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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가 김하연씨 "피사체 향한 열린 가슴이 '세상읽기' 비결"
내일을 꿈꾸는 비주류들
'매그넘 코리아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공모전'등 통해 만만찮은 내공 과시
도시 속 고양이들의 일상 앵글에 담아 '고양이는 고양이다' 개인전 열기도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





문화를 향유하는 안목이 다양해진 요즘 주류문화의 식상함에 반발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 그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주류문화보다 비주류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문화를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기엔 이미 둘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하여, 비주류는 이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주류는 아웃사이더나 이단아가 아니라 ‘비전’이 있고, 예술세계에 ‘비주얼’이 있으며, 무엇보다 앞으로 ‘비상’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닌 미래가 밝은 문화인들이다. 뚜렷한 주관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내일을 꿈꾸는 비(飛)주류’.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아마추어 사진가 김하연 씨
"피사체에 대한 열린 가슴이 '세상 읽기'의 비결"


아마추어 사진가 김하연(38) 씨의 ‘갤러리 탐방’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이루어진다. 갤러리가 밀집된 인사동과 삼청동이 김 씨가 오늘 탐방할 곳이다.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 가방은 어김없이 그의 오른쪽 어깨에 매달려 있다.

‘찰칵’ 하는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에 반해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 벌써 5년째. 해외 유명작가부터 아마추어 사진가까지 작품을 관람하는 일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이요, 행운이었다.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된 작품을 쏟아내는 일의 어려움이 뭔지 그도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얻어낸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을 요량인 듯 김 씨의 발걸음은 분주해졌다. 세상에 갓 나온 상품을 쇼핑하는 ‘신상녀(신상품을 좋아하는 여자)’의 눈빛이 저러할까. 김 씨와 함께 동행한 필자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집요한 눈빛을 보고 말았다.

김하연 씨의 또 다른 직업은 신문사 지국장이다. 아직도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배달을 하는 좀 특이한 구석이 있지만, 신문배달로 치면 ‘생활의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에 나올 법한 20년째 베테랑 경력자란다. 그는 신문배달을 하는 순간조차 카메라 챙기는 걸 잊지 않는다. ‘생활사진가’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사진가라는 말보다 생활사진가로 불려졌으면 좋겠어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진을 취미로 가진 분들이 꽤 많아요. 생활사진가라는 말은 그런 분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될지도 모르죠. 이 분들의 특권은 찍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 찍는다는 것이죠. 전 생활사진가의 특권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싶어요.”

이는 김 씨가 전업작가가 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생활인으로서의 직업과 아마추어 사진가라는 직업 사이의 절묘한 이중주를 즐기는 것이 아직은 좋기 때문이다. 다섯 번의 단체전과 두 번의 개인전을 치르는 동안 아마추어에서 프로작가가 되는 동료를 본 적도 있다. 그 때마다 전업작가 생활로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목표를 정해두고 찍는 사진과 찍다 보니 작품이 되는 사진 두 가지를 넘나들며 즐겁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했다. 예술적 가치와 돈이 되는 사진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전업작가의 고충을 떠맡는다면 사진 찍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고 싶어요. 생활사진가의 매력은 그런 것 아닐까요. 자유를 누리는 것 말이죠.”

이런 여유 때문일까. 그는 ‘미래의 매그넘 작가를 찾아라’라는 취지로 열린 제 1회 ‘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의 영광을 거머쥔 주인공이기도 하다. 매그넘 코리아전은 응모자만 해도 1,000명이 넘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출품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본 순간, 될 가망이 없다고 금세 체념했어요. 그런데, 수상소식을 들었죠.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하기 바로 직전에 말이죠. 몇 번이나 확인을 했어요. 머리카락이 쭈뼛거리고 소름이 돋았어요. 검사를 받고 병원에서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요.”

1- 옥상정원-제1회 매그넘 코리아전 대상 수상작품
2- 친구가 되다
3- 꿈꾸는 하늘-제3회 내셔널 지오그래픽 국제 사진공모전 입선작
4- 나도 달리고 싶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그는 태풍 갈매기가 지나간 후 멋진 하늘을 찍고 싶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침 그 때 느낌이 오는 장면을 만났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더 이상 찍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한 컷만 뷰파인더에 담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옥상정원’이었다. 마감 바로 전날 찍은 사진은 “일상의 공간 속에 담긴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진솔하게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뽑혔다는 후문을 듣고 그는 뿌듯했다고 한다.

“마침 한국에 온 매그넘 소속 사진작가들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을 때였죠. 사진집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제 와이프가 사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내가 대상을 받으면 혹시 공짜로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 조금만 기다려 봐’라고 호기를 부렸죠. 그 농담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웃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대상 수상은 슬럼프에 빠졌던 그를 구제했다. 칭찬으로 제대로 탄력 받은 그는 제3회 ‘내셔널 지오그래픽 국제 사진 공모전’에서 ‘꿈꾸는 하늘’로 입선까지 했다. 겹경사였다.

