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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토마·김경일씨 "독자들 반응에 '신명' 나서 만화 그려요"
토마- 소박하고 귀여운 그림 스타일로 소시민 자화상 잘 포착
김경일- 독특한 개성의 '신감각 호러액션' 네티즌에 인기 폭발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

1- 김경일
2- 웹툰 작가 김경일의 괴기목욕탕
3- 토마
4- 웹툰 작가 토마의 속좁은 여학생




문화를 향유하는 안목이 다양해진 요즘 주류문화의 식상함에 반발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 그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주류문화보다 비주류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문화를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기엔 이미 둘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하여, 비주류는 이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주류는 아웃사이더나 이단아가 아니라 ‘비전’이 있고, 예술세계에 ‘비주얼’이 있으며, 무엇보다 앞으로 ‘비상’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닌 미래가 밝은 문화인들이다.

뚜렷한 주관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내일을 꿈꾸는 비(飛)주류’.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출처 : 2005년 만화계엔 무슨 일이? - 오마이뉴스

■ 다양한 장르 도전해 작품으로 이름 남기고파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토마(정순미ㆍ32) 씨의 웹툰(Webtoonㆍ인터넷에 연재하는 만화) 작가 인생은 올해로 5년째다. 오프라인 만화잡지 윙크에 <신경 쓰이는 친구>로 데뷔한 후 그녀는 주로 웹툰 작가로 활동해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엠파스에 <선생님과 나>를, 파란닷컴에는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남자친9>와 애인이 아닌 남자친구와 동거하는 이야기를 유쾌, 상쾌하게 풀어낸 <크래커>를 연재해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만화잡지 팝툰에 연재했던 <속 좁은 여학생> 1권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토마 씨의 만화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정교한 그림체는 아니다. 하지만 무심한 듯 스케치한 일상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우리네 인생 이야기다. 일상의 비밀스러운 감정을 담담하면서도 은연중에 드러내는 섬세함은 그녀만이 지닌 감수성과 개성이다.

마치 토막난 깍두기나 한입 베어 문 토마토란 뜻의 닉네임 ‘토마(toma)’처럼 건성건성 대충 그린 그림 같지만 완벽하지 않고 어딘지 비어있는 캐릭터들은 ‘속 좁은 세상을 꽁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자화상과 닮아 있다.

소박하고 귀여운 그림체에 담긴 담백한 이야기는 네티즌들이 먼저 알아봤다. 특히 <남자친9>는 편당 평균 조회 수 3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며 ‘만화가 토마’란 이름을 네티즌에게 알린 대표작이 되기도 했다.

토마 씨의 만화가 인생은 우발적으로 시작됐다. 인하대학교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녀는 “만화만 그리고, 만화가로 살고 싶어서” 다니던 학교를 2년 만에 그만두었다. 만화 견습생도 아니었고, 만화작가 양성소에 적을 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막연히 만화가를 꿈꾸었다. 평소 낙서하는 걸 좋아해 친구들이 그림 잘 그리는 축에 끼워주었던 것이 그녀가 말하는 무용담의 전부다.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하지 않은 아이가 그린, 제도권 만화와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 안에 저만의 색깔과 언어로 만든 만화를 그릴 생각이었죠.”

만화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토마 씨가 선택한 건 만화 동호회 찾기였다. 일단 ‘토마’란 닉네임으로 가입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만화평론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동호회였다. 하지만 동호회 사람들은 대부분 문화 전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만화는 배울 수 없었지만 대신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었다.

“데뷔 전부터 남들에 비해 야망이 크지 않았어요. 만화가가 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 열정이 없고 치열하지 않은 아이였죠.”

토마 씨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만화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품이라도 찰나에 느끼는 감정을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감성적이고 두루뭉실하지만 그 안에 스토리, 주제의식이 모두 담겨 있어 남들에게 좋은 감흥을 주는 만화를 그릴 생각이었죠.”

