되고 식량기지 확보,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활용한 유리한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북한은 한국과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러시;아는 남북한을 끌어들여 낙후된 극동러시아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윈(win)-윈(win)’ 전략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니까 연해주 프로젝트가 나오지 방미 수행원들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연해주가 어디에 있고 어떤 특색을 지닌 지역인지 모르는 공무원들이 태반이에요.”

90년대부터 연해주 전역을 돌아 본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연해주 사정과 미래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연해주 발언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89년부터 현대그룹이 북방사업의 일환으로 연해주에 진출했을 때 당시 실무를 총괄했던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은

연해주 북쪽 시호테알린 산맥의 페레투치카 벌목장과 하바로브스크의 북한 벌목장을 내 집 드나들 듯 두루 구경을 했고 연해주의 넓은 평야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수십차례 북한에 지원된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병화 원장은 요즘 이 대통령의 연해주 발언 이후 특수효를 누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물론, 연해주 진출에 관심이 많은 기업, 농업인, 학자 등으로부터 연락이 쇄도하고 있는 것. 이는 연해주에 관한 한 이 원장이 학식과 경험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원장은 89년 연해주와 인연을 맺은 이래 90년대 들어 굵직굵직한 사업을 수행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추진한 ‘광개토대왕 프로젝트’와 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유로 시도한 ‘흥개호(興凱湖)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는 구소련과의 국교수립 때 제공한 14억 7,000만 달러의 대처 차관을 받는 대신 경상북도 크기만한 연해주 다르네고브스키 지역(약 54만ha)의 개발권을 한국에 제공해 농업기지와 고려인자치구를 마련한다는 프로젝트이다. 당시 이병화 원장은 실무 책임을 맡아 현지를 조사했으나 농지로는 부적합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러 차관과 무관하게 자기 돈으로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이병화 원장에게 의뢰, 자금 일부가 이 원장에게 지급됐으나 95년 10월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진 데 이어 12월에는 전두환 비자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김영삼 정부시절인 96년 7월,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은 연해주 고려인 자치구 문제로 이병화 원장을 만나 연해주 사업을 위한 별도조직을 극비리에 만들기로 하고 사업 추진명을 ‘발해북권’으로 했다가 나중에 다시 ‘광개토대왕’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그 해 10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최덕근 영사가 북한테러 요원에게 피살당하면서 ‘광개토대왕’사업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이후 한국정부는 연해주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90년대 후반부터는 기업과 민간,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연해주 투자 사업이 진행됐다. 고합그룹, (주)가우디, (주)LG상사, 천주교 본당, (주)남양알로에, 새마을운동본부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 이후에는 대순진리회, 농촌지도자중앙회 등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였다. 특히 대순진리회는 2001년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여러 차례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 해원상생(解寃相生),의 종지(宗旨)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병화 원장은 그러한 모든 과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올 초에는 연해주 전도사로서 ‘대학생 러시아 연해주 역사탐방’행사(1월 24~30일)에 참여했다가,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특사로 모스크바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등 특사단 일행과 만나 연해주 개발에 관한 논의?k 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국제 식량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에 따른 에너지 난 및 원자재 부족 등으로 인해 자원과 식량의 보고인 연해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해주 발언도 그러한 배경에 서 나왔다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식량 및 자원 문제와 관련, 왜 연해주인가라고 묻자 “연해주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다국적 곡물 메이저들이 항구를 선점하지 않은 지역이어서 곡물부두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한국의 연해주 진출을 원하고 있어 남-북-러 3국이 공생ㆍ공영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 안정이라는 경제 이상의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북한 노동력 활용과 관련 이 원장은 ““북한 벌목일꾼들은 5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의 녹음기에는 할 일이 없다”며 “북한과 계약해 농번기인 5월 이후 이들을 농장에서 일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해주 농장들이 기계화가 된 대규모 농장들이어서 북한이 추가로 인력을 파견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이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모작이나 삼모작이 가능한 동남아 지역을 장기 임차해서 쌀이나 곡물을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한데 대해 “동남아에서는 육로와 항만 등의 인프라 구축이 잘 된 미얀마가 가장 적합하다”며 “남미에선 브라질 마투그로수 주 지역이 바이오연료 작물인 콩과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의 식량 위기와 관련, “연해주에서 나는 콩과 밀만으로도 한국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400%나 되는 곡물 관세가 문제입니다. 자기 나라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해외농업기지 곡물에 관세를 물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고 말했다.

또한 연해주는 기계화가 필수적인 대농장 경영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큰데 땅을 49년 임차한 등기부등본만 가지고 오면 국책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연해주는 분명 기회의 땅이지만 그 가치를 알아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께서 연해주를 잘 알고 미래비전을 밝히셨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연해주 프로젝트’가 구체화 할 경우 이 원장은 또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그의 ‘발해의 꿈’이 어떻게 영글어 갈지가 관심대상이다.

이 원장은 청와대 1987년 국제농업개발원을 설립해 2년 뒤 원장에 취임했다. 러시아의 극동러시아지역 대통령농업경제자문위원을 지냈고 러시아 국립하바롭스크 기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이병화 원장 약력

경남 김해 출생(45년), 건국대 영농장학생(62년), 청와대 시범농장장,(72년) 신길농민학교 교장(74년), 국제농업인력개발원 설립(87년), 국제농업개발원,원장(89년), ‘극동러시아지역 대통령 농업경제 자문위원’(89년), 러시아 국립하바로브스크 기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 수여(99년)



입력시간 : 2008/05/09 13:2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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