공모전이야말로 세상으로부터 인정 받는 관문이자 동시에 공식적으로 작가로 데뷔하는 ‘자격증’과도 같다. 2005년부터 도전하기 시작한 공모전에서 10번의 수상경력을 가졌지만 그 중 올해처럼 그를 ‘자유롭게’ 만드는 수상도 없었다.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죠. 사진 비전공자이면서 취미로 사진을 즐기려면 돈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물 하나 없이 마냥 취미 생활로 즐기기엔 한계가 있어요. 주변의 시선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거죠. 공모전 수상은 최소한 그런 시선으로부터 한결 자유롭게 하는 수단이죠. 또 ‘내가 이 정도는 돼’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계기이기도 하고요.”

상을 받고 난 뒤 그는 새벽에 사진 찍으러 나가는 일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매주 주말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 카페 ‘찰칵거리는 세상’ 친구들과 출사를 떠날 때 최소한 덜 눈치를 봐도 되었다. 느낌 좋은 장면을 찾아 헤매다 늦게 집에 들어가도 가족들은 어떤 사진을 찍었냐며 먼저 반갑게 맞아주기도 했다.

김 씨는 새벽과 인연이 깊다. 고등학교 때부터 신문배달을 시작했는데, 지국장인 지금도 새벽에 배달을 한다. 지국장인데 굳이 왜 신문배달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운동도 할 겸, 새벽 사진도 찍을 겸”이라고 답했다.

그는 남들과 생활패턴이 달랐다. 저녁 8시면 취침모드로 들어가 남들이 잠들 자정 무렵에 거리로 나왔다. 주로 밤과 새벽에 활동하는 ‘길냥이’(길거리 고양이의 준말)를 찍기 위해서다.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재미로 처음 카메라를 집어 든 그는 처음엔 하늘, 구름, 꽃, 바다, 땅 등 보이는 모든 풍경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허락을 받지 않아도 찍을 수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의 눈에 고양이가 들어왔다. 그가 첫 번째 애정을 갖게 된 피사체였다.

고양이를 찍기 위해선 집요해야 했다. 한 시간 동안 엎드려서 찍은 고양이 가족 사진도 있다. 고양이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강도 현행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유독 의심이 많고 낯을 가리던 고양이와 3년 간의 탐색전 끝에 친해지게 되었다. 먹이까지 챙겨주며 제법 가까워졌는데 돌연 세상을 떠나고 만 사연도 있다.

“전날까지 반갑다고 주위를 돌던 녀석인데 차에 치여 죽고 말았죠. 고양이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 바로 차 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녀석들이 가장 많이 죽는 이유가 바로 차 때문이기도 하죠.”

김 씨는 죽은 고양이를 발견할 때마다 묻어주곤 했는데 그러다 벌금을 물기도 했다. 고양이나 유기견의 사체 등은 산업폐기물로 분류되어 종량제 봉투에 넣어 폐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새벽 도시는 고양이들에게 정글보다 더 험한 곳이죠. 우리도 가해자인 동시에 고양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사진에 종종 그런 느낌을 담기도 하죠.”

일본은 고양이를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가 많은 편이란다. 아무래도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고양이에 대해선 관대하지 못할 뿐 아니라, 편견도 많은 편이다. 고양이를 전문으로 찍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주변에서 돈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만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작년에 ‘고양이는 고양이다’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200여명의 지인들에게 직접 찍은 고양이 사진으로 우표를 만들어 초대장도 보냈었다. 500여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왔다. 실제 ‘길냥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사람부터 고양이 사진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국내서도 서서히 고양이에 대해 애정을 갖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걸 직접 느꼈던 전시회였어요. 모 방송에서 고양이를 찍는 부부 사진가가 소개된 프로그램도 있었고, 길냥이를 소재로 한 에세이집을 펴낸 분도 있어요. 이런 작업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고양이를 찍는 저에게 희소식인 셈이죠.”

고양이만 5년 동안 찍은 그만의 노하우가 따로 있을까? “고양이 찍는 노하우요? 고양이가 있을 만한 곳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차 밑, 담벼락, 길모퉁이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 다음은 고양이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컨트롤이 가능한 피사체가 아니기에 그냥 한 번 찍고 가야지라고 생각하면 고양이를 찍기는 너무 어려워요. 끊임없이 눈을 보고 자세를 낮추고 얼굴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죠. 테크닉보단 자세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김하연 씨는 매주 일요일 이른 아침에 출사를 떠난다고 한다. 익숙한 명동과 종로가 아침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처럼 ‘낯선 거리’로 변신을 한다고. 그래서 출사 이름도 ‘낯선 거리를 걷다’로 지었다. 함께 사진을 찍는 친구들과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 자극제가 되어주며 열심히 찍는 게 그의 목표이자 계획이다. 이미 연작 사진을 찍을 테마도 몇 개 정해 놓은 터다. 보는 사진이 아닌 ‘읽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그는 말한다.

“작가요? 글쎄 아직 제가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어요.(웃음) 긍정적으로 본다면 언젠가는 되지 않겠어요? 또 안되면 어때요? 중요한 것은 지금 제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인 걸요.” 생활사진가를 자처하는 그에게선 겸손하면서도 여유로운 웃음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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