그런 토마 씨에게 올해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해였다. “꿈이 생겼거든요.” 야망이나 치열함과 거리가 멀다는 토마 씨에게 ‘꿈’이란 단어는 무척 생소하게 들렸다. 토마 씨는 감당하기 힘든 사건을 연이어 겪은 다음 심하게 마음 고생을 했다. 한참을 그러고 나니, 거짓말처럼 세상이 달라 보이더란다.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앓고 나니, 성장한 셈이었다.

“만화를 그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은 거죠. 아직도 마감에 시달리는 연재 작가이지만, 달라진 건 이 상황을 이젠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5년차에 접어들어 자신이 만화가인 사실이 새삼 행복하다는 토마 씨. “길게 마흔까지 잡고 있어요. 작품 중심의 작가로서 앞으로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뛰어오르고 싶어요. 그 경지에 도달하면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 그림만 그리며 살 거예요.”

아직은 부끄러운 듯 이야기하지만 조심스런 한마디 한마디에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자기 예술세계를 구축한 확신에 찬 예술가, 토마 씨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 만화의 짜릿함 매혹돼 기자 직업 그만둬

“사람들은 제가 만화를 그린다고 하면 먼저 ‘장르가 뭐예요?’라는 질문부터 했죠. 처음엔 SF나 무협, 판타지, 학원 액션물 등 기존 장르 중 어디에도 제 만화 스타일을 끼워 맞추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괴기 목욕탕>이란 만화를 인터넷에 연재하는 웹툰 작가 김경일(36) 씨는 이젠 자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신감각 호러액션’이 바로 그것. 처음엔 장르를 나누는 것이 상상력을 가두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괴기 목욕탕> 골수 팬들이 ‘장르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하자 생각이 바뀌었던 것이다.

김 씨는 독자의 반응에 따라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구분이 명쾌하게 나뉘는 논리가 멋있어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케이스다. “만화가의 ‘구라’에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고, 감동 받을 때의 짜릿함이 만화의 매력 아니겠느냐”는 그는 만화에 집중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다.

이전까지 그의 직업은 일간지 미술부 기자였다.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2000년 한 신문사에 입사했다. 그는 같은 해에 독학으로 공부한 만화를 서울문화사 주최 만화 공모전에 냈다.

<변신>이란 작품으로 만화가로 데뷔한 그는 8년 동안 기자와 만화가라는 ‘투잡’ 인생을 살아왔다. 기자로선 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삽화나 캐리커처를 담당했고, 만화가로서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 한 무료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단편을 묶어 만든 만화책 <요괴의 집>도 이미 출간한 상태다.

“돈벌이는 기자였을 때가 훨씬 낫죠. 애가 둘 딸린 가장이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웠는데 왜 아무 말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작가생활에서 오는 현실적인 시련을 감당하고 버텨내겠다는 각오를 이미 끝낸 다음이었죠.”

작년 이맘때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괴기 목욕탕> 작업에 몰입하게 되자 후회는 잠시로 끝났다. 집에서 가까운 신대방동에 4평짜리 작업실을 얻은 행복이 더 컸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아는 신문사에 다녔으면서 초라한 작업실이 그토록 좋은 것일까? 그는 “오랜 만에 느껴보는 자유의 기쁨이 더 컸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한번도 혼자 노는 즐거움에 빠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진정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기에 창작의 괴로움은 그에게 오히려 즐거운 비명에 가까웠다.

“글쎄요, 예전 월급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원고료지만 요즘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사는 기쁨이 커요. 마감하는 것은 매번 고달프지만, 한 회를 털고 나면 마음은 날아갈 듯 가볍죠. 일주일에 한번씩 마감하는 웹툰 작가의 삶도 중독성이 강하네요.”

