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번째 국제출판협회 총회 유치… 서울 국제도서전도 함께 개최국내 저작물 번역 및 해외수출 확대 포부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 주저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자유롭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처럼 작가들의 창작정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판계 내 저작권 보호가 우선적으로 보장돼야만 합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46대 회장으로 지난 2월 19일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옥출판사 대표 백석기(72)회장은 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출판계의 발전을 위한 과제이자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모토로 ‘자유로운 창작 환경 형성’을 꼽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출판산업 발전과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 1947년 출판인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로 지금까지 출판업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출판과 서적을 통한 세계 각국과의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

42대, 43대 출협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백 회장은 올 초 회장 당선 직후 “도서정가제를 포함한 낙후된 유통구조시스템의 혁신과 디지털 출판관련 법령 정비 등 출판계의 각종 현안을 해결하겠다”며 국내 출판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남다른 각오를 밝힌바 있다.

“사실 출판계는 아직까지도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출협 선거 때도 여실히 드러났던 것처럼 단행본 출판사와 전집류 출판사 사이의 극심한 갈등 양상이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대형출판사와 소형출판사 간 미묘한 자존심 싸움이 출판계 전체의 조화와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거죠. 이처럼 출판계 내부가 양분화 되는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서적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저자와 출판사의 저작권 침해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등 출판계 전체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겁니다.”

백석기 회장은 양 쪽의 합의점을 찾아 치우치지 않는 출판정책을 펼침으로써 출판계의 화합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출판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저자와 출판인의 권익에 적절히 부응하는 저작권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행보로 백 회장은 제 28차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를 유치하고, 이와 동시에 서울국제도서전을 개최하게 됐다.

“IPA 서울총회가 5월 12일에 열리는데 4년에 한번씩 국제출판협회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유치를 합니다. 1896년 협회 창립 이래 서방 회원국 중심으로 편중돼 개최가 됐었는데 실은 1996년 IPA 저작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을 당시부터 꾸준히 한국 개최를 추진했었어요. 드디어 2004년 IPA 독일총회 때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2008 서울총회가 확정된 거예요. 이로써 일본, 인도에 이어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3번째 총회 개최국이 됐습니다.”

회원국간 치열한 경쟁이 마치 ‘문화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는 백 회장은 최근 들어 한국의 출판문화가 활성화된 것이 총회 유치 성공의 열쇠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 회장은 “100년이 넘는 국제출판협회 역사 가운데 서울에서 총회가 열리기는 올해가 처음인 만큼 이번 행사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규모가 큰 한국 출판산업의 성공 비결을 전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총회 주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한편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열리게 되는 ‘서울 국제도서전(SIBF)’은 올해로 개최 13년째를 맞는다.

“이번에 처음으로 주빈국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미 한국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서 참가를 했던 적이 있어요. 주빈국이 되면 집중적으로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주빈국과 관련한 풍성한 문화 교류의 장이 마련된다고 보시면 돼요. 이번 서울 국제도서전의 초대 주빈국으로는 아시아권역에서 날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이 선정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오랜 역사와 고유한 문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양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초대 주빈국으로 중국을 선정한 이유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책의 길, 공존의 길’ 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국제도서전이 제각기 다양한 특성이 공존하는 미래사회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 간격을 해소하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백 회장의 설명이다.

더욱이 2008 서울 국제도서전은 IPA 서울총회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APPA) 연례총회, 국제도서전조직위원장회의 등 다양한 국제회의와 동시에 개최되기 때문에 도서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해외출판 전문인들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실 이렇게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제가 출협 회장 후보였을 때부터 ‘출판계에 뿌리를 두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출판문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느냐’ 또는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한 사람이 새로운 출판문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등 의견들이 엇갈렸었죠. 발로 뛰는 수장이 되겠다고 한만큼 쌓아온 경험을 적극 활용해 직접 부딪히며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국제도서전도 그렇고, IPA 서울총회, 국제회의 등이 전부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백석기 회장은 출판계와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45년간 군에서 근무하다 1990년에 해군 중장으로 예편했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군인 출신이 출판계에 입문한 전례가 드물었을 뿐더러 고위 장성 출신인 본인 역시 영입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1991년 ㈜웅진출판 대표이사로 출판계에 첫 발을 내디딘 백 회장은 웅진에서 10년 동안 사업 초기 600억원 정도였던 매출을 3,000억원 이상으로 이끌어 내며 전문출판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1988년 군 재직시절 국내 한 대학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 때 웅진출판사 윤석금 회장도 수강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웅진과 첫 인연을 맺게 됐고, 2년 후 제대를 하면서 두 번째 인연이 시작된 거죠. 웅진출판사가 그때만해도 신생 회사였고, 윤 회장의 사업제의에 처음에는 거절을 했어요. 그러다 1년 뒤 웅진출판사에서 저의 제 2의 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이를 계기로 백 회장은 출협 부회장과 국제출판협회(IPA) 저작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곧 있을 IPA 서울총회를 유치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바로 코 앞에 닥친 IPA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내 출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더 나아가 국내 저작물의 번역 및 홍보 확대를 추진해 국내 출판물의 해외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백석기 회장은 계속해서 출판계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출판권 보호를 위한 노력에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