만화가 데뷔 8년차. 하지만 전업 웹툰 작가로서는 아직 1년차다. 일간지 기자 시절 몸에 밴 계획적인 생활습관 때문에 마감과의 전쟁은 견뎌낼 만하다. 김 씨의 일주일은 잘 짜여진 촘촘한 계획표에 따라 움직인다. 그는 철저하게 주 5일제를 지켰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에게 ‘상상력의 스테이지’나 마찬가지인 목욕탕으로 향한다. <괴기 목욕탕>은 대부분 사우나를 즐기다가 떠오른 엉뚱한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독자들의 댓글은 저에게 판소리의 ‘얼쑤’와도 같아요. 저는 ‘얼쑤’ 한마디에 울고, 웃는 연재작가의 삶이 좋아요. 자극도 되고요.” 아직 갈 길도 멀다. 더 많은 네티즌 독자들과 상상력을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독자들의 ‘얼쑤!’에 흥이 나서 만화를 그린다는 김경일 씨는 다음달 초 <괴기 목욕탕> 연재가 끝나면 다음 작품에서는 장르를 파괴한 신선한 작품을 쏟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웹툰 발전 위한 조직체 웹툰포럼' 발족

사진제공: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아카데미


요즘 만화 키드(kid)들은 과거에 비해 빠르고 간편하게 만화를 즐길 수 있는 세대다. 인터넷으로 접속 한번이면 읽고 싶은 만큼 무료로 볼 수 있는 웹툰(Webtoonㆍ인터넷에 연재하는 만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웹툰 시장은 최근 3년여 동안 급속도로 성장을 해왔다. 신문, 단행본, 만화잡지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웹툰 만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앞 다퉈 인기 만화가를 영입하거나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웹툰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빨리 성장한 반면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 만화가 범람하는 만화시장에서 한국 만화가 살아갈 길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다름아닌 ‘웹툰’인데도 말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툰부머’ 카페 회원들은 ‘웹툰의 길찾기’란 고민을 안고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아카데미와 손을 잡았다. 바로 ‘웹툰포럼’을 출범시킨 것이다. 카툰부머 운영자 ‘암연’(닉네임)님은 “연재 작가들 대부분은 ‘을’의 입장이에요. 혼자 작업하는 사람도 많고, 작업 스타일도 천차만별이지요. 정식 만화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들도 많은데 웹툰이 ‘수준 낮은 만화’라는 평가라도 받으면 괜스레 ‘자격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단순한 정보교류와 친목을 넘어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거죠”라며 웹툰포럼을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상상마당 아카데미와 카툰부머 회원들은 웹툰에 대한 모든 것, 즉 ‘A to Z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웹툰 작가들이 현업에서 좌충우돌 겪었던 오류와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화된 매뉴얼을 만든다면 미래 예비작가들이 최소한 같은 고충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들이 체계화하려는 것은 ‘웹툰 작가로 살아가기 위한 지침서 내지는 참고서’다.

웹툰포럼은 작가 워크숍과 특강 등 한 달에 두 번 정기모임을 갖는다. 작가워크숍에서는 웹툰 작가들이 순서대로 작업에 대한 강의와 함께 발제, 토론 등을 진행한다. 특강에서는 강도하, 곽백수, 윤태호, 토마, 양영순, 강풀 등 웹툰에서 이미 잘 알려진 선배작가들이 참가해 작업과 만화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과 게시판을 통해서만 알던 웹툰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한 것은 그들 스스로에게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작업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나누며 토론하는 동안 자연스레 동료의식이 싹트기도 했다. 웹툰 작가들이 화합할 수 있는 ‘든든한 사회’가 탄생한 셈이었다.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심재은 매니저는 “웹툰은 아직 체계화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작가들에겐 아직 힘이 없고, 연재매체에 의해 좌지우지 되기 싶죠. 웹툰포럼은 정보를 모아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고 틀린 부분은 수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교정하고 수상한 부분은 확인하는 깐깐한 과정을 통해 건전한 웹툰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기여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웹툰포럼이 웹툰계의 정보교류 및 교환의 클러스터(cluster)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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